부부는 왜 싸우는가?

양정자 원장 / 기사승인 : 2010-06-15 11:01:16
  • -
  • +
  • 인쇄
15만 번 이혼한 여자(1)

“부부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가족이다. 사랑을 느끼는 것은 순간이나, 이를 지키기 위하여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한번쯤 싸우지 않은 부부는 없을 것이다. 사실 ‘부부싸움’은 갈등과 미움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애정과 사랑의 표시이기도 한 까닭에 성공적인 부부싸움은 성공적인 백년해로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45년이 넘게 가정법률상담을 해 온 양정자 박사가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이해 쓴 ‘15만 번 이혼한 여자’는 바로 이러한 성공적인 부부싸움을 위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보다 나은 결혼생활,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하여’라는 부부싸움의 대전제를 바탕으로 명확한 목적의식과 철저한 계획, 원칙하에 싸움에 임할 것을 제안한다. 섣불리 감정에 이끌려 벌인 부부싸움은 행복한 부부싸움도, 자유로운 인생도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서술 방식에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직접 체험한 15만 여건의 상담사례를 들면서 제시하고 있는 190여 가지의 전법들은 현실적이고 합리적이어서 더욱 공감을 갖게 한다. 손자병법에 비유해 부부싸움의 전략과 전리품까지 챙기도록 현명하고 애교 있게 조언하고 있는 이 책은, 냉정하게 대처하여 싸움을 승리로 이끌되 싸움이 끝난 후 서로에게 상처가 남지 않도록 상대의 입장과 자존심을 배려하고 있다.
마지막 선택으로 불가피한 ‘이혼’의 경우 저자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고,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가족관계등록제도의 내용도 덧붙이고 있다.

부부싸움의 본질과 실체

부부싸움은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부부싸움의 본질을 망각하고 당사자인 부부는 빠지고 부모, 형제. 친척들이 나서게 도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던 사소한 싸움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 보태지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확대되고, 수습이 어려워서 상태가 악화되기 일쑤다.


군주시대에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왕조차도 공주가 그 남편으로부터 소박을 맞는 경우 아무런 손을 쓸 수가 없는 것, 그래서 진정으로 딸을 사랑하는 왕이라면 딸의 부부관계에 직접 개입하거나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다. 딸에게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거나, 사위에게는 유화 정책을 씀으로써 사위 스스로 마음이 돌아 설 수 있도록 하였음을 고사(古事)를 통하여 우리는 알 수 있다. 절대로 부부싸움에는 제삼자를 개입시켜도, 제삼자가 개입해서도 안 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 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다 해결 된다’. ‘싸울수록 정이 든다’ 등 우리는 부부싸움을 다소 낭만적이고, 달콤한 말로 정의해 왔다. 그러나 약간의 설전(舌戰)과는 달리 전쟁 상황이 크고 심각할 경우 패배한 쪽은 모든 걸 빼앗기고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부부싸움이다.


극도로 화가 치밀어 상대를 죽이고 싶고, 그동안 주었던 모든 걸 다 돌려받는 것은 물론이요, 상대가 가진 걸 모두 빼앗아야만 다소라도 이혼하는데 분이 풀릴 것 같다. 아니, 할 수만 있다면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시켜야 그동안의 헌신과 사랑의 보답으로 돌아온 상대의 배신행위에 대해 다소나마 보상이 되겠다는 사람들을 본다. 바로 이것이 부부싸움의 실체이다. 즉 부부싸움도 결국 다른 싸움의 실체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싸움에 돌입하기 전에 싸움의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정보를 수집하고, 힘을 기르고, 무기와 군량미를 완벽하게 준비하고, 다양한 전법을 개발해야 승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감정적으로, 충동적으로 전쟁에 임했을 때 패배는 불 보듯이 분명하다. 설사 기적적으로 승리한다 해도 그 싸움으로 인해서 엄청난 손해를 입고, 육체적 피해와 정신적 상처를 감수해야한다면 그것은 승리라 할 수 없다. 떨쳐버리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인 것이 많다면 전쟁에 승리하고도 사실상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부가 싸운다

◇부부는 어느 한쪽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희생은 또 다른 희생을 요구한다. 부부싸움을 하소연하는 부부가 있으면 사람들은 흔히 여자에게 참고 희생하며 살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가 한만큼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자기가 상대를 위해서 희생하면 상대도 자기를 위해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주어야 공평하다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혼자서는 손이 닿지 않는 나무에 과일을 따기 위해서 한사람이 바닥에 엎드리고 다른 한사람이 그 위에 올라가서 과일을 땄다고 가정해 보자. 함께 딴 과일은 마땅히 공평하게 나누어야 하고,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있을 때에는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 과일을 내 손으로 땄으니 내 것이다, 너는 단지 엎드려있기만 했으니 하나만 가져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너는 계속 엎드려 있다가 내가 선심으로 던져주는 것만 받아먹어라.”고 한다면 어느 성인군자처럼 웃고만 있겠는가?


공평하게 분배를 한 다음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더 힘든 역을 했으니 자기 몫에서 떼어 주는 것이 인정이다. “나는 든든하게 밥을 먹었지만 당신은 배가 고플 것이니 더 가져가라”, “나는 몸이 튼튼하고 당신은 몸무게가 얼마 나가지 않으니 내가 당신을 밑에서 바치겠다”, 이런 것이 봉사와 협조이다. 즉 밑에서 엎드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스스로 자원해서 할 때는 문제가 다르다. 전자의 경우가 희생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봉사와 협조다. 상대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희생을 자초하는 것이다.

◇부부관계는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결합의 관계여야 한다.
구속의 관계는 상대를 억압하고 복종과 희생을 요구하는 관계, 상대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할 수 없이 행동하게 하는 관계이다. 결합의 관계는 사랑을 기반으로 해서 무엇을 하더라도 자의적으로 봉사하고 협조하는 관계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부부관계가 어떠한 관계인가를 정확히 파악하여 상대를 대해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 양정자 프로필
저자는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가족법을, 원광대학교에서 사회보장법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법률구조법인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의 원장인 그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33년 동안 재직하면서 국내외로 40여개의 지부를 개설했고, 상담원 창설 후 5개 지부를 개설했다.
상담경력 45년 동안 15만 건이 넘는 상담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대학 강의와 방송출연, 신문기고 등을 통해 수많은 부부들에게 도움을 줬으며, 그간의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 인권유공자상을 수상했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