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의 진화 속도는 그야말로 ‘빛의 속도’를 능가한다. 90년 대 초반 급속하게 늘어가기 시작한 노래방은 이제 각양각색의 형태로 진화 돼 각 지역마다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 하지만 질적인 부분에서 노래방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은 분명 축하해줘야 마땅하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음흉한’ 부분은 절대 축하해 줘선 안 될 부분이다. 노래만 부르면 되는 공간에 노래가 아닌 다른 것들이 채워진다면 그것은 분명 경계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음란한 동영상' 늘어간다
언제부턴가 불법 주류 판매가 공공연히 성행하면서 ‘노래방 도우미’가 등장하는 퇴폐 노래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퇴폐 노래방’은 한정된 몇몇 업소의 이야기이고, 주류 판매나 도우미의 경우 상식선을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었다.
지속적인 단속만 병행되면 별 문제될 사안은 아니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요즘 노래방에서 전혀 다른 양상의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와레즈 사이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동영상은 ‘노래방 동영상’이다. 노래방 동영상이 와레즈 사이트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3년 하반기.
하지만 10여 개의 한정된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을 뿐 새로운 동영상이 등장하지 않아 점차 네티즌들의 뇌리에서 잊혀갔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노래방 동영상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중학생까지, 아니 중학생이 더 위주인 동영상 속의 주인공들은 노래를 부르며 ‘스트립 쇼’를 방불케 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연출해낸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대부분 여학생으로 채팅 창에 나타난 남성 네티즌의 요구에 따라 가슴은 물론이고 음부까지 드러내는 과감함을 선보인다. 몇몇 동영상을 그 예로 살펴보자. ‘왕 섹시 여고생’ ‘서울 S점’은 비교적 소프트한 동영상에 속한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양반다리, 혹은 치마를 팬티 바로 밑 부분까지 걷고 앉아 노래를 부른다. 두 동영상 모두 다리는 노출되지만 팬티 이상의 노출은 없다.
여학생 적극적 동참
가장 흔한 동영상은 여학생 서너명이 놀러 와 그들끼리 노출을 경쟁하며 노는 장면이다. ‘K점 브라 개봉’ 동영상의 경우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노래를 부르며 자연스레 교복 상의 단추를 푼다.
두 여학생이 각자 단추를 모두 풀고 나면 교복 상의 사이로 브래지어가 완전히 노출된다. ‘K 쭉 빠진 다리’ 편에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치마를 걷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상의를 걷어 올려 브래지어를 노출한다. ‘여고생들 친구랑’ 동영상은 스타킹 페티시를 즐기는 이들에게 어울릴 만하다. 교복 치마 안에 검정색 팬티스타킹을 신은 여학생이 치마를 완전히 걷어 올려 스타킹을 노출시킨다.
‘반스걸’ 편에서는 동성애적인 코드까지 엿보인다. 한 여학생이 다리를 벌린 채 들고 앉아 다리 사이로 팬티가 노출되는 데 옆에 앉은 여학생이 손을 뻗어 팬티를 어루만진다.
그렇다면 이런 충격적인 동영상은 어떤 경로를 통해 제작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노래방 업계는 업그레이드가 계속 진행 중이다. 일반 노래방과는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색 노래방 체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손꼽히는 노래방이 바로 ‘디지털 노래방’이다.
노래방이 인기를 끌던 초기에는 녹음테이프 증정이 인기를 끌었던 데 반해 ‘디지털 노래방’에서는 동영상으로 녹화해주고 있다. 이를 위해 노래방에 캠코더를 달아 놓았다. 여기에 한 가지 서비스를 더해 인터넷 화상채팅까지 가능하다. 다시 말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채팅을 즐긴다.
‘디지털 노래방’이 처음 도입되던 당시에는 ‘노래방이 자녀들의 탈선 공간이 될 것을 우려하는 부모에게 집에서 실시간에 확인할 수 있어 노래방이 열린 공간으로 바뀐다’며 프랜차이즈로 업체들이 홍보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애초 목적과는 달리 동영상 속 여학생들은 부모가 아닌 낯선 네티즌과 화상채팅을 즐기며 그들이 열광하도록 노출을 감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순수한 의도가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생할’ 보호 무방비 상태
디지털 노래방 프렌차이즈 업체 측에서는 “극히 일부 이용객들이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일 뿐”이라며 “지속적인 감시로 조금이라도 탈선의 모습이 보이면 채팅방에서 ‘강퇴’(강제퇴장)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몇몇 동영상에서 ‘강퇴 당했음’을 공지하는 글과 함께 동영상이 중단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학생들이 겪을 후폭풍이다. 당시에는 친구들과 장남 삼아 노출까지 일삼고 있지만 동영상이 유출된 이후에는 또 다른 충격을 겪어야 한다.
앞서 동영상을 소개하며 이니셜을 사용한 이유는 대부분의 동영상 이름이 ‘지역 명칭’이기 때문이다. 채팅을 통해 이들이 어느 지역 노래방 내지는 어느 학교 학생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어느 지역의 노래방인지, 내지는 학교가 밝혀졌다는 얘기는 곧 동영상 속 여학생의 신분이 절반 이상 드러났음을 의미한다. 만약 같은 학교 학생들이 문제의 동영상을 손에 넣게 될 경우 벌어질 사태는 상상 자체가 두려울 정도다.
업체 측의 좀 더 적극적인 감시는 물론이고 해당 노래방 업주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더욱 큰 문제점은 노래방 동영상은 그 자체보다 심각한 청소년의 탈선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크다. 그들의 탈선이 노래방에서만 이뤄진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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