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몸으로 느끼는 스릴이랄까? 짜릿함이 매력이죠"

이지영 / 기사승인 : 2011-02-16 10: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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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초대석] 영화 '청담보살' 등 현장경력 25년의 무술감독 김범석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여자주인공의 직업인 ‘스턴트배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스턴트 배우란 영화나 드라마 현장에서 주연 배우 대신 위험한 장면의 대역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데 최근 ‘시크릿가든’ 인기에 힘입어 액션스쿨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맨몸으로 고층에서 떨어지고 시속 100km가 넘는 자동차로 벽을 들이 받는 등 험한 액션을 실감나게 보여준다는 색다른 매력 때문에 담력있는 젊은이들이 스턴트배우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액션과는 달리 한국에서 스턴트맨으로 산다는 건 고난의 연속이다.


고층빌딩에서 추락하는 장면을 찍을 때면 안전한 대형 에어백 대신 스티로폼 박스 더미로 몸을 날리기 일쑤고 자동차 액션 장면을 찍을 때는 연습도 없이 현장에서 부딪혀야 한다. 이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몸을 사리지 않지만 그에 비해 대우는 형편없다.


부상을 당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현장에 나와서 일해야 하는 게 현실이고 직업 특성 상 보험 들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 이 아닐까?


보기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직업, 현장 경력 25년이 넘은 무술감독 ‘김범석’ 씨를 만나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스턴트배우들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현장 경력 25년이 넘은 무술감독 ‘김범석’.
-안녕하세요 감독님. 얼굴이 굉장히 낯이 익습니다. TV에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 19살 때 체육관 사범으로 있을 당시 방송관계자들이 심사를 구경하러 왔다가 눈에 띄어 시작하게 됐어요. 그 때 찍은게 KBS 드라마 ‘바람, 구름, 비’ 였죠. 제가 지금 45살이니까 일을 시작한지 25년이 넘었네요.


-우리나라에서 ‘스턴트맨’은?
▶ 우리나라에서 스턴트맨의 대우는 그렇게 좋은 형편은 아니에요. 반면에 일본에서는 스턴트맨을 굉장히 우대해 줍니다. 연기가 딱 끝나면 기립박수 칠 정도로요.외국 같은 경우 스턴트에도 전문분야가 있는데 고공 낙하하는 사람, 몸에 불 붙이는 사람, 격투하는 사람 등 각각 분야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세분화 하면 전체 제작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한사람이 다 합니다. 그래도 실력은 뒤지지 않죠.


-외국과 비교해도 실력차이가 나지 않나요?
▶ 그럼요. 우리나라 스턴트맨들의 실력은 외국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사망유희’에서 이소룡 대역을 맡았던 분이 한국 사람인거 아세요? 대부분의 스턴트맨들이 자신의 실력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든지 공포심은 없고요.


-그럼 혹시 주변에 스턴트 일을 하다 사망하신 분이 있나요?
▶ 제가 지금까지 이 일 하면서 3명 봤어요. 25년 넘게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3명이면 다른 사건사고들에 비해서 적은편이지만. 현장에서 사고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요.


-일하다가 다친 적 있으세요?
▶ 그럼요. 건물에서 거꾸로 떨어진 뒤 폭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엉뚱한 게 터져서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어요. 후배들 중에는 발이 부러졌는데도 깁스한 채로 현장에 나오는 경우도 있죠. 다쳤다고 소문나면 일도 못하고 생활에 지장이 있어서 숨기고 일하는 경우도 많아요. 직업 특성 상 보험 들기도 쉽지 않죠.


-수입은 어때요?
▶ 옛날이나 지금이나 수입은 크게 변동 없어요. 몸사리지 않고 현장에 뛰어드는데도 관계자들은 비싸다고 얘기하죠. 총각들이야 그런대로 먹고 살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이것만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요. 저도 20대 시절에는 밤무대에서 차력쇼하면서 돈 벌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턴트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요? 어떤 매력이 있나요?
▶ 위험한 것을 몸으로 느끼는 스릴이랄까? 일종의 짜릿함 같은 거죠. ‘죽음’을 두려워하면 절대로 이일을 할 수가 없어요. 대부분 스턴트맨들은 죽을 고비를 이겨낸 그 순간 마력에 지배당해요.


-연습은 어떤식으로 진행되나요?
▶ 체육관에 모여서 연습하는 것 외에는 실전이 연습이에요. 자동차 부딪히는 장면을 찍는다고 해도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이나 상황이 안되니 현장에 가서 직접 부딪히는 거죠. 그래도 저희 나름대로 외국자료를 수집하고 분석도 해요. 자동차정비업소에 직접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배우기도 하고요.


*김범석 프로필

<드라마>
1988 바람,구름,비(KBS 입문)
1995 용의눈물, 전설의 고향(무술지도)
1999 여인천하 (무술지도)
2000 왕의 여자 (무술지도)
2004 오! 필승 봉순영(무술감독)
2006~2009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무술감독)
<영화>
2002~2007 돈텔파파, 마파도 2 (무술감독)
2008 아기와 나, 유감스러운 도시(무술감독)
2009 청담보살(무술감독)



-스턴트 장비나 환경은 어떤가요?
▶ 많이 열악하죠. 스턴트배우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아요.


▶ 많이 열악하죠. 스턴트배우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아요.

-감독님이 생각하시기에 가장 위험한 장면은?
▶ 대부분 다 위험하지만..꼽자면...자동차 뒤집히고 폭파하는 거요.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 드라마는 시청률이 많이 나오고 영화는 관객수가 많이 동원될 때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동료들끼리 술 한잔 기울이면서 “저 장면, 저거 내가 했잖아” 하며 뿌듯해 하죠.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나요?
▶ 이덕화씨요. 우리 스턴트맨들의 고충을 잘 알아주시는 분이에요. 현장에서 배우들이 먼저 다가와 건네는 따뜻한 말이 우리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진정한 액션배우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우를 양성하는 대학의 연극영화과에 ‘액션, 무술, 스턴트 교육’ 수업을 신설해 현장감 있는 교육지도를 하고 싶어요.요즘 오디션 현장을 가보면 대부분 배우지망생들의 특기는 춤 아니면 노래(뮤지컬)에요.


몇백 명 되는 참가자들이 모두 다 똑같죠. 지루할뿐더러 나중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자신의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주는 무술이나 스턴트 동작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눈에 확 들어오지 않겠어요?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이 실용성 있는 교육을 바탕으로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한편 무술감독이자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무술연기자노조 지부장인 김범석씨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으며 정두홍, 신재명등 내로라하는 무술감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스턴트배우’들의 처우개선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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