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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환학생으로 처음으로 한국에 온 따루씨. 그녀는 당시 막걸리 주점이 많았던 고려대 근처에 살면서 자연스레 막걸리를 접했다고 한다.
“제가 핀란드에 있을 땐 술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을 정도로 술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소주, 맥주, 막걸리를 접하게 됐죠. 소주나 맥주는 제가 먹기에 너무 쓰더라고요, 그런데 막걸리는 달랐죠. 단맛과 신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맛과 향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 뒤로는 학교가 끝나면 제가 먼저 막걸리 집에 가자고 말할 정도가 됐답니다.”
1998년, 1년 정도 한국에 머물다 핀란드에 다시 돌아간 그녀는 한국 음식과 막걸리를 잊지 못해 5년 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정착하게 됐다.
“한국에서 1년 정도 지내다 막상 핀란드에 돌아가니 청국장, 순댓국, 홍어 등 한국 음식이 참 그리웠어요. 핀란드에서는 감자를 이용한 요리가 대부분인데요, 거의 소금과 후추만 써서 맛이 심심하고 다양하지 않아서인지 더 그리웠죠. 한식은 매우면서도 달콤하고, 때론 단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다 맛볼 수 있잖아요. 그러다 5년 전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심했어요.”
따루씨는 한국에 정착하게 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그때 지역마다 막걸리와 전통주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녀가 처음 막걸리를 맛보았을 때는 서울 막걸리가 전부인 줄 알았다고 한다. 지방 여행을 다니면서 전북 고창 막걸리도 마셔보고, 대구, 부산 등 각 지역의 막걸리를 마셔봤는데, 달면서도 쓴 와인처럼 그 맛이 다양해 푹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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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미녀들의 수다(미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핀란드에서 온 따루 살미넨씨. |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도 낮고, 쌀로 빚었다는 점에서 다른 술들과는 달리 건강을 생각한 술입니다. 쌀을 주원료로 해서 단백질, 탄수화물과 칼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B군 등 다양한 영양성분이 들어있어요.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도 속이 편하고요, 특히 막걸리의 새콤한 맛은 0.8%의 유기산 때문인데 이 유기산은 장을 자극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합니다. 변비와 다이어트에 좋은 거죠.”
“막걸리 공부하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웠어요”
이런 매력에 빠져 따루씨는 지난해 3월 막걸리 주점을 열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막걸리 전문교육기관인 ‘막걸리 학교’를 다니며 막걸리의 역사, 술 빚는 법, 마케팅 등 이론과 실기를 10주 동안 배웠다.
“막걸리 주점을 열기로 결심하고 6개월 동안 준비했습니다. 많은 종류의 막걸리를 먹어보긴 했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막걸리 학교를 다니며 공부했어요. 직접 누룩도 만들어 복분자, 수삼 막걸리도 만들어봤어요. 먹을 때와는 다르게 직접 만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의 지혜도 느낄 수 있었고, 막걸리가 단지 술이 아닌 하나의 문화라는 걸 배울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막걸리 학교에서 진행한 생탁주, 살균탁주 블라인드 테스트에도 통과했다. 이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은 수강생 4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막걸리를 대하는 그녀의 남다른 열정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자신의 주막에서 파는 메뉴 중 막걸리 A, 막걸리 B는 아직까지 서울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막걸리라고 한다. 그녀가 직접 경상도와 전라도를 돌아다니며 찾은 막걸리다. 이름 대신 이니셜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곳의 인기메뉴라고 한다.
왜 한국선 ‘막걸리’보다
‘와인’ 더 선호하는 거죠?
특히 그녀가 막걸리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 사람들이 막걸리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막걸리 공부 하면서 한국 친구들의 술 문화를 살펴보게 됐는데, 막걸리보다는 와인을 선호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냄새가 나지만, 와인은 향기도 좋고, 고급술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막걸리를 마셔서 머리가 아픈 것은 간혹 유통기한 때문에 불필요한 화학 성분을 넣어서 그런 거예요.”
그녀는 “이런 성분을 빼고 제대로 만들면 막걸리처럼 건강에 좋은 술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막걸리는 발효법이나 보존 기간에 따라 맛의 깊이와 향기가 달라지고, 몸에 좋은 쌀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결코 와인에 뒤지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 유럽에서도 웰빙 소재가 인기를 끌고 있어, 건강을 생각한 약한 도수의 술이 잘 팔린다고 한다. 그녀는 짧은 유통기한을 기술로 극복한다면 해외에서도 막걸리가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부모님도 막걸리를 좋아해 핀란드 찾을 때면 꼭 캔막걸리를 사갈 정도라고 한다. 다만 그녀는 한국인들부터 막걸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와 비교해 봤을 때 현재 막걸리 소비량은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일제 강점기에 막걸리를 가정에서 못 빚게 하면서 막걸리 문화가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죠. 지금은 누룩 만드는 양조장도 세 군데 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로 한국의 전통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근데 이런 걸 모르는 한국인들도 많더라고요. 한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막걸리를 찾는다면 와인이나 소주처럼 대중화가 되지 않을까요?”
그는 이어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듯이 한국 사람들이 막걸리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핀란드에도 막걸리 ▲ kbs 미녀들의 수다.
주점 열고 싶어요”
따루씨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어봤다. 그녀는 “한국에 있는 모든 종류의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다”며 막걸리 예찬론을 펼쳤다.
“한국은 지역마다 김치 종류가 다양하듯 막걸리도 다양하다고 들었어요. 아직 가보지 못한 지역이 많다보니 맛보지 못한 막걸리도 많아요. 틈틈이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에 있는 다양한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어요. 저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든 것보다는 시골에서 직접 빚은 걸쭉한 전통 막걸리가 더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막걸리를 빚어보고 싶네요.”
그녀는 이어 핀란드에도 막걸리 주점을 열고 싶다고 했다. 고향 사람들에게도 막걸리 맛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한국의 전통 막걸리를 맛보고 경험을 쌓아 한국에서 제 이름을 딴 따루 주막 2호, 3호를 오픈하고 싶어요. 그리고 10년 뒤에는 제 고향인 핀란드에도 막걸리 주점을 오픈하고 싶어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막걸리를 제 고향에도 맛보게 해주고 싶거든요.”
막걸리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배울 수 있어 하루하루가 새롭고 재미있다는 따루씨. 그녀가 막걸리에 매력에 빠진 것처럼 우리 전통 술 막걸리가 프랑스의 와인처럼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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