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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논란…후폭풍 일파만파
MBC는 최근 논란에 휩싸인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나는 가수다)’의 연출자 김영희 PD를 교체한다고 23일 밝혔다.
MBC는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서 규칙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며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김 PD를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능국 총괄 책임자인 안우정 예능국장에게는 지휘책임을 물어 구두 경고했다.
MBC는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MBC의 극약처방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제작진이 감수했다고는 하지만 애초 기라성 같은 가수들에게 등수를 매긴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었다.
김수현, “평가단이 있으나마나 재도전 급조하고 영리하게도 ▲ MBC '나는 가수다'의 연출자 김영희 PD.
선택권은 가수에 넘긴 방송사 얇실함에 입맛이 썼다” 비난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트위터에 "프로그램 자체가 미스컨셉션"이라며 "가창력으로 신인가수를 뽑는 것도 아니고 이미 자기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 데려다 놓고 누굴 떨어뜨린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사전 선호도 평가에서 실력파 R&B 가수 정엽이 7위를 하자 가수 휘성은 "정엽 형의 진보적인 팔세토(가성) 창법이 인정받지 못한다면 과연 가수들이 그 대결에서 모험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며 평가의 한계를 우려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서바이벌이 시작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애초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상 탈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시청자들은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지만 출연자와 제작진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화근이었다.
지난 20일 방송에서 첫 번째 7위 득표자로 김건모가 선정되자 MC 이소라를 비롯한 가수들은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재도전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서바이벌 원칙을 만들었던 제작진이 긴급회의 끝에 재도전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스스로 원칙을 깨는 행태를 보였다. 시청자들의 분노는 여기서 촉발됐다.
서바이벌은 엄연한 시청자와의 약속이었고 재도전 기회 부여는 이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던 청중 평가단 500명의 결정이 무시당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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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논란에 휩싸인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출연 가수들. |
김수현 작가는 트위터에 '평가단이 있으나마나 재도전을 급조하고 영리하게도 선택권은 가수에 넘긴 방송사의 얇실함에 입맛이 썼다'고 적었다.
프로그램 책임자인 김영희 PD가 결국 지난 22일 원칙을 깬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리기 어려웠다.
뜨거운 화제를 모은 지상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스스로 원칙을 뒤집는 행위는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MBC가 김영희 PD 교체 이유를 "한 번의 예외는 두 번, 세 번의 예외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MBC로서는 시청률 18%를 넘어서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프로그램의 수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상파 방송으로서 공적 책임을 무시할 수 없었던 셈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애초 노래 잘하는 가수를 떨어뜨린다는 잔인한 매력에 시청자들이 몰렸는데 서바이벌 원칙이 깨지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악수가 됐다"며 "기득권층에 비유되는 정상급 가수들에게 예외가 적용된다는 사실도 대중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연출자 김영희PD는 지난 22일 현재의 논란에 대해 "나의 하차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고, MBC측은 다음날인 23일 오전 김영희 PD의 하차를 결정했다. 가수측도 그들대로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김영희PD를 믿고 출연한 만큼 하차 철회를 요구할 수도 있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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