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2학년생 아파트서 투신자살…올 들어서만 2건
“지난 수업시간 본 게 마지막이라니…” 추모글 잇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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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스트 학생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잇단 자살을 하고 있다. |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6시35분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앞 화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KAIST 2학년생 A(19)군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A군은 과학고 출신 학생으로 최근까지 강의를 듣다가 지난 16일 돌연 휴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블로그에는 “우울하다. 힘들다"는 글이 지난 19일 오후 8시47분 마지막으로 올라와 있다. 또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아파트에서 투신하기 전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겠다. 여동생에게 미안하다” 등의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이 같은 블로그 내용과 가족 등에게 남긴 유서내용,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8일 전문계고 출신의 B(19)군이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과학경진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로봇박사’로 불리다가 지난해 학교장추천 전형을 통해 입학해 KAIST에 다니던 중 저조한 성적과 여자 친구 문제 등을 괴로워하다 이 같이 극단적인 길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올해 들어서만 2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면서 KAIST 학생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KAIST에 따르면 이 학교는 학생들의 고민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상담전문가 4명이 상주하는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상담전문가는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인당 1시간 이상 걸리는 개인 심층상담을 하루 10건 가량 하면서 수시로 전화 상담에도 응하고 있다.
방학기간을 빼면 개인 심층상담만 1년이면 2천 건 이상 이뤄지고 있는 셈인데 이 가운데 진로나 대인관계, 이성문제 등보다 성적에 관한 것이 15% 안팎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성적에 관한 고민이 많은 것은 우수한 학생끼리 모여 경쟁해야 하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KAIST 관계자는 "우수한 학생들이 모였다 하더라도 그 집단 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순위가 매겨져야 하는데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성적을 받은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충격이 매우 크고 그에 따른 심리적 위축도 심한 것 같다"며 "우수 학생들이 모인 조직에서는 공통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KAIST 학생들이 모두 모범생이다 보니 다소 심약한 면이 없지 않다"며 "기숙사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성적 다음으로는 진로에 관한 상담이 많고 대인관계나 이성문제 등에 대한 고민도 있다.
KAIST 관계자는 "간혹 자살충동까지 느낀다는 학생이 찾아오기는 하지만 장시간의 상담을 통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가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상담센터를 찾지 않고도 충분히 건강한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학생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AIST가 학생들의 고민 해결과 스트레스 해소 등 정신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상담센터나 클리닉 등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KAIST 관계자는 “지난 1월 B군 사건 이후 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새내기 지원실을 신설하는 한편 기존 4명이던 상담센터 인력을 6명으로 증원할 계획도 갖고 있던 차에 다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유족을 위로하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뒤 후속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2개월여 만에 또 자살소식을 접하게 된 KAIST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와 A군의 블로그 등 “이런 슬픈 일이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벌써 두 명이나 우리 곁을 떠나다니 마음이 아프다”, “지난주 수업시간에 본 게 마지막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등의 추모글을 올리며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한편 KAIST는 올해 들어 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새내기 지원실을 신설하는 한편 기존 4명이던 상담센터 인력을 6명으로 증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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