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100호골 달성, 지긋한 불운 이제는 안녕

김병은 / 기사승인 : 2011-03-29 1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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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통상 6번째 100호골 등록 K리그 최다골(116골) 넘는게 목표
▲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20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 경기에서 100호골을 넣은 뒤 시상하고 있다.
험난한 축구인생을 걸어온 ‘라이언 킹’ 이동국(32)이 다시 한 번의 포효를 시작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동국은 지난 20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부산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정규리그 3라운드 홈 경기에서 팀에 0-2로 지고 있던 전반 32분 추격골을 신호탄으로 역전골까지 터트리며 K리그 통산 역대 여섯 번째로 100호골 돌파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7일 통산 99호골을 넣고 나서 아홉수에 시달리며 한동안 침묵을 지켰던 이동국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3경기와 올 시즌 정규리그 2경기 등 총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골 세리머니를 하지 못해 남모를 가슴앓이를 했지만 100호골과 함께 101호골도 한꺼번에 기록하며 그동안의 설움을 한순간에 털어냈다.

전북은 이날 전반 18분 부산의 양동현에게 선제골을 내주더니 전반 30분 임상혁에서 추가골까지 내주며 홈에서 힘겨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패배를 앞둔 위기의 순간 킬러의 본능을 발휘하며 해결사로 등장한 것은 역시 ‘토종킬러’ 이동국이었다.

이동국은 전반 32분 루이스의 패스를 받아 패널티지역 정면에서 왼발슛으로 골 맛을 봤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K리그 통산 100호골 이었다. 상승세를 탄 이동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반 19분 에닝요의 코너킥을 골 지역 왼쪽에서 번쩍 솟아올라 헤딩슛으로 K리그 통산 101호골이자 역전골까지 터트리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결국 이날 전북은 5골을 몰아치며 부산을 5-2로 꺾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로 인해 이동국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부담감을 떨쳐냈다. 2008년 성남 일화에서 13경기 출전에 2골에 그쳐 ‘한물갔다’는 평을 들어야 했던 이동국은 2009년 전북으로 이적한 뒤 32경기에서 22득점을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지난 시즌에는 30경기에 13골로 2009년에 비해서는 기록이 다소 저조했지만, 여전히 악바리 근성으로 전력의 핵심 노릇을 충실해 해냈으며 올시즌 들어 그 결실을 맺게 됐다.

프로축구 통산 6번째로 100호 골을 돌파한 이동국으로서는 역대 최다 골 기록도 눈앞에 두게 됐다. 지금까지 프로축구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는 인천에서 2009년까지 선수로 뛰었던 우성용으로 모두 116골을 넣었다. 이외에도 김도훈 114골, 김현석 110골, 샤샤 104골로 모두 4명이 명단에 올라 있다.

특히 이동국의 최근 2년간 득점 페이스를 보면 올해 안에 116골까지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올해도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병행해야 하는 점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전북이 올해 정성훈, 김동찬 등 공격수들을 보강해 이동국으로서는 체력 안배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최다골 기록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동국은 100호골을 넣은 후 “동료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100호 골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 경기 골을 넣겠다는 생각으로 뛰다 보면 많은 골이 나올 것”이라고 최다골 기록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싶다고 전제한 뒤 “선수로서 매 게임 골을 넣겠다는 생각으로 나선다”며 “그러다보면 많은 골을 넣을 것으로 생각하고 골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는 만큼 경기 찬스가 오면 골을 넣겠다”고 강조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도 자신에게 와서 대기록을 달성한 기쁨을 함께했다. 최 감독은 “이제 홀가분하게 됐으니, K리그 역대 최다골을 넘어서는 공격수가 됐으면 한다”고 축하의 말을 건냈다.

기록을 달성한 이 경기로 인해 이동국은 K리그 2011 3라운드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기술위원회에서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 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호, 101호골을 잇달아 넣어 전북 현대에 승리를 안긴 이동국을 3라운드 MVP로 선정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연맹 기술위는 프로축구 통산 6번째로 100호 골을 돌파한 이동국에 대해 시즌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전북의 공격을 주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처럼 100호골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서광이 비추고 있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고 험난한 축구 인생을 보낸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이동국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역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황선홍을 포함해 안정환, 설기현, 조재진 등 많은 선수들도 굴곡이 심한 인생길을 걸어왔다. 조재진의 경우에는 최근 은퇴까지 선언해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굴곡진 축구인생의 최고봉은 역시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처음 프로무대에 뛰어들 때만 해도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신인상까지 수상하는 등 공격수의 부재가 아쉬웠던 한국축구 공격의 희망으로까지 떠올랐다.
데뷔 첫 해인 1998년에는 신인으로써는 드물게 무려 11골이나 터트리며 신인상을 수상했고 그해 개최된 프랑스월드컵에도 출전해 탄탄한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잦은 부상, 부진, 해외 진출 실패까지 악재가 겹치며 다시는 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평까지 나돌았다. 특히 2000년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실패한 것이 험난한 인생의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그는 이후 2002년 월드컵에서도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북에 입단하는 2008년까지 암울한 시대를 지냈다. 그러나 이동국은 주변에서 어떤 말이 들리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담담히 걸어왔고 그 결실이 바로 100호골이다. 험난한 선수 생활 속에서도 K리그 출전 252경기 동안 100골, 경기당 0.4골이라는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공격수의 주 역할인 골 넣는 것을 꾸준히 해왔던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져가고 부진으로 인해 각종 루머에 시달렸지만 이동국은 이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K리그의 토종 골잡이가 확실하다는게 입증됐다.

2009년 전북의 K리그 우승과 득점왕 등 두 개의 소원을 성취했던 이동국이 올해는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시즌 득점왕, 역대 통산 득점 1위까지 네 가지 소원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을지 팬들이 거는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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