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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C서울은 지난 6일 수원과의 개막 경기에서 0-2로 패배한 이후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서울은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릴 정도로 전망이 밝았다. 디펜딩 챔피언의 전력이 누수현상 없이 그대로 유지됐고 몰리나, 김동진 등을 영입해 막강 공격진을 형성했으며 공격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제파로프마저 완전 이적 협상이 타결되면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최강의 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순항을 할 것이라는 초반 예상과는 달리 모든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지난 6일 벌어진 라이벌 수원과의 개막전 경기에서 0-2로 패하며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서울은 12일 대전과의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상대팀의 자책골로 무승부를 거뒀지만 깨끗한 패배보다 더 초라한 지경이 됐다.
또한 지난 20일 벌어진 2011 K리그 3라운드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0-3으로 패하며 황보관 감독으로 교체된 이후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개막 3경기 만에 15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 구단은 예상치 못한 시즌 초반 몰락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서울의 팬심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평소 같으면 원정경기에 최소 4-5대 정도의 서포터즈 버스가 동원되는데 지난 전남과의 경기가 열린 광양에는 겨우 3대의 버스만 응원에 나섰다. 한 서포터즈는 “팀의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참여도가 떨어지는게 사실이다”면서 “지난 주중에 열렸던 AFC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도 서울 관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잘못된 팬심은 수원의 윤성효 감독에게까지 부진의 원인을 돌리고 있다. 윤 감독은 지난 6일 서울과의 개막 경기를 앞두고 “서울은 우승 다음 시즌이 별로 안 좋았다”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은 “이것이 다 ‘윤성효의 저주’ 때문이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일부 팬의 경우 황보관 감독의 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작년 시즌에 팀의 우승을 일궈낸 빙가다 감독과의 재계약을 돌연 포기하더니 국내 무대에서 경험이 전무한 ‘일본파’ 황보관 감독을 영입했다는 것부터 의심쩍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른 팀들이 대대적인 선수 영입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서울은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낸 점도 지적의 대상이다. 일부 팬은 홈페이지를 통해 “애초에 올 시즌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고 성토했다.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서울의 부진이 2011 K리그 흥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 입장에서는 다른 팀이 아니라 FC서울이기에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5만 관중 시대를 기대한 K리그는 서울의 부진으로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K리그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최다 인구가 밀집해 있는 서울인 만큼 서울이 연고지인 팀이 부진하면 리그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시즌 개막 이후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리그 차원에서 좋지 않은 현상이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서울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주전들의 줄부상을 원인으로 돌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드필더의 부재는 생각보다 심각한 전력누수 현상을 가져왔다. 서울의 허리를 담당하는 최태욱, 고명진, 하대성, 한태유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당연히 정상가동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데얀, 몰리나 등의 공격수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미드필드에 직접 가담하다보니 골은 넣지 못하고 오히려 역습을 당해 쉽게 골을 먹어 대패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주전이 빠졌다고 해도 너무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명색이 최고의 전력을 가진 팀 중 하나인데 겨우 주전 몇명이 빠졌다고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달 말 A매치 경기로 인해 다음달 2일 전북과의 경기까지 팀을 재정비할 시간을 어느 정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의 부상으로 3월 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선수들이 조금씩 복귀하기 시작하는 4월부터는 상황이 많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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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C서울 황보관 감독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
데얀, 제파로프에 몰리나까지 가세해 ‘최강 공격력’을 구축했다는 평을 들었는데 무득점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어 만약 황보관 감독이 당장 다음달부터 공격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경질설까지 대두될 수 있게 된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 시즌 12월까지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느라 시즌 준비가 다소 늦었고 황보관 신임감독이 뒤늦게 사령탑에 올라 시즌 준비가 더욱 짧을 수 밖에 없었다”며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정상적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감독 역시 지난 20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0-3으로 참패한 후 “무엇보다 나부터 반성하겠다”면서 “남은 2주간 준비를 철저히 해서 4월부터는 달라진 서울의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만약 서울의 시나리오대로 다음달 전북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하게 된다면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의 경우 올시즌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제패를 노리고 있는 만큼 시즌 초반인 현재 상승세이다. 특히 국내파 특급 골잡이 이동국도 100호골 기록을 경신하며 물오른 감각을 보이고 있어 서울이 반전드라마를 펼치기에 아주 좋은 먹이감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전북에 다시 큰 점수차로 완패하게 된다면 충격은 두 배가 될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올 시즌 내내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 한가지 지적되는 문제점은 선수들의 정신력이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3경기 동안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승리에 대한 욕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프로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초보적인 패스조차 실수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팀의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상대팀은 서울의 강한 전력을 알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반면 서울의 현실 대응은 너무나 안이하다. 지금까지의 3경에서 모두 선제골을 허용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선수들도 선제골을 먹고 나면 먼저 포기해 버리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 시즌 우승하기까지 영원한 2인자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지난 10년간의 노력을 다시 기억해야만 할때다.
사자가 아무리 늙고 힘이 없어도 사자인 것처럼 FC서울은 2010년 프로축구 챔피언이다. 시즌 초반 3경기만 보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비록 15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나사가 풀린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승리를 향한 열정을 불태운다면 반드시 우승컵에 입맞춤는 영광을 가지게 될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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