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생활보호대상자 묻지마 폭행 무방비 ..

노정금, 박지영 / 기사승인 : 2011-12-26 09: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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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김모씨“다짜고짜‘부산역을 접수하러 왔다’며 소주병을 깨 휘둘렀다.
이대로 있다간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휘두르는 병을 맞아가며 제압해 마침 지나가는 112순찰차를 타고 동부경찰서로 갔다”


[일요주간=노정금, 박지영 기자] 지난 19일 경남 마산 중부경찰서는 술값을 계산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 폭력전과 14범인 유모(46)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마산 일대 주점 업주들에게 특정폭력조직을 들먹이며 협박과 폭력을 휘두르고 술값 200만 원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 뒤 도주 중이던 유씨는 길에서 만난 피해자를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또 폭력을 휘둘렀다. 현장에서 잡힌 유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지난달 16일 새벽 2시에 부산역 광장에서 발생했던 노숙인“묻지마 폭행 사건”의 가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안일한 수사가 2차, 3차 피해를 낳았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일요주간>에서는‘부산역묻지마폭행’의 피해자인 노숙인 김모(46)씨와 현재 김씨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는 이호준 실직노숙인조합 위원장을 만나 이사건의 전말과 노숙인 묻지마 폭행의 실상에 대해 들어봤다.


-노숙을 하게 된 경위를 말해달라.
답(김모씨) : 노숙생활 6개월째다. 젊었을 땐 배를 좀 타다 20년 동안 막노동으로 근근이 먹고살았다. 그런데 일주일 째 비가 내리는등의 문제로 일감이 떨어진데다 몸이 아파 그 동안 생활하던 여관(25만원)에서 하루 1만 원짜리 여인숙으로 옮겼지만 그조차 방세가 10일 정도 밀리자 쫓겨 났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부산역 으로 나오게 됐다.


-노숙인 시설 이용이나, 일자리를 구할 생각은 안 해 봤는가.
답(김모씨) : 인근 쉼터에 가서 생활해봤다. 그런데 일단 종교적성향이 안 맞는데다, 직업교육이나 소개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반 강제적인 규칙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나왔다. 그리고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딱히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숙생활에 몸이 아파 막노동일도 장기적으로 나갈 수 없어 띄엄띄엄 인력에 나가 약값에 용돈이나 벌어 쓰는 처지다.

-폭행을 당한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해 달라.
답(김모씨) : 부산역 1번 출입구 벤치 쪽에서 친구 박모씨하고 소주를 나눠 먹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통증이 밀려와 눈을 떠보니 나와 친구를 모르는 사람이 발로 차 일어나 “왜 그러냐?”고 따지니까, 다짜고짜 ‘부산역을 접수하러 왔다’며 소주병을 깨 휘둘렀다. 이대로 있다간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휘두르는 병을 맞아가며 제압해 마침 지나가는 112순찰차를 타고 동부경찰서로 갔다.

-휘두르는 소주병에 얼굴이 6군데나 찢겨 17바늘 꿰맸다고 했는데, 응급처치나 병원으로 안 갔는가.
곧바로 경찰서로 가서 두루마리휴지 등으로 상처를 지혈해가며 2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다. 나중에 피의자 쪽 형이라는 사람이 합의금에 성형수술까지 해 줄 테니 일단 병원으로 가자고 하니까 담당경찰관이 그러면 치료를 하고 합의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 피해자 동의도 구하지 않고 경찰관이 합의를 종용했다는 말인가.
답(김모씨) : 나한테는 한마디 동의도 구하지 않았지만, 그 상황에서 일단 치료부터 받고 보잔 심정에 인근 병원으로 따라가 얼굴 난 6군데 상처를 17바늘 꿰맸다. 치료를 받는 동안 형이라는 사람이 잠바를 하나 사와 건네며 치료비 8만 7,000원을 계산했는데, 잠바를 받지 않자 피의자가 ‘우리 형이 잠바도 사주고 치료도 해줬으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이걸로 끝내자 더 이상 딴소리하며 죽어버린다’고 협박해 그냥 부산역으로 왔다.

-다음날 피의자가 부산역으로 찾아 왔다는데.
답(김모씨) : 다음날 부산역에 찾아와 재미삼아 때렸다며 돈을 가져올 테니 내일 병원도 가고 합의도 하자했다. 그러나 3일이 지나도록 소식 없어 동부경찰서를 찾아가 이런 사실을 알리고 범인을 잡아 줄 것을 3차례나 종용했다. 하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고, 지난 19일 날 범인이 마산에서 잡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손에 화상은 어떻게 된 건가? 그리고 칼을 가지고 다녔다는데.
답(김모씨) : 겨울철 길거리 생활이라는 게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다. 추워서 휴대용 가스렌지를 켜다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칼은 경찰수사가 지지부진 해지자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피해자 김모씨(46)는 실직노숙인조합에서 일주일째 보호를 받으며 얼굴 실밥도 뽑고 화상치료를 해 몸이 많이 나아졌다.

한편 김씨를 폭행한 유씨는 부산 동부경찰서에서 합의한다며 나온지 5일 만에 경남 마산의 한 주점 업주를 무차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되는 등 잇따라 폭행과 갈취를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경찰은 이런 유씨에게 합의만을 종용하고 있다는 게 김씨를 보호하고 있다는 게 이호준 실직노숙인조합위원장의 설명이다.


이호준씨는 “이맘때쯤 되면 노숙인 묻지마 폭행이 극성을 부리는데, 요즘은 서울에서 내려온 노숙인들까지 뒤죽박죽이 되어 부산역은 그야말로 화약고 같다”고 했다.


또 그는 “생활보호대상자 수급 날을 노린 묻지마 폭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피해자가 신고를 꺼려 실태조차 파악이 어렵고 노숙인 사이에서 왈가왈부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준씨는 “아직 두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 부은 한 30대 후반의 노숙자는 몇 일전 술 취해 역 광장 화장실에서 나오다 필리핀인으로 추정되는 여러 남성들에게 이유 없이 집단 폭행당한을 당했지만 신고도 안했다”면서 “장애인화장실에서 머리가 피범벅이 되어 동료 노숙인들에게 발견된 40대 초반의 노숙인은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치료비가 없어 몰래 도주를 했다”고 묻지마 폭행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들의 실태를 전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경찰서나 부산역은 일렬의 사건들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산역 노숙인들을 상대로 주기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무리들이 있다는 소문도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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