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박지영 기자]시대를 앞서가는 혜안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세상을 뜨겁게 달군 명진 스님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전 몽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이 이명박 대통령을 ‘쥐’에 빗대어 ‘서이독경(鼠耳讀經;쥐 귀에 경 읽기)’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 MB정부 4년간 저자가 세상과 소통하며 MB와 MB정부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던진 사회 성찰 이야기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이 대통령을 겨냥해 “사람 주위에 제일 말 안 듣고 말썽 부리는 게 뭐 있나 봤더니 쥐가 있더군요. 시끄럽고 곳간이나 축내고 말도 안 듣는 게 쥐”라고 써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7일 청와대 관계자는 “일일이 대응을 해야되나. 책을 읽는 독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가 반응을 내면 오히려 키워주게 된다”며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와 애써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먼저 이 대통령과 MB정보의 거짓과 잘못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도덕성을 촉구한다. 두 번째로는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모두의 성찰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자는 것이다. 저자가 MB를 통해 구하는 것은 결국 중생의 행복인 것이다.
욕망이 질주하는 이 시대가 MB 한사람만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일벌백계라는 말이 있듯 MB를 통해 우리 시대를 성찰해 보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힘과 지혜를 모아서 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도덕과 신뢰가 없이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MB비판을 통해 MB의 잘못도 고쳐야겠지만 MB를 뽑은 우리 시대의 욕망에 대해서도 같이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러한 점을 누누이 설파한다.
허언필망
2008년 이명박 대통력 취임 전 명진 스님이 MB에게 준 첫 번째 화두가 허언필망(虛言必亡)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필히 망한다”는 가르침이다.
일부에서는 ‘종교인이 왜 현실에 참여하고 정치적 발언을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분명하게 대답한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는 것이다.
불교는 끝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올바른 깨달음의 세계로 가게 하는 역할이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치우치지 않는 사고력으로 세상의 흐름을 함부로 흘러가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세상이 아프면 더불어 아픔을 느낀다. 부처는 악을 나무라고 선을 권장하는 ‘파사현정’을 말했다, 그런 점에서 세상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스님이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현실 문제를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불행은 국민의 불행이다. 그런 점에서 MB에 대한 비판은 자비의 죽비다. MB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단순히 MB 한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다. MB는 이 나라 대통령이다. 나라를 끌고 가는 사람이다. 그가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우리 국민의 행복과 불행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MB가 바른 길로 가야하는 것이다. 저자는 MB가 대통력이 된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한다고 한다. 위장전입, 탈세, 범인도피, 위증교사 등의 전과자이며 부도덕의 대표인물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흠이 많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이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530만 표 이상의 엄청난 차이. 국민들은 그에게 도덕적 흠이 있는 줄 몰라서 뽑은 게 아니라 흠이 있어도 경제 발전을 시켜줄 인물이라고 해서 뽑은 것이다. 잘살게 해준다는 그 한마디에 도덕이고 민주주의고 뭐고 다 내버린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배부른 돼지의 길을 선택한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오로지 경제만을 위해 모든 가치를 포기한 선택이 오늘날 우리가 고통 받고 있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또한 국정의 최고 지도자는 마음을 비워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만의 것으로 모두 채워놓으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갈 틈이 없으며 자기 편한 사람, 자기 편들어주는 사람의 말만 들으면 그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된다고 말한다.
국민의 대통령이 되려면 자기 것을 버리고 비워서 그 속에 국민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과 MB정부가 듣기 싫은 말이라 배척하지 말고, 수행이 덜된 스님이 한 말이라고 고깝게 듣기 말고 ‘저런 이야기를 묵직하게 해주는 스님이 고맙구나’라는 폭넓은 아량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저자는 말한다. “수행자가 고준한 법문으로 기억돼야지, MB비판한 것으로 회자되다니 싶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말들로 위로 받는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희망을 찾자
MB시대에 와서 오로지 부자가 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착각 속에서 더 많은 것, 더 편한 것을 추구하고 있지만 부자가 된다고 해서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욕망만 쫓아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은 마치 울타리 안에 주인이 주는 밥 얻어먹고 때로는 매질도 견디면서 사는 가축과 같은 삶이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오로지 물질적으로 잘 살려고 하는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을 극복하지 않고는 더 나은 세상으로 건너갈 수가 없는 것이다.
모두가 ‘부자 되게 해준다’는 거짓말에 속고 부자 되고 싶다는 자기 욕망에 눈멀어 선택한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MB시대의 일이다,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판단도 버리고 잘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물음도 내팽개치고 불나방처럼 욕망을 향해 나아가다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본문에서 “다시 우리가 희망을 꿈꾸려면 MB시대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저 부자 되고 싶다는 욕심에 눈멀어 옳고 그름을 살피지 않았던 우리 국민의 선택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것, 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진짜 부자고,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 없이, 거짓말을 하건, 사기를 치건, 위장전입을 하건, 논물 표절을 하건, 부동산 투기를 하건, 탈세를 하건 무조건 부자 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도덕과 양심쯤은 두 눈 질끈 감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이 물에 뜨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하듯, 불가에서 말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려면 마음속에 있는 불필요한 힘을 빼야 한다. 마음에 힘을 빼고 끝없이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성찰 없는 집착이 우리사회의 여러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자기를 비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사회를 바꾸는 기본자세다”라고 전한다.
지난 2009년 11월 30일 저자는 모 일간지의 대담에서 “저는 확신을 가진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장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늘 회의하지 않는 사람이 제일 위험합니다. 그런 태도가 전쟁까지 빛어 냅니다. 확신을 갖고 하는 일이 갈등을 낳는 겁니다. 나는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게 옳은가에 대해 항상 회의하고 돌이켜보고, 끝없이 옳은 길을 살피며 가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반성하고 성찰하지 않기 때문에 MB가 가장 나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MB나 나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끝없는 판단과 선택을 하면서 살고 있다, 삶이란 끝없는 판단과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겸허한 성찰과 물음이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 모른다. 그런 성찰과 물음이 있다면, 설사 잠시 잠깐 잘못된 길에 접어들더라도 다시 돌아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저자는 무언가 옳다는 확신에 빠지지 말고, 늘 회의하는 혁명적 이단아가 되자고 하는 것이다.
행복한 세상
저자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도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나라 거덜내’, ‘MB형제 비선조직 영포회, 국정 농단의 핵심’, ‘조폭이 쓰는 대포폰으로 범죄 은폐한 MB 형제’, ‘최초의 민관 합작 투기는 청와대 작품’, ‘내각은 잡범 집단, 청와대는 우범 집단’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다.
저자가 이 책을 낸 이유는 “사람 사이에 신뢰가 있고 도덕이 있고 서로 돕고 사는, 살맛 나는 세상이어야 행복한 세상”이라면서 “MB는 그것에 역행했기 때문에 비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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