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 “국무총리실, 공직자·언론인·민간인 무차별 불법사찰“폭로…문건 2600여건 공개 ..

김정환 / 기사승인 : 2012-04-02 10: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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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김정환 기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사찰을 무차별 하게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최근 3년 동안 공직자와 언론인, 민간인 등을 무차별로 사찰해 온 내용이 확인됐다. KBS 새노조가 지난달 30일 파업을 계속 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인터넷 뉴스 '리셋(Reset) KBS 뉴스9'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작성한 불법사찰 문건 2,619건을 입수해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KBS 새노조에 공개한 문건을 보면, 공직자에 대한 감찰 문서가 상당 부분에 달했으며 어청수 청와대 경호처장과 강희락 전 경찰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등에 대한 업무능력과 근무태도, 비위 등을 감찰한 내용의 '복무 동향 보고서'가 수십건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류철호 전 도로공사 사장,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최성룡 전 소방방재청장, 윤여표 전 식약청장, 윤장배 전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등도 사찰 대상에 포함돼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무 동향 보고서에는 공직자들을 국정철학 구현과 직무역량, 근무능력, 도덕성 등의 항목으로 평가했으며 공직자들에게 각 항목별로 별5개 만점의 평점을 주는 방식으로 점수를 줬다.

이어 총리실의 불법사찰 대상은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에서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경찰대학 교수 등 경찰 중간급 간부에 대해서도 사찰을 실시해 사찰 내용 등을 보고서에 기록했다.

경찰 내부망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하위직 경찰 공무원에 대한 감찰 내용도 있었다. 더욱이 전·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 클럽에 대한 사찰 문건도 150건에 달했다. 또한 언론사에 대한 사찰도 확인됐다.

이에 청와대가 KBS·YTN·MBC 등 방송사 사장 및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2009년 8월 25일 1팀 사건 진행상황'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KBS·YTN·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라고 작성되어 있다.

이 보고의 담당관은 원충연 조사관, 비고에는 BH(청와대) 하명이라고 되어있다.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는 YTN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것과 관련해 검찰에 항소하라고 건의하라는 내용까지 적혀있다.

이 문건에는 배석규 사장에 대해 "신임대표 이사로 취임한 지 1개월여만에 노조의 경영개입을 차단하고 좌편향 방송시정 조치를 단행했다"며 "전 정부때 차별을 받아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인다"고 평가하는 등 긍정적으로 적어놓았다.

야당에 대한 사찰도 이뤄졌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과 전직 경찰 고위간부를 지낸 홍영기 전 서울청장 등이 그 대상이었다. 홍 전 서울청장은 민주당에 입당했다. 또 강정원 국민은행장 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출연한 '삼성 고른 기회 장학재단' 등 기업인에 대한 사찰도 확인됐다.

2008년 작성된 '하명사건 처리부'라는 문건에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외에 촛불집회 관련 단체들도 적혀있었다. 서울대 병원 노조 등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으며 이상득 의원에 반기를 들었던 정태근 의원과 식사 자리를 '2번' 가졌다는 민간인 박모씨도 사찰 대상에 포함돼 사찰을 받았다.

또한 이세웅 전 한국적십자사 총재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박규환 전 소방검정공사 상임감사 등도 사찰 대상에 올려져 있었다. 이에 이들이 사퇴 압박에도 사퇴를 하지 않고 버텨 약점을 잡기 위한 뒷조사로 읽혀지고 있다.

한 고위 공직자는 내연녀와의 불륜 행적을 분단위로 감시당한 내용까지 상세히 적혀있다. 2009년 5월 19일자에 작성한 '한 사정기관 고위 간부 사찰 문건'에 따르면 이 간부는 내연녀와 함께 있던 장소와 시간, 나눴던 대화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특히 '이 간부와 내연녀가 병맥주 2병과 과자 3봉지를 구입, 계산을 하려다 내연녀가 맥주 1병을 떨어뜨렸다', '둘이 차밖에서 선채로 가볍게 뽀뽀하고 헤어질 듯 하더니 같이 아파트로 들어갔다'는 두사람의 불륜행각을 상세하게 적어놓았다.

이에 새노조 관계자는 "결국 이 간부는 이러한 내용이 보고된 지 2달만에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최근 민간기업에서 취업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이 문건이 공무원의 인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노조는 관계자는 또 "이번에 입수한 모든 문건은 조사관 1명이 갖고 있던 것이라 극히 일부에 해당될것"이라며 "이미 삭제된 나머지 자료에 훨씬 방대한 (사찰)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선 "대통령 하야 논의할 때"

이와 관련해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 및 MB심판 국민위원회 공동회의에서 "대한민국 국민 2,600여명에 대한 불법사찰 진행 상황과 기록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다"며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범국민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박 최고위원은 사찰 관련 문건을 제시하며 "청와대 지시임을 입증하는 BH하명이라고 돼 있고 담당자 이름, 종결 사유, 처리결과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며 "이것이 바로 청와대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사정기관에서 불법사찰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또 "사찰 기록을 청와대와 사정기관은 물론 새누리당도 활용했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왜 민간인 사찰에 소극적인가에 대한 대답을 거기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찬종 “청와대 쑥대밭, MB는 침묵”

국회의원 출신인 박찬종 변호사도 이날 “청와대가 쑥대밭이 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침묵으로 직무유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민간인 사찰 사건은 MB의 턱밑까지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청와대가 쑥대밭이 되고 있는데, MB는 침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고책임자다.(헌법66조) 지금 대통령의 침묵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다”라고 꼬집었다.

장진수 "MB에 보고됐다"

한편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지난달 28일 모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증거인멸이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폭로했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1월 나에 대한 총리실 중앙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후, 국무총리실 정모 과장과 두 차례 만났다"며 "두 번째 자리에서 정 과장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VIP에게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VIP는 통상 공무원들 사이에 대통령을 지칭하는 말이다"고 밝혔다.

장 전 주무관은 또 "이 대통령에게 사건이 보고된 뒤 민정수석실 안에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7명을 케어(담당)할 담당자들이 정해져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 과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지원총괄과장 후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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