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칭찬 운동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10여년이 지났다. 내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필 강의를 시작하면서부터 칭찬전도에 나섰으니 말이다. 교회에서 이 정도 열심히 전도를 했으면 집사를 거쳐 장로쯤으로 승진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수필창작반 수강생들에게 매주 칭찬거리를 찾아오도록 숙제를 낸다. 그리고 다음 주 강의를 시작할 때 돌아가면서 각자가 찾아낸 칭찬거리를 발표하도록 한다. 숙제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꼭 검사한다.
대개 모든 수강생들에게 발표 기회를 주지만, 수강생 숫자가 많은 반에서는 내가 무작위로 지정하여 발표하도록 한다. 숙제 준비에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것이다. 그런데도 칭찬거리를 찾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자백하며 계면쩍은 웃음을 짓는 분이 있는가 하면, 칭찬거리 발표가 끝난 뒤 슬그머니 강의실로 들어오는 이도 없지 않다.
칭찬거리 찾기는 좋은 수필소재 찾기 훈련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늘 숙제를 잘 해오라고 강조한다. 수강생들도 내 의도를 잘 알지만 아직도 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잘 해야 각 반에서 서너 명 정도가 좋은 칭찬거리를 찾아온다. 그러면 나는 그 수강생을 칭찬하면서 그 이야기를 수필로 빚어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그들의 얼굴엔 한 건 해냈다는 듯 밝은 미소가 번진다.
어떤 이는 신문을 오려가지고 와서 칭찬거리를 읽어내려 가기도 하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 칭찬거리를 찾아 메모지에 정리해 와서 발표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듯이 먼데서 찾아오는 큰 칭찬거리보다 자기 주변에서 찾아오는 작은 칭찬거리가 더 소중하다고 일러준다. 칭찬거리에도 자신의 체험이 녹아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칭찬거리를 소개하는 걸 보면 손자와 손녀,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배우자를 칭찬하는 일이 잦다. 그밖에 이웃, 아파트 경비원, 버스나 택시 기사 등이 칭찬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또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과 나무와 꽃도 칭찬대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수필의 소재 찾기 역시 자기가 잘 아는 가까운 데서부터 점점 먼 곳으로 그 범위가 넓혀지지 않던가?
이렇게 칭찬거리 찾기 숙제를 하다 보니 가족이나 이웃사람들이 예사로 보이지 않더라고 좋아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배우자나 자녀 등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서부터 적극적으로 칭찬거리를 찾아보라고 당부한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칭찬거리가 눈에 띌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대로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수필공부를 하더니 사람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거야말로 보너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칭찬에 인색한 이들도 드물다. 모임에 가면 칭찬보다는 남의 험담이나 비난을 더 듣는다. 직장의 상사들도 대개 아랫사람을 나무라기는 잘하면서도 칭찬하는 데는 인색하다. 그렇게 남의 험담 잘하던 버릇을 하루아침에 칭찬 잘하는 사람으로 바꾸자니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경영이론에 ‘칭찬경영’이란 말이 생겼다. 칭찬경영이란 칭찬을 함으로써 사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의욕을 불러일으켜 효율적인 경영을 하려는 전략이다. 칭찬은 직장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때와 곳에 구애받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칭찬이다.
어느 학교 과학 선생이 ‘석탄으로 알코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란 시험문제를 출제했더란다. 그러자 어떤 학생이 답안지를 백지로 낼 수 없어서 ‘석탄을 팔아서 알코올을 산다.’라고 썼단다.
며칠 뒤 그 과학 선생이 학생을 교무실로 불렀다.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들을 줄 알았던 그 학생은 과학 선생이, “너는 석탄으로 알코올을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알았구나!”라며 칭찬을 했단다. 뜻밖에 칭찬을 듣고 난 그 학생은 그때부터 과학 공부를 더 열심히 하여 나중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칭찬 한마디가 이렇게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그밖에도 정년퇴직을 한 뒤 수필공부를 하며 열심히 이모작 인생을 사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대개는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일기를 잘 썼다거나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들은 일이 있던 분들이 퇴직 이후에 문학공부를 한다.
어렸을 때 들었던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를 가슴 깊이 새겨두었다가 뒤늦게 문학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어려서 듣는 부모와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는 그렇게 사람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큰 법이다. 이런 칭찬을 왜 아끼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
김학 약력 /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수필아 고맙다》등 수필집 11권, 《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등 수필평론집 2권/ 펜문학상, 한국수필상, 신곡문학상 대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연암문학상 대상, 전주시예술상, 전라북도문화상, 대한민국향토문학상, 목정문화상 등 다수 수상/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e-mail: crane43@hanmail.net http://crane43.kll.co.kr http://blog.daum.net/crane43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