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송봉근 칼럼니스트] 화룡과(火龍果)라고 불리는 과일이 있다. 붉은 색의 모양에 흡사 불이 난 것 같은 과피가 붙어 있는 생김새가 마치 불을 뿜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생각해서인지 이런 이름이 붙었다.
미국이나 다른 서양에서는 용의 모습을 한 과일이라는 의미의 드래곤 프루트(dragon fruit)라고 한다. 선인장의 한 종류에서 나오는 열매로 영어권에서는 피타야 (pitaya)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과일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과일이지만 아열대 기후지역인 동남아 등지에서는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이다. 원래 이 과일은 멕시코 등지의 중남미가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멕시코에서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재는 캄보디아나 태국, 말레이시아 및 베트남 등지의 동남아시아에서도 재배되고,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그리고 방글라데시나 중국남부 등지에서도 볼 수 있다. 오키나와나 이스라엘 그리고 호주 등지에서도 재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다는 점에 실망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누군가 부른 노래 가사 대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던가.
다행히도 점차 우리나라도 기후가 아열대로 바뀐 덕분이지 최근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용과 (龍果)라는 이름으로 이 열매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제주도를 최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이 열매를 한번쯤 맛보았을 수도 있다.
화룡과 선인장은 오직 밤에만 하얗고 향기가 나는 커다란 꽃을 피운다. 그래서 중남미 지역에서는 정원수로 이 선인장을 재배한다. 붉은 열매의 껍질 안에는 젤리 모양의 과육이 들어 있다.
이 과육에는 풍부한 영양물질이 가득 들어 있다. 우선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비타민 B와 비타민C 그리고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도 가득하다. 수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화룡과는 몸에 이로운 역할을 많이 한다. 비타민이 풍부한 까닭에 몸의 피로를 막아주고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풍부한 비타민의 섭취는 당연히 몸의 저항력도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화룡과에 함유되어 있는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의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화룡과에 들어 있는 안토시아닌의 양은 다른 과일에 비하여 비교적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의 노화 및 암을 방지할 수 있는 작용도 하게 된다. 이런 효능은 나아가 노화를 방지하고 뇌세포의 쇠퇴를 막아 치매의 발생을 막을 수도 있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화룡과는 더운 열대지방의 열기를 이기고 탐스러운 과실로 자라난 열매이다. 따라서 성질은 차갑고 몸의 열기를 없애주는 작용을 한다. 몸 안의 열독을 없애고 해독시키는 효능이 있다. 이런 효능은 혈당을 내려주고 변비를 예방하며 피부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하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실제 화룡과에는 풍부한 식이섬유가 많다. 화룡과에는 무게의 1%가 식이섬유로 되어 있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몸 안에서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변의 배설을 돕는 역할을 한다. 변비는 많은 경우 장에 열이 많아서 발생하는 수가 많다. 이런 경우 찬 성질을 가지고 있고 식이섬유가 많은 화룡과는 변비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나아가 체중을 줄이고 혈당을 내리며 대장암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게 된다. 기관지 천식이나 기침에도 효과적이라고 하고, 과실에 포함된 식물성단백은 쉽게 중금속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배설하도록 하는 해독작용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멕시코에 전해오는 전설에는 아즈텍의 한 여인이 열기가 가득한 사막에서 거의 죽게 되었을 때 곁에 있던 이 화룡과를 먹고 정신을 차리고 뜨거운 사막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이번 여름 더위가 매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 탓인지 아니면 밀집된 빌딩 숲에 가려서인지 모르겠지만 주위가 나무와 풀이던 몇 십년 전보다 점점 여름 날씨는 기온이 높아지는 것 같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무더운 날씨에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시원한 과일이 생각난다면 화룡과가 어떨지. 열기도 잠재울 수 있고 몸에 이롭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런 과일을 즐기면서 생각하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에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는 것이 고맙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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