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위, 바이러스 억제·인슐린 촉진·천식에 효과적

송봉근 교수 / 기사승인 : 2013-10-10 10: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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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 교수의 한방클리닉 ‘머위’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퀘르세틴이라는 물질은 유방암이나 결장암, 전립선암 및 폐암 세포를 억제하는가 하면 흡연자들에게 이 물질을 투여했더니 췌장암의 발병이 23%나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한약의 다양한 효능을 발휘하는 성분 중에는 퀘르세틴(quercetin)이라는 물질이 있다. 강력한 항산화물질로더 잘 알려져 있는 이 물질은 한약에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고 과일이나 채소 또는 잎이나 곡식 등과 같은 식물의 색소 성분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기도 하다.

이 물질은 다양한 의학적 효능을 발휘하는 특징이 있다. 우선 바이러스가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고, 각종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을 발휘하며,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한다.

뿐만 아니라 기관지를 확장시키고 기관지 염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분비를 막아서 알레르기 천식에도 효과적인 물질이다. 실험 결과를 보면 퀘르세틴은 암을 일으키는 몇 가지 기전을 차단하는 작용을 보인다.

유방암이나 결장암, 전립선암 및 폐암 세포를 억제하는가 하면 흡연자들에게 이 물질을 투여했더니 췌장암의 발병이 23%나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여기에 퀘르세틴은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 중의 하나인 섬유근통이나 전립선염의 치료에 효과적인 물질로 밝혀지기도 하였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압도 내리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운동을 심하게 해도 지치지 않도록 하는 효능도 보인다고 한다.

이 성분은 대개 노란색을 띄면서 쓴맛을 나타낸다. 주로 양파나 사과, 녹차, 시금치, 브로콜리, 적포도주 및 다수의 한약재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한약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쓴맛을 보이는 채소나 나물과 같은 식물 등에서도 이 성분은 함유되어 있다. 이런 식물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머위다.

머위(Petasites japonicas)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초 식물로 산기슭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이른 봄 심장모양의 톱니가 있고 전체적으로 털로 덥힌 잎이 나오는데 독특한 향기와 쌉쌀한 맛 때문에 나물이나 쌈으로 자주 식탁에 오르는 식물이다.

봄철 입맛을 잃었을 때 이 약간 쓴 맛이 나는 머위나물로 입맛을 되찾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 어디 혼자뿐이겠는가. 쓴 맛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더러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봄철 이 머위를 찾고 그 맛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또 한해를 보내기도 한다.

어릴 적 시골의 고향집 대숲 밭에는 이 머위가 자랐다. 봄철이면 이 된장이나 다른 양념에 무쳐서 나오는 머위나물이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오르는 반찬의 하나였다. 유년의 기억들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오랜 고향을 떠난 생활로 이 쌉쌀한 맛의 기억이 사라져가다가도 해마다 봄철이면 다시 찾는 머위 때문에 아직도 고향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거의 한 20여 년 전부터 잊혀 질 무렵이면 한 번 씩 항간에 떠도는 중풍예방 비방이라는 것이 있다. 일본 큐수지방의 민간요법에서부터 유래된 것 같은데 요약하면 달걀 유정란의 흰자에 매실과 술과 머위 잎을 찧어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젓은 다음 마시게 되면 평생 뇌졸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때는 이 비방이 선풍적이어서 주위 사람 중에 뇌졸중을 염려하는 사람이면 이를 어렵사리 만들어서 마신 경험들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서 머위에 이런 놀라운 효능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경이로워하기도 한다.

머위를 한의학에서는 봉두채(蜂斗菜)라 부른다.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이 서늘한 편이어서 독을 없애고 어혈을 풀어내는 효능이 있다.

그래서 편도선염이나 일체의 부스럼을 치료하는데 효험이 있고 특히 독사에 물렸을 때 환부에 머위를 찧어 즙을 바르고 마시게 되면 해독제로서 효능이 있어서 3-5일이면 붓고 열이 나던 증상이 사라지고 시력도 회복된다.

또 종기가 나서 붓고 아플 때도 머위를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으며 짓찧어 환부에 바르게 되면 다친 상처로 인한 통증이나 부기를 빼는 데에 효과가 좋다.

이런 효과가 나는 배경에는 머위가 강한 항균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실험적으로 머위를 달인 물은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에 대해서 항균작용을 나타낸다. 또한 머위는 퀘르세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성분이 가지는 효능인 천식에도 효과적이어서 실험동물에서 천식으로 인한 기관지 염증을 효과적으로 낫게 하는 효능을 보였다.

또 혈액이나 간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같은 지방 성분을 낮추는 효능이 있어서 피를 맑게 하고 혈압도 내릴 수 있는 작용도 한다. 아울러 강한 항산화작용을 발휘한다. 이런 효능 때문에 앞서 말한 중풍예방약으로 유행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머위에는 약간의 독성분도 포함하고 있다. 머위에 들어 있는 성분 중의 일부 알칼로이드 성분은 간을 손상시키고 암을 유발할 수 도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머위에서 이 성분만 추출하여 다량으로 장기간 복용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식용으로 섭취하는 정도라면 이 성분은 매우 극소량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맛을 즐기기 위해 약간의 복어독도 탐식하는 미식가도 있을 정도인 마당에 이 쌉쌀한 머위의 맛과 향긋한 향기를 그런 이유로 식탁에서 포기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으리라.

이제 긴긴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오면 식탁에서 다시 머위의 향과 맛을 즐겨볼 일이다. 혹 잊고 살았던 고향의 맛과 아스라한 기억들이 다시 떠오를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송봉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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