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황정, ‘혈당강하·향균작용’ 심장기능 튼튼하게

송봉근 교수 / 기사승인 : 2013-11-08 15: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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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 교수의 한방클리닉 ‘진황정’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사회가 어지럽고 어수선할 때면 으레 사람들은 어질고 지혜로운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고대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항상 가난과 질병과 전쟁과 어려움에 시달릴 때에는 대부분 폭군이나 독재자가 뒤에 있었다.

반면에 평화스러운 시절에는 항상 성인군자들이 나타나 새로운 희망과 번영을 가져다주며 나라를 잘 다스렸다. 그런 지도자 중의 하나로 솔로몬 왕을 든다. 솔로몬 왕은 지혜의 왕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한 아이를 두고 다투던 두 여인의 사이에서 누가 더 아이를 사랑하는지를 판단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유명한 정도는 심지어 식물의 이름에도 솔로몬 왕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바로 솔로몬의 봉인(Solomon’s seal)이라는 식물이다. 식물의 뿌리에 다윗의 별이라고도 불리는 봉인의 모습이 나타나는 데서 기원한 이름이다.

바로 이 식물이 백합과에 속하는 둥굴레속(Polygonatum)의 식물들이다. 이 부류에 속하는 식물들이 둥굴레를 비롯하여 종류가 많다. 아시아에만 약 63종 정도가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둥굴레속 식물들은 산지의 숲 속에서 자라면서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고 굵으면서 군데군데에서 줄기가 나오는 특징을 보인다. 그리고 봄철이 되면 댓잎 모양의 잎 아래로 초롱모양의 예쁜 하얀 꽃을 줄기에 매단다.

흡사 생강과도 같은 형태의 뿌리는 말려서 한약재로 사용하는데 둥굴레(plygonatum odoratum)의 뿌리는 옥죽(玉竹) 또는 위유(萎?)라는 한약재로 그리고 황정(polygonatum sibiricum)이나 대잎둥굴레(polygonatum falcatum)나 죽대(polygonatum lasianthum) 뿌리는 황정(黃精) 또는 진황정(??精)이라는 한약재로 사용한다.

우리 전통 한의학의 고전으로 동의보감은 그 역사적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약재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는 우리 산하에서 나는 약초를 위주로 설명했기에 그 의의가 크다. 그런데 동의보감의 식물 기원의 약초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바로 황정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효과가 좋아서 쓰임새가 요긴한 약초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황정이 성질의 평이하며 맛이 달고 독이 없는데 속을 보하며 기운을 나게 하며 오장을 편하게 하고 각종 과로나 정신적 손상을 치료하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위장의 기능을 돕고 기관지와 심장의 기능을 돕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좋은 효능을 가진 황정은 실제 왕을 비롯한 고관대신들의 건강 유지에도 요긴하게 활용되는 중요한 한약재였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는 황정이 주로 평안도에서 많이 자생하는데 해마다 국가에 일정량을 진상해야 하는 약초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황정은 실제 오래 복용하면 장수하게 되고 몸을 가볍게 하며 늙지 않게 하고 배고프지도 않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선인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이름인 선인반(仙人飯)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렸다.

따라서 일반 처방에서보다 주로 장수처방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 방약합편에 나와 있는 반룡연수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처방에서 황정과 녹각이 주약으로 되어 있다.

중국 명나라 때의 유명한 의사인 이시진은 그의 저서인 본초강목에서 황정만을 먹고 오래 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여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고 있다. 어느 지방에 전염병이 돌게 되었다.

부모의 병을 치료하고자 18세 된 딸은 재산을 팔게 되었고 결국 빚을 같지 못해 노비로 전락하게 되었고, 급기야 빚쟁이의 소실로 될 운명에 처해지게 되었다. 딸은 이에 도망을 쳐서 태산 숲 속으로 들어가 야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산 속에 살면서 딸은 나무뿌리로 연명하면서 살게 되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몸이 제비처럼 가벼워지고 산비탈도 평지처럼 날아다닐 정도가 되었고 급기야 산을 날아다닌다는 마녀로까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에 이시진이 직접 방문하여 무슨 약초를 먹고 살았는가를 확인해보니 바로 황정이었다고 한다. 또 오래된 폐병환자가 숲 속에 들어가서 3년 동안 노란색의 뿌리인 황정만을 먹고 병이 나았다고 해서 화타라는 유명한 의사가 노란색의 정수라는 의미로 황정(黃精)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는 고사도 있다.

황정을 포함한 둥굴레속과의 식물들에는 글로코키닌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1930년대부터 당뇨를 치료하는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황정에도 혈당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황정 추출물을 토끼에게 먹였더니 초기에는 혈당이 오르다가 이내 혈당이 내리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런 혈당강하작용은 특히 신장에서 아드레날린의 분비에 의한 고혈당에 효과가 있었으며 간에서 혈당의 생성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황정에는 항균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결핵균에 감염되었을 때 황정 추출액을 투여하면 현저하게 항균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람음성 살모넬라균이나 그람양성 황색포도상구균에도 억제작용을 보인다.

황정을 10배의 농도로 달인 물은 대상포진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 두부백선균을 포함한 각종 곰팡이균도 살균시키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장수의 명약으로 여겨지는 만큼 심혈관의 기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황정은 심장의 수축력을 높인다. 튼튼한 심장을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혈액내이 콜레스테롤이나 지질을 낮추어서 혈액을 깨끗하게 하고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효능을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임파구를 많이 만들도록 하면서 항체를 쉽게 만들도록 하여 병균에 대한 면역능력을 높이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다행히도 숲 속을 거닐다 보면 우리나라 전역의 산하에는 둥굴레속의 식물들이 많이 자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약초들이 수 천 년간 우리의 소중한 건강을 보호해주어 왔다는 생각에 자연에 대한 고마움이 새삼 들게 된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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