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속단, 조직재생과 아동기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

송봉근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4-02-20 22: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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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교수의 한방클리닉 ‘한속단’(韓續斷)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중국을 여행해본 사람은 쉽게 느끼겠지만 중국에서 마오쩌둥(모택동)의 위상은 가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대적이다. 가까운 예로 중국의 돈에는 오직 모택동의 초상만 그려져 있다. 또 상점이나 심지어 택시 운전사들까지도 모택동의 사진을 부적처럼 걸어두고 복을 받기를 원한다.

얼마전(2013년 12월 26일)은 바로 중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 받고 있는 모택동의 탄생 120 주년이었다. 따라서 중국 곳곳 마다 추모열기가 대단하였다고 한다. 특히 추모 행사는 모택동 역을 맡은 전문 배우가 등장해 1949년 중국 성립을 선포하는 장면을 재연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살아있는 모택동 역을 맡은 전문배우는 50대의 여성이라고 한다. 이 여성은 모택동 역을 맡은 이후로 치마를 입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바깥출입도 자제하고 오로지 모택동의 동작이나 표정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올 수 있도록 연습하고 집에서 항일 드라마를 보는 것이 주된 일과가 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모택동처럼 생각하고 모택동처럼 행동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말이면 생전에 모택동이 그랬던 것처럼 불우 노인과 빈곤한 가정을 돕는 일도 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외모만 닮은 것이 아니라 마음도 닮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긴 오랜 세월 뜻을 같이 하게 되면 외모가 닮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오래 동안 잘 사는 부부들은 서로 닮는다고 한다.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같이 나누면서 웃고 울고 찡그리다 보면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의 근육과 주름의 움직임이 같아져 얼굴 표정이나 인상이 닮아간다는 것이다.

수 십 년 동안에 걸쳐 성격이 닮아가게 되고 서로 같은 생각을 갖게 되고, 같이 웃고 같이 울게 되다 보니 서로 풍기는 인상이나 행동이 비슷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심지어는 부부는 병도 닮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 집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사는 부부는 같은 식성을 갖게 되고 같은 운동습관이나 생활 습관을 갖게 되기 때문에 병도 유사한 질병에 취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이나 복부 비만 등의 질병을 조사하였더니 부부는 비슷한 병을 함께 앓는다고 한다.

쌍둥이들을 연구한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는 일란성쌍둥이들은 거의 같은 지능을 가지는 수가 많다고 한다. 일란성 쌍생아의 경우 지능은 거의 90%가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신 분열병이나 알코올 중독 등은 물론이고 키나 심혈관 질환 등에 있어서도 거의 같은 수준으로 발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만약 한 명의 쌍둥이가 유방암에 걸리면 다른 한 명의 쌍둥이가 유방암에 걸리게 될 확률은 약 20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한마디로 얼굴이 같으면 몸과 마음도 같아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들은 성격이나 지능은 물론이고 앓게 되는 질병도 다르게 나타나는 수가 많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유전적인 정보도 중요하지만 환경의 변수도 그만큼 크게 작용한다는 이야기 이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보면 서로 같은 모양도 중요하고 서로 자라는 환경도 중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약재들은 자라는 곳에 따라서 또는 채집하는 사람들에 따라서 또는 구분하는 학자들에 따라서 같은 식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식물을 지칭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같은 대추라도 중국산과 국내산이 맛은 같지만 크기는 서로 다르고, 미국산 인삼과 한국산 인삼이 맛은 같지만 약효가 서로 다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한약재가 다른 식물과 혼동되지 않고 원래 그대로의 식물에서 기원하고 같은 약효를 가질 수 있도록 많은 확인 작업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생김새가 같고 자라는 곳이 같더라도 품종은 다를 수 있고, 반대로 생김새도 약간 다르고 자라는 곳도 다르더라도 품종은 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확인은 요즘 들어서는 식물의 유전정보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쉽게 가능하다. 즉 식물들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저마다 특정한 유전정보를 갖게 되는 데 식물에서 유전정보만을 빼내어 서로 비교하게 되면 같은 종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종인지를 비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식물에 들어 있는 성분을 비교 분석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한약재 중에 속단(續斷)이라고 하는 약재가 있다. 속단은 말 그대로 끊어진 것을 이어준다는 의미로 뼈가 부러지거나 근육이나 인대가 손상되었을 때 통증을 없애고 출혈을 멈추며 뼈나 근육을 강하게 하여서 낫게 하는 효능을 가진 약재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경맥을 통하게 하고 근골을 잇고 기와 혈맥의 흐름을 돕고 여성들이 출산 후에 발생하는 모든 질병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접골초(接骨草) 또는 속절(續折) 등의 명칭도 바로 이 속단을 지칭하는 이명이다. 지혈작용과 진통작용 및 조직 재생 촉진 작용 등이 보고되어 있다.

소염작용과 진통작용이 있어서 관절염의 치료에도 활용된다. 속단에서 추출한 사포닌은 치매의 원인이 되는 뇌신경의 퇴화를 막는 신경보호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되기도 하였다. 세포의 자살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어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작용도 가진다.

그런데 이 속단은 산토끼꽃과(Dipsacacea)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 속단(Dipsacus asperoides)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원래 중국의 사천 지역에서 많이 자생하기 때문에 천속단(川續斷)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약규격집이나 중국약전에는 이 천속단을 속단의 기원으로 삼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꿀풀과(Libiatae)에 속하는 속단(Phlomis umbrosa)의 뿌리를 포함하여 속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꿀풀과의 속단은 흔히 한속단(韓續斷)이라 한다. 당연히 속단 또는 천속단과 한속단은 기원 식물이 다른 한약재이다.

하지만 두 식물은 겉모양으로 보아서는 쉽게 구별하기가 어렵다. 다만 천속단은 세로 또는 가로의 주름이 많고 두껍고 질이 단단한 반면 잘 꺽이고 꺽은 면은 황갈색으로 엉성하다.

반면 한속단은 잔뿌리가 많고 꺽은 면은 회백색으로 섬유성이고 단단한 특징을 보인다. 성분에 있어서도 속단과 한속단은 이리도이드 글리코사이드 같은 성분이 서로 같이 들어 있기도 하지만 다른 성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속단은 일반적으로 속단이 보이는 효능을 같이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속단은 알레르기에 대한 몸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효능과 어린이 성장에 필수적인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어린이 성장을 촉진하는 한약 처방에 바로 한속단이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 제약회사에서는 한속단을 활용하여 어린이 성장촉진보조제를 만들기도 한다.

흔히 강남에 심은 귤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식물의 성장에도 기후와 풍토가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반면 초록은 동색이라고 외양이 같으면 성격이 같기도 한다. 속단이나 한속단이나 비록 기원 식물은 다르지만 부부가 오랜 세월 서로 살다보면 외모도 닮아가듯이 효능 또한 서로 닮아 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두 가지 속단 모두 한약재로서는 매우 중요하여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약임에는 틀림없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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