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씩씩거리는 개 옆을 지날 때면 금방이라도 덮칠 것만 같아 불쾌감을 넘어서 혐오감까지 들었다. C장로는 늘 개와 함께 지내다 보니 언제부턴가 개장로 라는 새로운 별명이 나붙었다.
그가 기독교를 신봉하기 전에는 술고래였으며 성정이 사납고 이기적이어서 벗이라야 고작 몇 몇 술친구가 다였다. 예배당과는 담을 싼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교회당에 나가기 시작 하더니만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끊고 주일이면 어김없이 출석을 하였다.
매일 술 마시는 일과 큰 개를 끌고 다니며 자기를 과시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는 술친구도 잡다한 세상 인연도 끊었고 교회 일에 열심을 내더니만 집사가 된 후 신도들에게 신망을 얻어 수년 후에는 장로까지 되었다.
그렇게 성격이 괴팍하고 교만했던 C장로는 구습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이 된 것이다.
L목사는 결혼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없어 애완용 개를 자식삼아 애지중지 늘 품에 안고 다니니 신도들도 덩달아 귀여워 해 주었다.
어느 날 L목사가 심방을 마치고 귀가하였는데 하루 종일 집만 지키던 강아지가 반가움에 질척거리는 흙 묻은 발로 새로 지어 입은 L목사의 양복에 흙탕 칠을 하여 엉겁결에 구둣발로 걷어 차 버렸다.
빛바랜 단벌 신사였던 L목사에게 가난한 신도들이 큰맘 먹고 어렵게 추렴하여 마련해준 새 양복이 진흙탕 칠이 되었으니... 강아지는 ‘깨갱 깨갱’ 아파하더니만 밥도 안 먹고 귀퉁이에 쳐 박혔다.
다음날 동물병원에 갔는데 ‘연락 없으면 죽은 것으로 알라’는 수의사의 말에 못내 궁금하여 혹시나 하고 전화를 걸었더니만 역시나 죽어 땅에 묻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L목사는 하루 종일 기도실에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하였다.
사랑하는 자식 같은 개를 발로 차 죽였다는 양심의 가책과 목사로써 하나님 우선주의로 산다면서 개를 더 사랑한 그는 ‘나는 개목사여! 개목사여...’ 하염없이 울며 회개하는 기도소리를 공교롭게도 한 신도가 들어, 그 입소문이 나 L 목사는 ‘개목사’라는 별명이 나돌았다.
L목사는 자기가 죽인 개를 묻어주지도 못한 측은지심에 눈만 감으면 불쌍한 강아지의 형상만 떠올랐다. 그 후 L목사는 시골교회를 떠나 서울로 갔다. 강아지 대신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버려진 불쌍한 고아를 입양하여 잘 키워 지금은 장성하였다.
하나님이 “L목사야? 너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왔느냐?” ‘예! 버려진 자식하나 키웠을 뿐입니다’ 라고...아이 키운 선한 일 한 가지를 고백을 할 것이라고 했다. 개를 너무나 사랑한 개목사와 개장로 라는 별명이 나붙은 C장로는 교회에 나가 예수사상에 젖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고, L목사는 잠시나마 강아지 우상에 빠졌다가 하나님과 사람을 더욱 사랑할 줄 아는 존경받는 훌륭한 목사가 되었다.
요즘 한국 교계가 너무나 비대하여 중세기의 교회처럼 부와 권력에 빠져 2,000억이 넘는 호화스런 큰 건물이나 짓는 물신(物神)주의에 빠져 뜻있는 신자는 물론 불신자까지 지탄의 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갈 때는 다 놓고 수의 한 벌 입고 간다는 진리를 외쳐 대던 세계적인 목사가 퇴직금만도 200억 원에 그도 부족해 35억 탈세로 납세의무를 어기고 금권을 휘둘러 프리마돈나와 놀아나는 노트르담꼽추의 영화 속 타락한 신부들을 연상케 하는 위선자의 치부를 드러내, 기독교를 개독교라 폄하하는 모독적인 말들이 유행할 정도다.
이 책임은 1차적으로 교계 지도자에게 있으며, 또한 기복에 빠져 복 받기를 좋아하는 맹종하는 신도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예수님은 3류 여관방도 아닌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오늘도 예수님은 별 다섯이 번쩍거리는 화려한 교회당을 향해 강도의 굴혈과 회칠한 무덤이라 소리치리라.
오늘날 황금에 눈먼 한국의 목회자들은 스승 예수를 판 ‘가룟 유다’로 변신하여 예수를 두 번 못 박고 ‘니체’의 말처럼 신(神)을 죽인 배역한 자들로 높은 강단에서 외쳐대는 천국과 지옥! 재림심판을 앞세워 겁박을 하는 떠돌이 약장사 같은 만병통치 처방은 결국 자기네들의 밥이 되는 헌금 잘하면 부자 되고 복 받는 다는 만사형통의 허무맹랑한 소리에 앞서, 예수의 진정한 뜻이 어디에 있는지 한 번쯤 고민해 봐야할 심각한 시점에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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