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과 너스레 경계, 소질과 개성 살릴 때 ‘진정한 젊음’

어미닭은 병아리를 데리고 마당가로 나오고 외양간의 소도 들녘으로 나갈 차비를 한다. 그런가하면 눈치와 잔머리로 살다가 지난겨울 마음이 피폐해진 인간들은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봄은 식물들에게나 동물에게나 인간들에게 큰 위안이자 삶의 지표다.
미소와 까르르 웃음소리의 풋풋함
대학가의 풍경에 눈길을 준다. 거리가 약간은 들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수능을 치르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던 고3들이 새내기 대학생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봄이라는 계절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짐을 벗어버린 것 같은 홀가분함으로 거리를 채우고 있는 남학생들은 염색과 파마로 멋을 내고 옅게 화장한 여학생들의 얼굴에는 쑥스러움이 보이기도 한다. 서로에게 보내는 미소와 까르르 웃음소리에는 풋풋함이 있다. 비로소 봄이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젊음은 거리를 들뜨게 만들고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부풀게 한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졸업 후 직장을 잡는 일이라고 한다. 취직이 삶의 목표이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그런 말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뜨끔뜨끔해 진다. 한편으로는 분노가 일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학생들인 젊은이들에게서 낭만보다도 먹고 사는 일을 최우선으로 두는 현실을 보는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정신적 왜소나 현실적 분투가 만연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분노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사회는 발전한다. 분노에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젊은이들은 분노 후에 일어날 일이 두렵고 감당하기 어려워 침묵한다는 것이다. 이제 침묵은 금이라는 시대는 갔다.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는 젊음이야 말로 젊은이 중의 젊은이다. 눈치를 보고 안위를 보장받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처세인지 아니면 삶의 지혜인지 한번쯤 곱씹어 봐야 할 때다. 분노할 일이 많음에도 분노하는 젊은이들이 훨씬 적어진 요즘이다.
옥죄는 자들은 낡고 헐거워진 기성세대
현실은 젊은이들을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옥죄고 있다. 이제 그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여유도 없고 쉴 수도 없는 곳에 몰아넣고 옥죄는 어른들은 바로 낡고 헐거워진 기성세대들이다.
우리들의 삶이 각박해진 까닭은 돈과 명예와 성공을 신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의 중심이 돈과 명예와 성공이 될 때 인간들은 인간적 대우를 받기 어렵다.
젊은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다. 문명의 혜택을 누릴 기회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흐름이 확연히 탈바꿈 된 현실에서 뿌리와 자아를 찾아야 한다.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나라의 위기를 죽음으로 지켜내고 이 땅을 보존하기 위해 피 흘린 순국선열의 희생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영광된 내일을 위하여 흔적을 남기는 의미 있고 보람된 일에 시간을 할애하고 자기의 재능에 긍정의 힘을 더하여 진취적으로 매진해야 한다. 말초적 자극에 매료되거나 스피드 즐기기에 혈안이 된 젊은이들을 보면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
물론 젊은이의 특권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어수선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인심을 변명하는 것일 뿐 생각하는 것처럼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정서적으로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정리하며 인격 도야를 위하여 끊임없는 자기 연마를 할 때 비로소 정신적 자유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자유야 말로 자신감과 성취감을 불러오며 나아가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바로 한국적이며 동시에 세계적으로 눈을 뜨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거창한 것을 이루려고 성급하게 도전해서는 안 된다. 기초적이고 체계적인 순서에 따라 꾸준히 실천하고 실행해야 가능하다. 단계적인 성장이야말로 꿈을 이루어 가기 위한 기초이자 초석이기 때문이다.
가난이 자랑인 시대는 갔다. 그러나 가난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정은 돈으로도 살수 없다. 이제 궁핍의 시대는 가고 그 자리에 빌딩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그뿐이 아니다. 패션은 나날이 급물살을 타고 유행을 선도한다.
현란한 네온들은 밤거리를 휘항 찬란하게 장식하기도 하고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대중가요는 젊은이들의 흥분시키기도 한다. 경제성장과 문명의 발달은 겉으로는 쾌적하고 화려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자칫 자아를 잊게 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악화 시키거나 단절을 시키지도 한다.
꿈을 마련하는 동안 젊음은 축제다
오늘날의 사회는 저 잘난 맛에 살고 제 기분대로 살아가는 경향이 짙다. 가식과 교만으로 겉치레에 비중을 두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남에게 지는 것은 죽기보다도 싫어한다. 그런 일들은 결과적으로 시대를 기성화 된 시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 젊은이들은 말초적 유혹에 혹하지 않고 자신을 개발․개척하는 마음의 준비와 실천이 필요하다. 자만과 너스레를 경계하고 소질과 개성을 살릴 때 진정한 젊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시간은 결코 쉬거나 정지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오늘을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 더더구나 고민과 자학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젊음은 젊은이들이 경계해야 할 덕목이다. 또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고 정답게 해야 한다.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것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때로는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이기도 한다.
거짓말이나 꾸며낸 말이 반목과 불화의 씨가 되어 인간관계를 최악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은 골라서 해야 하는 것이다. 교만하지 않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으며 언제나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는 삶이야말로 젊은이들의 마음가짐이자 생활태도이다.
사는 일은 동전처럼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이 교차되기도 하고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기도 한다. 웃음과 눈물이 한꺼번에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꽃이 핀다고 웃을 일이 아니고 꽃이 진다고 울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게 삶이고 인생이다.
지는 꽃잎의 잠언을 알아듣는 젊음은 아름답다. 그것은 훗날을 위한 준비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꿈을 마련하는 동안 젊음은 축제다. 수확은 덤으로 따라온다. 다디단 열매를 위해서는 미풍에도 하늘거리는 나무가 되지 말아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감수성과 차고 빛나는 고드름과 같은 이성으로 언행을 엮어 가는 슬기로운 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고 세상의 마당으로 달려 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순간적 분노를 참지 못하면 일생을 후회막급으로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부도덕과 악을 경계하고 건전한 생활로 심신을 맑고 밝게 해야 할 것이다.
젊음은 출세나 성공이 삶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다. 그러나 젊은이라면 한번쯤 출세와 성공에 대해서 고뇌하는 밤이 있어야 한다.
이상을 쫒아 자신을 결정짓는 일들은 삶의 종착지에 도달하면 나름대로 어떤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는 옳고 그름에 대해 명백한 선을 긋지 말아야 한다. 세월이 해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진정한 해답은 세월 속에 묻혀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젊음이란 젊어서 그 가치를 모조리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젊음을 적재적소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요량을 갖춘 자를 말한다. 멋진 젊음은 매사에 의욕적이며 정의감이 넘쳐야한다 물론 지식습득이 빨라야함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청운의 뜻을 세우고 불철주야로 생의 의미와 보람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릇 인간은 시간과 노력과 공을 들여야 성취의 맛을 볼 수 있는 것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결과적 계산보다도 땀 흘려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베이스가 깔려있을 때 가능하다.
젊은이들은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실천하는 동안 이것이 자신에게 합당한 것인지 신중히 고민하고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젊은이다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을 마련할 수 있다. 발판 하나하나를 밟고 앞으로 나갈 때 돈과 명예와 성공은 저절로 따라온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세월이 너무나 소중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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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시인 정성수는 서울신문에 시 ‘작별’을 발표하고 문단에 나왔으며 창조문학신문신춘문예 시 ‘되창문’, 전북도민일보신춘문예 시 ‘배롱나무꽃’, 한국교육신문신춘문예 동시 ‘콧구멍 파는 재미’가 당선되었다. 현재 전주대학교 겸임교수이며 전라북도교육문화회관에서 시와 수필 전담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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