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은 한낱 공상이나 망상과 다름없어"

박봉원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4-03-31 17: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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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원의 '어떻게 살 것인가'(20) [일요주간=박봉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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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라는 역할, 친구라는 역할, 선배나 후배라는 역할, 남편이나 아내라는 역할, 학생이나 직장인이라는 역할, 또, 손님이라는 역할 등등.
정신이 없을 만큼 하루에도 매우 여러 가지의 역할을 번갈아해야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사람은 하루 중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한꺼번에 해야 할 때도 결코 적지 않게 있다.
즉, 두 가지 이상의 자신에게 어울리는 생각을 한꺼번에 해야 하고, 그에 따라서 말하거나 행동해야할 때가.
부모, 그리고 친구와 함께 있을 때처럼.
혹은, 부모와 배우자, 그리고 자식들과 함께 있을 때처럼.

그렇다보니 순서를 착각하는 등 자신이 맞닥뜨린 현실에 어울리는 생각을 못하기 매우 쉬운데, 실제로 이렇게 되었다가는 사람은 곧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기 매우 쉽다.
배우자에게 오빠나 누나인 듯, 또는, 노예를 부리는 주인인 듯 명령하거나, 자식을 분풀이의 상대로 여기는 등으로.
직장상사에게는 친구인 듯 말하고, 부하직원에게는 사장인 듯 말하는 등으로.

따라서 자신의 현실에 어울리는 생각을 못했다가는 사람은 심지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이해하면 정확한데, 더구나 잔뜩 화가 나거나 술에 취하는 등으로 자신의 현실에 어울리는 생각을 하기 몹시 힘들 때가 매우 많이 있다 보니 더욱 이같이 되기 쉽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사람은 겨우 한 번의 실수로도 누구인가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 수도 있으며, 누구인가를 아예 이 세상에 다시없을 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가족마저.
분명히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사람은 결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앙갚음을 당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는 남의 사소한 실수도 용서하지 않고 반드시 받은 이상으로 앙갚음을 하려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게 있다 보니.
뿐만 아니라, 사소한 실수도 여러 차례 반복된다면 매우 착한 사람이나 가족 등의 매우 가까운 사람 역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지 앙갚음을 하려고 하니.

2

자신에게 완벽하게 어울리는 생각이라고 해도, 자신의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한낱 비현실적인 생각일 뿐이다.
터무니없는 공상이나 망상과 다름없는.
그러니 자식으로서 생각해야할 때 자신의 현실에 어울리는 생각을 못했다는 것은 자식으로서 비현실적인 생각을 했다는 말이 될 것이며, 사장으로서 생각해야할 때 자신의 현실에 어울리는 생각을 못했다는 것도 곧 사장으로서 비현실적인 생각을 했다는 말이 될 것인데, 이렇게 된다면 결국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듯 헛소리 등 비현실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보나마나 머릿속에는 온통 비현실적인 생각만 가득할 것이니.

그런데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흔히 그저, 마음과는 다른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만 생각할 뿐, 자신이 비현실적인 말이나 행동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식이나 배우자, 혹은, 부하직원 등의 남이 자신의 마음도 헤아려주기를 바라는데, 자신과 자신의 현실에 두루 어울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의 마음도 헤아리기 몹시 어렵건만,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비현실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더구나 이 세상에는 남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자신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해 쩔쩔매는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이 있건만.
정신병자처럼 비현실적인 생각이나 잔뜩 하고 있으니 이렇듯 비현실적인 기대나 할 수밖에.
이 모양이니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는 물론, 가족마저 적으로 만들 수밖에.

따라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은 곧 사람 스스로를 몹시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이해하면 정확하다.
그래서 자신의 역할을 하려면 자신의 현실에 어울리는 생각도 함께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먼저 자신이 맞닥뜨린 현재의 상황, 즉, 자신의 현실을 모두 정확하게 알아야한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 어떤 장소에 있는지, 혹은, 어떤 이야기 중인지 등등.
너무 무섭거나 괴로운 까닭에 때로 자신의 현실을 모른 척, 못 본 척 외면하거나 부정하고 싶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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