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노조 최영철 “기본급 삭감하는 新연봉제, 사실상 간접 구조조정” [인터뷰]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2-09 16: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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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최영철 롯데백화점지회장
▲신(新)연봉제 폐지 ▲인사평가제도 폐기, ▲전문직 직원 처우 개선 요구하며 천막 농성
-롯데백화점
"신연봉제 90% 임직원 평균이상의 기본급과 업적가급 실시, 급여가 상향되는 평가제도"

 

[영상촬영=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롯데백화점이 지난 2021년 신(新)연봉제 시행 이후 노동자들의 기본급 삭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신연봉제와 관련해 롯데백화점 측은 “이 제도는 90%의 임직원은 평균 이상의 기본급과 업적 가급을 실시하며 급여가 상향되는 평가제도”라는 입장이다. 

 

노사 갈등은 결국 지난 1월 25일 노동자들이 ‘신(新)연봉제 폐지’를 주장하며 천막농성으로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농성을 시작하면서 ▲신(新)연봉제 폐지 ▲인사평가제도 폐기 ▲전문직 직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와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간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일요주간>은 지난 7일, 14일째 천막농성 중인 최영철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지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소공동 1번지,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 최영철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지회장은 롯데백화점의 연봉제와 인사 평가 제도 폐기와 전문직 직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최 지회장은 “집회 신고를 할 당시부터 사측의 방해가 있었다”면서 “천막 설치 예정 장소 주변 일대에 대형화분을 설치하고 안전 요원들이 와 있었다. 결국 새벽 5시에 틀만 급하게 만든 뒤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공포의 하위 등급…'부익부 빈익빈' 신연봉제

이 같이 노사 갈등을 야기한 롯데백화점의 인사고과는 매년 3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회사는 5월, 8월, 11월마다 역량 평가, 발전 가능성 정도 등을 평가해 인사등급을 정한다. 이 점수들을 모아 최종 평균 낸 등급이 내년도 연봉을 결정하는 식이다. 등급은 EX(Excellent), G(Good), AV(Average), NI(Need Improvement), UN(Unsatisfactoty) 등 총 5가지다.


롯데백화점 임금은 기본급, 업적 가급, 직책 수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업적 가급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으로 기본급과 함께 통상임금에 속한다. 그러나 최종 인사고과 등급이 NI 혹은 UN일 경우 다음 해 연봉은 최대 3~5% 기본급이 삭감된다. 업적 가급은 전액 제외된다. 반면, 상위 등급(EX, G)의 경우 기본급의 5%(SA이하 직급 기준), 업적 가급 100%가 더해진 값으로 연봉협상을 할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 성격의 신연봉제는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됐다. 이는 최 지회장이 노조를 설립한 계기이기도 하다. 
 

“신연봉제는 동료를 경쟁자로 인식되게끔 만들고 각자도생 분위기를 형성한다. 무엇보다 현재 구조에서는 무조건 전체 직원의 10%는 하위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올해 운이 좋아 NI등급을 피했다 하더라도 내년, 내후년에는 점점 파이가 작아질 것이고 자신이 하위등급을 받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는 1994년 롯데백화점 CVS(편의점) 사업부에 입사한 이래 청량리점, 관악점, 인천터미널점 등에서 남성 구두, 넥타이, 영캐주얼 등 다양한 부문의 매장을 관리했다. 식품과 대외업무 지원 등도 맡았다. 실적도 곧 좋아 과장급까지 무리 없이 승진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회사 측은 11개월 동안 그에게 총 5번의 인사명령을 내렸지만 한 차례 면담도 없었다. 더욱이 26년간 매장 관리, 책임직을 맡아온 최 지회장을 VIP BAR 음료 대접 직무로 변경해 발령냈다. 그럼에도 그는 그해 매출 달성률을 평균 93% 기록했고 고객 컴플레인(불편 접수)도 0건이었으나 1·2·3차 인사고과 평가등급에서 모두 ‘NI’를 받았다. 

 

▲ 지난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1번지 롯데백화점 본점 거리 가장 자리에 위치한 민주노총 롯데백화점지회가 농성 중인 천막 모습이다. 대형 화분들이 천막 주변을 둘러싸여 설치된 모습.

 

이 무렵 회사는 각종 직원 복지제도도 축소·폐지했다. 매년 창립기념일에 맞춰 전 직원에게 만 10년 이상 금 10돈부터 근속연수에 따라 만 40년 이상 금 40돈을 지급하던 ‘금(金) 포상제’가 상품권 지급으로 변경됐다. 20년 근속 직원에게 제공하던 여행 상품권과 월 휴가도 폐지됐다. 당시 직원들 사이에는 사측이 재원 부담으로 기존 노조 수뇌부와 졸속 합의해 포상 내용 변경을 합의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도한 인사이동 및 실적에 상관없이 평가하는 인사고과, 금 포상제도 폐지, 20년 근속 여행 상품권 및 5일 휴가 폐지, 신(新)연봉제 도입 등 회사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근로 규칙을 변경했으나 기존 노조를 포함해 누구 하나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3차례 연속 하위등급을 받은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결국,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조언을 받아 롯데백화점지회를 2020년 12월 4일 만들었다."

근로자에게 ‘임금 삭감’은 불이익임에도 최 지회장 말마따나 당시 직원들은 신연봉제 도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 근로기준법(제92조 제1항)에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게끔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로 직원 다수가 신연봉제 도입을 찬성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 역시 “사내 직원들의 동의를 거쳐 2021년부터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는 '두려움'때문이라고 최 지회장은 보았다.

 

“당시 회사는 사내 홈페이지를 통해 신연봉제 도입 찬반 의사를 물었다. 그러나 설문 조사에 응하기 위해서는 ‘사원 번호’로 로그인해야 한다. 전산 기록이 남을 게 뚜렷한데 어느 누가 소신을 밝히기 쉽겠느냐. 얼마 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저희(노조) 기사가 올라온 적 있는데 댓글 70여 개가 달렸다. 대부분 멀리서 응원한다는 이야기였다. 대기업을 상대로 직접 나서기 어려운 마음을 이해한다. 마음으로라도 저희 행보를 응원해주신다면 농성장에서 버틸 힘이 된다."

現 인사고과 평가기준, 객관적인가?

최 지회장은 롯데백화점의 인사고과 평가기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평가(評價)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일정한 기준에 의해 따져 매김’이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측이 따져 매긴 등급의 기준은 모호했다. 

 

롯데백화점은 직원 역량을 총 6단계로 나눠 평가했다. 1, 2, 3수준에 대한 기준은 순서대로 ‘다음 레벨의 역할을 넘어 전문가 수준’, ‘다음 레벨의 역할수행이 즉시 가능’, ‘노하우를 전파하고 주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였다. 이 외에도 ‘발생 가능한 문제와 이슈를 적기에 감지하고 조치 방법을 설정하는 역량’, ‘동시에 여러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의 진도와 품질을 확보하는 역량’과 같은 문장 중심 설명만 있었다. 

 

“지난해 조합원 한 분이 인사고과 등급에 조정의견을 내며 평가 기준을 물었더니 부문장으로부터 ‘본인 직급 대비 역량이 현격히 부족’하고, ‘주변 동료와 소통 및 협력이 전무한 상태로 조직 성장과 발전에 역행하는 행태’이기 때문에 ‘평가 결과 자체에 이상 없음’이라고 쓰인 답장을 받았다. 도대체 역량이 얼만큼 현격히 부족한 지, 동료와 소통과 협력이 얼마나 전무한지 명확히 알 수 없다. 심각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이다. 인사고과 평가 기준에는 목표 달성률, 매출 신장률 등과 같은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2015년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에 대한 정부 초안에서 업무능력 결여 등에 따른 해고 시 평가제도 설계, 평가 방법의 타당성, 평가의 실행 과정에서 신뢰가 뒷받침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평가 방법은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영업실적 등 객관적 수치로 나타내는 ‘계량 평가’, 혹은 개인별 일정 목표를 정해놓고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절대평가’가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롯데백화점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천막,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급을 삭감 가능하게 한 신연봉제를 폐지하고 직원들간 과도한 경쟁을 야기시키는 성과지상 인사제도 파기, 동일직급 장기체류자에 대한 이중 삼중 불이익 제한 철폐, 전문직 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실제 현재 최 지회장과 일부 조합원들은 올해 인사고과에서 하위등급을 받아 연봉이 삭감됐다. 일례로 부장급인 A씨는 연봉 7000만원(직급 기준)에서 3800만원으로, 과장급인 B씨는 6500만원(직급 기준)에서 36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들이 특히 연봉 삭감 폭이 큰 이유는 신연봉제에 '동일 직급 장기 체류자'규정이 중복 적용됐기 때문이다.

 

동일 직급 장기체류는 올해로 시행 4년째인 또 다른 인사 규정이다. 승진 시기를 4회 이상 놓쳐 직급이 바뀌지 않은 직원(동일 직급 장기 체류자)이 인사고과 중 하위등급을 받을 경우, 기본급 5% 삭감, 업적 가급 및 추가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는게 골자다. 최 지회장은 이러한 인사 규정들이 지나친 성과지상주의며 사실상 간접적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했다.

 

“어느 조직이건 승진자의 TO(인력 정원)는 한정적이다. 그러므로 모든 직원이 각자 맡은 업무에서 더 높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기업문화에 맞으면 승진되어 그에 걸맞은 처우를 받으면 된다. 반면, 승진이 못 된 대다수 직원은 현 직무에 맞는 처우를 받으면 되지만 회사는 편향적인 평가로 하위등급을 주는 식으로 직원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해마다 다 같이 나눌 파이는 점점 작아지고 이 중 10% 직원에 저성과자란 낙인을 씌워 스스로 퇴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사실상 간접적 구조조정이다. 또한 이러한 성과지상주의적인 인사제도는 경쟁의식 심화, 팀워크 실종, 조직력 와해라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최종적으로 롯데백화점의 시장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최근 롯데백화점의 실적은 하락추세다. 2018년 3조 2320억 원이던 매출은 2019년 3조 1300억원으로 감소했고 2020년엔 2조원대(2조 6550억원)로 떨어졌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 66억원, 28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4%, 73.9% 감소했다. 이 중 롯데백화점(2021년 3분기) 매출은 656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1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 시기 롯데백화점은 창사 42년 만에 처음으로 근속 20년 이상 직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희망퇴직과 신규 채용은 젊고 새로운 인력을 도입해 조직을 리빌딩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작년에 희망퇴직으로 545명을 보낸 뒤에도 사측은 20년 이상 근속 직원들에게 수시로 전화해 희망퇴직은 권하고 있다. 대놓고 나가라고 말은 못 하니 ‘장기 체류자니까 내년부터는 직책 수당 등을 못 준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사실상 인사 고과에서 하위등급 받을 테니 기본급과 직책 수당, 위로금 받고 나가라는 이야기다. 작년 희망 퇴직 후에도 이런 방식으로 나간 사람이 적지 않다.”

‘노동력 돌려막기’도 고객 서비스 질 하락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545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후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실적 개선 의지를 밝혔으나 실제 채용된 신규 정규직원은 100여명에 그쳤다. 나머지 자리는 연봉 2700만원의 저숙련 무기계약직 노동자를 채용해 메우고 있고 그마저도 퇴직이 잦은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백화점은 10년 전으로 퇴행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니 직원 한 사람에게 동종 시장 자료 조사, 매장 관리, SNS 홍보 업무를 시키고 있다. 희망퇴직 이후 입사한 전문직 직원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이들은 문화센터 MVG, VIP BAR, 상품권데스크, 사은데스크에서 일하는 분들인데 고객을 직접 대면하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다. 양질의 고객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전문직 직원들이 백화점 내·외부 사정을 상세히 알고 있어야 하지만 계약직으로 급히 채용하다보니 교육 연수도 못 받고 현장으로 바로 투입된다. 성과급, 업적 가금, 학자금 지원 등에서도 정규직과 차별적 대우가 커 퇴사율이 높다. 유통시장 1위라는 명성에 걸맞도록 직원 권익향상에 노력할 필요있다.”

한편,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연봉제 연봉 제도는 90%의 임직원은 평균이상의 기본급과 업적가급을 실시하며 급여가 상향되는 평가제도”이며 “또한 이와 같은 평가제도는 동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에서도 도입해서 운용 중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백화점은 기존 직급 체계를 통합해 4단계로 축소하고 임원승진 대상도 S그레이드 5년차 부터 임원 승진이 될 수 있도록 개편했다”면서 “직급의 간소화를 통해 활력을 높이고 젊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취지 앚춰 젊은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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