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특별기고] 국가신용도의 시대 포퓰리즘, 재정건전성 그리고 대한민국의 선택

서정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6-06-04 10: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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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은 왜 국가 경쟁력이 되었는가
중앙·지방정부 포퓰리즘, 환율·에너지·관세 리스크가 대한민국 경제에 던지는 경고

 

 

포퓰리즘의 본질은 “오늘의 표”를 위해 “내일의 재정”을 당겨 쓰는 것이다
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경제의 평가는 이제 시작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각종 현금성 지원, 무리한 개발공약, 재정 확대 정책은 이제 실제 예산과 부채, 세금의 문제로 전환된다. 포퓰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돈을 많이 쓴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생산성을 높이는 지출과 표를 얻기 위한 지출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로, 항만, 에너지 인프라, 첨단산업 클러스터처럼 미래 세수를 만드는 투자는 경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회성 현금지원, 수익성 없는 지역 개발, 정치적 명분 중심의 공공사업은 결국 재정 부담으로 남는다.


아르헨티나는 반복적인 재정 포퓰리즘과 통화 불안, IMF 의존이 겹치며 경제 위기를 반복해왔다. 최근에도 IMF 프로그램과 추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재정 신뢰를 잃은 국가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외부 금융기관의 관리 아래 놓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환율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국가 신뢰도에 반응한다
환율은 단순히 달러 가격이 아니다. 국가의 재정건전성, 외환 수급, 금리, 성장률, 정책 신뢰도,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반영되는 종합 지표다. 특히 현재 한국은 원화 약세와 금융시장 변동성에 민감한 국면에 있다. 2026년 6월 4일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당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30원대까지 약세를 보인 뒤 1,523.6원 수준으로 언급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동시에 재정 확대 경쟁에 들어가면 시장은 이를 단순 복지정책으로 보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 나라가 앞으로 부채를 얼마나 늘릴 것인가”, “그 지출이 성장으로 연결되는가”, “환율 방어 능력이 유지되는가”를 계산한다.


튀르키예 사례는 좋은 경고다. 2021년 리라화는 금리 인하와 신용 확대 중심 정책 속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고, 2022년 초 물가상승률은 36%까지 치솟았다.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50%까지 올리는 강도 높은 긴축이 필요했다.

에너지 수급 불안은 환율과 물가를 동시에 흔든다
한국 경제의 약점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다. 원유와 LNG 가격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무역수지와 경상수지에 부담이 생기며, 이는 다시 환율에 압력으로 작용한다. 현재 중동 리스크와 유가 상승은 이미 한국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로이터는 2026년 5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아졌고, 중동 갈등에 따른 고유가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즉 지방선거 이후 포퓰리즘성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까지 상승하면 한국 경제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 재정은 지출 확대 압력을 받고, 가계는 물가 부담을 느끼며, 기업은 원가 상승을 겪고, 환율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정책은 현금성 지원 확대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화, 전력망 투자, LNG·원전·재생에너지의 균형, 산업용 전력 안정성 확보, 전략 비축 체계 강화다. 에너지 수급 안정은 복지정책보다 더 근본적인 민생정책이다.

유럽의 교훈, 복지는 확대됐지만 청년은 미래를 잃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오랜 기간 복지국가 모델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복지 확대가 청년세대의 미래소득과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복지 확대 → 청년 보호 명분 → 재정 부담 확대 → 성장 투자 축소 → 청년 일자리·주거·미래소득 불안 → 청년층의 기존 정치 외면


해외 사례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 주요 국가는 오랜 기간 강한 복지국가 모델을 유지해왔다. 의료, 연금, 실업급여, 주거 지원, 각종 사회보장제도는 시민의 삶을 보호하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럽의 젊은 세대는 기존 복지국가 모델에 대해 과거와 다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복지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복지 재원이 미래 성장 기반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때 발생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유럽에서는 연금과 의료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 부담은 결국 청년 세대의 세금과 사회보험료, 낮은 성장률, 높은 주거비, 불안정한 일자리로 전가되고 있다.


프랑스의 연금개혁 논란은 대표적 사례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 지속 가능성을 이유로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는 개혁을 추진했지만, 청년층은 이를 단순 노후제도 문제가 아니라 “미래세대 부담의 전가”로 받아들였다. 프랑스 청년들은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적극 참여했으며, 이 사안을 고용 불안과 주거비 부담, 미래소득 불확실성과 연결해 인식했다.


독일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독일 25세 미만 유권자의 AfD 지지율이 16%로 집계되면서, 젊은 층 일부가 기존 주류 정당을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 이념 변화라기보다 주거비, 생활비, 이민, 경제 불안, 미래 전망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는 더 구조적인 사례다. 이탈리아는 높은 공공부채, 낮은 성장률, 청년실업, 인구 감소, 두뇌 유출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파비오 파네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젊은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을 이탈리아 경제의 중대한 위협으로 지적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청년 대졸자 임금이 이탈리아보다 크게 높아, 젊은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유럽의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복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복지가 성장, 생산성, 청년 일자리, 미래소득 기반과 분리될 경우 청년을 보호하는 정책이 아니라 청년의 미래를 잠식하는 정책으로 바뀔 수 있다. 복지가 현재 세대를 안정시키는 데만 집중하고 미래 세대의 생산 기반을 만들지 못한다면, 젊은 세대는 결국 기존 정치와 기존 복지모델을 외면하게 된다.


대한민국 역시 이 경고를 가볍게 볼 수 없다. 고령화, 연금 부담, 건강보험 재정, 지방소멸, 청년 일자리, 주거비 부담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현금성 복지와 단기 지원책을 확대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20대와 30대의 미래세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청년을 위한 정책처럼 보이는 포퓰리즘이 실제로는 청년 세대의 미래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 이후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복지정책은 단순 지출 확대가 아니라 성장 기반과 결합된 복지여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성 지원금만이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 주거비 완화, 산업 경쟁력, 기술교육, 창업 생태계, 지역 기업 유치, 에너지 비용 안정, 환율 안정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결국 진짜 청년복지는 현금을 나눠주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소득을 만들어주는 경제 체계를 구축하는 데서 시작된다.


결국 청년을 위한 정책처럼 보이는 포퓰리즘이 오히려 청년 세대의 미래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관세 리스크는 지방경제와 수출산업을 직접 압박한다
현재 세계 무역환경은 자유무역 확대가 아니라 관세와 보호무역 강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강화는 이미 유럽 수출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EU 철강업계는 미국의 관세 인상 이후 대미 수출이 34%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 역시 자동차, 철강, 배터리, 반도체, 조선 기자재 등 수출산업 의존도가 높다. 관세가 높아지면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약화되고, 생산기지 이전 압력은 커지며, 지방 제조업 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새로운 세계질서와 대한민국의 선택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제조업 회귀와 관세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성장률 둔화 압력을 받고 있다. 유럽은 고령화와 복지 부담 증가에 직면해 있고, 중동은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글로벌 충격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개방경제 국가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성장을 동반하지 못하는 재정 확대는 환율과 국가신용도, 산업경쟁력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순 지원금 경쟁이 아니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시대에는 지역별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항만, 물류, 전력,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 수출금융, 외국인투자 유치까지 연결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선거 이후 경제정책의 핵심은 “얼마나 나눠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벌어들일 것인가”다. 포퓰리즘은 표를 만들 수 있지만, 환율을 방어하지 못한다. 현금성 지원은 일시적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에너지 가격과 관세 리스크 앞에서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성장 없는 복지는 지속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복지와 성장을 대립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는 지속 가능한 성장 위에서만 가능하다. 결국 세금을 만드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며, 복지를 지탱하는 것은 국가채무가 아니라 생산성이다.


AI 산업,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 에너지 인프라, 수출산업 경쟁력 강화와 같은 생산적 투자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복지 확대 역시 장기적으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예산을 집행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업과 일자리, 세수를 창출했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경제가 지금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중앙정부는 재정 건전성과 국가신용도를 지켜야 하며, 지방정부는 복지 확대 경쟁보다 산업 유치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앞으로의 지방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지원금을 지급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업과 일자리, 투자와 세수를 창출했는가에 의해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는 끝났지만 시장은 지금부터 지켜본다. 환율과 에너지 가격, 관세 리스크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숫자로 대한민국 경제의 실력을 평가할 것이다.


왜 지금 재정건전성이 중요한가
과거에는 경기침체가 오면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현재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중동발 에너지 공급 불안, 보호무역주의 확대에 따른 관세 장벽, 그리고 선진국 전반의 고령화라는 네 가지 구조적 충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 회귀와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며 관세를 전략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고,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성장 둔화 압력을 받고 있다. 유럽은 복지 부담과 고령화로 인해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중동은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을 높이며 글로벌 물가와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충격이 단기간에 끝나는 순환적 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국가의 재정 여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된다. 과거처럼 무제한적인 재정 확대에 의존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정이 건전해야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나 에너지 위기, 공급망 충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다. 결국 재정건전성은 단순한 회계적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신용도이며, 환율 방어 능력이고, 미래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자 다음 세대의 경제적 선택권을 지켜주는 안전판이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재정건전성이 곧 경제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재정건전성의 핵심 의미는 미래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임을 단체장들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시장은 지금부터 대한민국의 선택을 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평가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환율, 국가신용도, 투자와 고용이라는 숫자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jacobxu0304@gmail.com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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