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부는 기초과학·기초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다

김쌍주 대기자 / 기사승인 : 2019-09-16 1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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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쌍주 대기자
[일요주간 = 김쌍주 대기자] 잘 사는 나라는 과학기술이 발전된 나라이다. 한나라의 과학기술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성장 동력이자, 국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부강한 나라의 기준이 된다. 국가의 부(富)가 되는 과학기술은 기초과학을 토대로 발전이 이루어진다.

기초과학이란 응용과학과 대비되는 자연과학의 순수한 학문으로 모든 산업기술들이 이러한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기초과학이 국가기술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지만, 한국은 기초과학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중한 국내연구풍토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이 반도체 관련 3개 핵심소재의 對한국수출규제를 발표한 후 급기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일련의 사태는 일본의 자국기업피해가 예상되는데도 치밀하게 진행된 만큼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재는 단지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기계·전자·조립산업의 공급망과 연결돼 한국의 경제피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일본산 소재·부품·화학물질 등을 수입해 쓰던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번 기회에 소재공급처 다변화와 국산화 노력에 심혈을 기울려야 한다.

정부도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산업육성 총력전을 선언했으며, 내년도 국가연구개발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소재기술은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분야다. 무엇보다 깊은 기초과학 연구가 필요하다.

소재는 기초화학에 기반을 두고 공정에 대한 노하우나 경험을 쌓은 뛰어난 엔지니어가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시장에서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투자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특히 반도체소재는 중요성과기술에 비해 사용량이 많지 않고, 설령 반도체공정에 적합한 소재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평가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으며, 수익성이나 사업성에서도 문제가 될 여지가 많다.

이에 따라 정부지원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미래를 위한 중·장기계획으로 접근해야 하며, 수요 대기업과 공급 중소기업 간 원활한 협업모델도 절실한 상황이다. 사실 제조업위기가 일본의 무역규제로 인해 급작스레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누적된 문제로, 단지 수출규제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돌아보면 한국의 제조업은 정부의 수입의존과 수출확대정책에 힘입어 수입의존도를 낮추기보다는 수출을 더 늘리는 데 집중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제조업생산에 투입되는 수입자재비중은 5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지만 수출비중은 크게 증가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자재를 국산화하려는 노력보다 새로운 물건을 더 많이 수출하는 쪽으로 한국경제가 작동해 왔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이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으로 불안한 세계경제에 대응해 각국정부가 자국 내 고용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한국이 추진해 온 선택과 집중에 의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하이테크 기술위주성장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제재를 가한 세 가지 제품은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드 등 반도체 소재 부품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모두 화학기술과 관련이 있다. 이를 생산하는 공장은 화학혼합물을 섞어 만드는, 흔히 이야기하는 굴뚝산업에 가깝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은 너무 단기성과에 치우쳐서 기초과학과 기초산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관련현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그런데도 화학·소재산업은 환경규제와 전통산업이라는 인식 아래 각종정책에서 소외돼 왔다.

산업의 근간이 되는 소재기업과 뿌리산업현장은 아직도 낙후되어 있는 곳이 많다. 이를 위해 4차 산업혁명, 스마트팩토리 등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불안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고 완전한 기술독립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이 절대적으로 미흡한 기초과학과 기초산업분야에 대한 중·장기적인 체계화한 지원과 지속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

일본의 기초과학과 기초산업은 일본 경제산업청의 지속적인 지원과 모노즈쿠리로 대변되는 일본 장인정신에 기반을 두고 세계 제일의 기술수준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한국도 무조건 일본 비판을 하기에 앞서 일본의 강점을 수용하고 맞닥뜨린 환경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자원이 절대부족하고 지정ㄹ학적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부강한 나라가 되려면 기초과학을 국가경쟁력확보의 중장기적 비전으로 보고 이를 위한 제도와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일본의 수출제재를 시발점으로 소재 국산화 열의가 가득 찬 지금이야말로 기초과학과 기초산업을 처음부터 다시 보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성장에만 몰입돼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기초과학과 기초산업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초과학에 더 많이 투자해 연구개발예산비중이 높은 데도 원천 기술이 많지 않다는 오명은 벗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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