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직원 전용 앱으로 감시망 구축?…‘사생활 침해’ 논란

강현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1-13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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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PC에서 제공하던 기능 중단… 앱 설치 ‘강제’
▲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뉴시스)

 

[일요주간 = 강현정 기자] 최근 제주항공이 개발한 직원 전용 앱에 대해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단말기 원격 통제 시스템(MDM)을 필수로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회사가 직원 개인 휴대폰 내 정보를 엿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PC로 확인할 수 있었던 사내 공지사항마저 해당 앱에서만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하면서 제주항공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감시망을 구축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5일부터 기존 PC에서 웹사이트 형태로 제공됐던 개인 인사관리 시스템의 일부 기능을 차단했다. 대신 운항승무원들에게 개인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앱 형태의 모바일 업무 시스템인 ‘제이크루(J CREW)’를 설치하라고 공지했다. 회사 공지사항을 확인하거나 연차, 휴가, 업무비용 등을 신청하려면 해당 앱 설치는 필수 사항이 됐다.

 

해당 앱을 사용하려면 개인 스마트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단말기 원격 통제 시스템(MDM)’을 함께 설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원격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단말기의 설정을 변경할 수 있으며, 특정 범위 내 카메라, 녹음 기능 등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MDM은 보안 등의 이유로 국내 여러 기업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개인정보를 수집해 사생활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기존 PC에서 제공하던 기능을 중단하고, 앱 설치를 강제했다. 해당 앱 없이는 업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일부 항공사들도 개인의 스마트폰을 통해 직원의 휴가 관리 및 공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지만, PC와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로 MDM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주항공 운항 승무원 노조원들은 사생활 침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운항 승무원 노조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주항공 직원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앱을 설치하라면서 PC 기반 접속을 원천 차단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MDM 설치에 대해 제주항공 직원 다수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적었다.

 

업계 시각도 마찬가지다.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군의 경우 사내 촬영 금지 등을 위해서 MDM을 사용해야 할 수밖에 없지만 일반 항공직군에 적용하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도 재작년 7월 업무용 앱을 업데이트하면서 스마트폰 내 데이터 수집·삭제 기능을 추가했다가 사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아시아나에서는 경영진 갑질에 대한 직원들 폭로가 잇따르고 있었다.

 

직원들은 “사적 소유물인 개인 휴대폰에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무용 앱 설치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2017년 회사에 과다한 정보 접근 권한을 부여한 업무용 앱 설치를 거부했다가 징계를 당한 KT 직원 이모씨가 제기한 징계취소 소송에서 이씨 손을 들어줬다. KT는 ‘조직 내 질서 존중의 의무 위반’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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