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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현 언론인 |
AIG는 국가로부터 1천8백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명맥을 이어 가고 있는 회사다. 사실은 그것으로도 정상화가 완결된 것이 아니어서 아마도 공적자금을 더 지원받아야 할 지도 모를 회사다.
그런 부실회사가 73명의 직원들에게 100만 달러 이상씩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이며 마땅히 회사를 살리는데 써야 할 돈이다. 그 돈을 엉뚱하게 회사를 침몰시키는데 일조(一助)씩을 보탠 임직원의 보너스 지불에 썼다. 더구나 AIG의 보너스 잔치는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지급된 것을 포함해 2009년까지 지불이 예정된 액수가 모두 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는 망해 가는데 임직원들은 국민의 세금에 의해 백만장자들로 변신해가고 있다. 이런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탐욕, 타락의 극치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이런 행위를 방치할 나라는 이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나라 망할 일이 분명한데 어떻게 방치할 수 있겠는가.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아무리 미국이 자본주의의 천국이라 해도 그러하다. 이를 두고 기업에 대한 국가간섭이니 자본주의의 몰락이니 심지어 칼 마르크스의 부활이니 떠드는 것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없는 입방아에 불과하다. 미국이 펄펄 끓고 있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오바마대통령은 <화가 나서 말이 안나온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가치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그들을 사기꾼,도둑이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행정부 의회 검찰등 국가 권력기구들이 총동원돼 이 탐욕스럽고 타락한 보너스 잔치를 중단시키거나 지급된 돈을 세금으로 환수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를 지금처럼 위기에 빠뜨린 게 바로 이같은 기업의 탐욕이다. 그 탐욕이 경제가 벼랑에 서있는지금같은 상황에서도 자제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장래는 어둡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이 쇠퇴의 길에 들어섰느니 어쩌느니 설들이 분분한 시점이다.
AIG가 연못을 흐려 놓은 한 마리의 미꾸라지에 불과하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작은 구멍을 내더라도 연못의 뚝은 무너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의 구제금융이나 수천만 달러의 보너스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미국 곳곳에 있다 >고 했다.
이는 미국의 도덕적 판더멘털(fundamental)이 아직은 튼튼함을 웅변해주는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큰 사고를 칠 수 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지금 한창 <조기경보>를 발령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로마제국이 도덕적 해이로 무너졌다. 미국은 수시로 대통령이 바뀌고 변화해가는 나라중 하나다. 좋은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 만큼 국민의 수준이 갖추어진 나라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내부혁신(innovation)이 가능한 역사상 가장 강대한 대제국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영원한 제국>일까. 이런 주장에 전적으로 동조할 생각은 없다. 국가의 흥망(興亡)은 몰라도 적어도 성쇠(盛衰)의 싸이클은 되풀이 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 보험회사 AIG문제를 우리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같다. 기업들은 AIG와 같은 모럴해저드에 빠져들지 않도록 자정(自淨)노력을 게을리 해서 안되며 정부와 국민은 이들의 탐욕과 타락을 경계해야 한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라도 깨끗한 연못을 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 이는 경계하고 또 경계해도 모자람이 없을 일임에 틀림없다. / 최상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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