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際규범에 도전하는 북한의 對外전략

홍관희 소장 / 기사승인 : 2009-05-07 21: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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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칼럼

'사회주의 고수’를 통한 ‘체제생존 전략’은 역설적으로 ‘체제붕괴’를 재촉할 뿐

북한의 체제 속성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규범과 조화(調和)를 이루지 못함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다. 예컨대, NPT·MTCR 정신을 위반하면서 핵·미사일 개발·확산 몰두, 참혹한 北주민 인권 유린, 對南 군사 테러·도발과 협박 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행동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도(度)를 훨씬 넘고 있어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 4·5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은 UN 안보리 제재조치에 반발해, (i)핵시설 불능화의 중단과 (ii)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하고, (iii)‘플루토늄 재처리’에 이어, (iv)2차核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발사실험을 공언했다. 또 북한은 “UN안보리의 사죄(謝罪)”를 요구하고, “6자회담 절대 불참”을 선언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힐러리 클린턴 美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북한에 대해 “스스로 제 무덤을 더 깊게 파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하면서, “북한에 경제지원을 할 의지와 관심이 전혀 없다”고 선(線)을 그었다(4.30, 상원 세출위원회). 게리 새모어(Gary Samore)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확산·테러행위방지 정책조정관도 “북한이 싸움을 선택하길 원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다”는 의미있는 언급을 했다(5.1,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강연). 북한의 행동은 분명 국제사회와 국제규범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안보질서에 대한 용인할 수 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무모한 행동 속에 숨겨진 북한의 대외전략 배경은 무엇일까? 북한은 핵무장 기도를 “자위적 핵억제력” 목적이라 강변하고 이를 정당화한다. 김정일의 언변은 그만큼 능수능란하다. 북한은 “공화국의 핵억제력으로 美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아주겠으니, ‘민족공조’를 이룩해 남북 조선 인민이 함께 對美 항전에 나서자”는 그야말로 ‘철판’같은 대남 선동을 구사하기도 한다.


북한의 ‘벼랑끝 대외전략’ 배경에는 김정일 개인의 무모하고 도전적 성격이 자리잡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1990년대 초, 소련과 동구 공산체제의 붕괴 및 독일통일에 이어, 韓·소, 한·중 수교 등 국제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북한이 고립에 직면하고, 이어 김일성이 사망하는 위기 속에서도, 김정일은 “사회주의는 과학이다” 제하의 논문(1994년 10월)을 발표하여, “나의 사상은 붉다 ...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 모든 고난을 ‘사회주의 고수’를 통해 돌파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일성 사망 이후 1994~97년 3년간 유훈통치를 행했던 김정일은 3년상이 끝난 1997년 10월 총비서직에 취임함으로써 실질적인 1인자로서의 지위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1998년 9월 헌법 개정을 통해 주석직을 폐지하고 국방위원회 위원장에 추대돼 공식적인 권력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와 동시에 김정일은 1998년 ‘사회주의 강성대국건설’론을 제창하여, ‘고난의 행군’으로 지친 인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려 시도하였다. ‘강성대국’을 제창하면서, 김정일은 “우리가 지금 일시적으로 난관을 겪고 있지만 멀지 않아 사회주의강성대국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동년 8월 노동신문은 「정론」을 통해 “강성대국 건설은 주체의 기치 밑에 전진해 온 우리 혁명의 새로운 력사적 단계의 필연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김정일은 이의 연장선상에서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규정, 지금 “2012년에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완성하자”고 외치고 있다. 북한이 1998년 8월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1호를 발사한 이후, 2006년 대포동 2호 발사와 제1차 핵실험, 그리고 금년 4월 두 번째 대포동 2호를 발사한 배경도 ‘강성대국’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강경 대외전략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김정일은 1999년 이후 지금까지 ‘선군정치’를 제창· 강조해 오고 있는 바, 이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선 군부에 대한 당의 영도, 이데올로기와 당에 의한 군부 장악이 절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김정일은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이 “제국주의·자본주의 반동들의 반혁명적 공세가 끊임없이 잇달으는 속에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군력(軍力)의 강화를 우선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요약하면, 김정일은 ‘강성대국’과 ‘선군정치’를 내세워, ‘주체’에 입각한 유일영도체제를 고수하고, 핵·미사일 무장을 완수하며,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북한 인권개선 요구에는 아랑곳 없이, 대남 군사우위를 확보하여, 세습 후계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그야말로 자기 ‘배짱’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내외 환경은 전반적으로 김정일의 이러한 도전적인 대외전략 노선에 더 이상 청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김정일은 이미 중병(重病)이 들었고, 후계구도는 3남 김정운이 부상하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취약하고 불투명하다. 경제는 사회주의 체제가 갖는 구조적 모순에 의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진지 이미 오래다.

북한체제와 국제사회 간 내재하는 근본적 부조화(不調和)와 김정일의 무모한 성격으로부터 나오는 북한의 강경 대외전략 노선은 분명히 외부로부터의 ‘변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적응 실패’로 인한 ‘체제 붕괴’의 가속화일 뿐이다. 결국, 김정일 정권이 선택한 ‘사회주의 고수(固守)를 통한 체제생존 전략’은 역설적으로 ‘체제의 붕괴’를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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