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번다면 갱이라도 될 태세”

최형선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10-04-22 17:20:02
  • -
  • +
  • 인쇄
<새롭게 하소서> '에버랜드의 한 아주머니'

▲ 최형선 칼럼니스트
[일요주간= 최형선 칼럼니스트] 인간은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느냐와 얼마나 타당하냐에 있다.


윌버 포스는 18세기 영국의 '노예 무역'을 법률로 폐기했던 사람이다. 당시 노예 무역은 영국 국가 재정의 절반을 차지했던 절대적 재원이었으나 그는 "옳은 일이 아닌 것은 안 해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영국과 세계 역사를 바꾸었다.


사람들의 가치가 돈을 추구하는 행태로 전환하는 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다. 어린 아이들도 꿈에 대해 물어보면 나중에 돈을 많이 벌 거라는 얘기를 서슴없이 한다. 돈을 많이 번다면 갱이라도 될 태세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공익을 추구하지 않는 가치는 결국 인정받지 못 할 것이다.


몇 년 전에 들은 얘기다. 매년 5월 5일 어린이날이 되면 에버랜드에 한 아주머니가 베낭을 매고 찾아온다고 한다. 입구에서는 안내원과 실랑이가 벌어진다. 안내원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데 결국 아주머니는 돈을 던지듯이 주고 입구로 향한다. 아주머니는 유모차를 대여한 후 베낭에서 어린 아이의 사진을 꺼내 든다.


그리고 유모차에 태우고 눈물을 흘리면서 에버랜드의 보도를 걷는다. 이때 안내를 맡은 아가씨들은 유모차가 지나갈 때 마다 이렇게 말한다. "방가 방가 우리 어린이, 어린이날이라고 엄마랑 같이 놀러 왔구나? 엄마가 맛있는 것 사줬어요? 엄마한테 맛있는 것 사달라고 해서 재미있게 놀아요. 알았지?" 그 순간 누가 안내원 아가씨들을 보고 미쳤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찌 보면 에버랜드에서 사고가 나서 아이가 죽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은 그 아이는 10년 전 씨랜드 참사로 죽었다고 한다. 아이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난 슬프다. 놀이 공원에 엄마 아빠와 함께 가 보는 것이 소원인데 엄마 아빠는 올해도 바쁘셔서 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엄마는 아이를 잃고 난 후 일기에 적힌 대로 아이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매년 에버랜드를 찾는다고 한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어른들 때문에 씨랜드 참사가 벌어졌었다. 돈을 추구하는 가치는 결국 많은 사람들을 불행으로 내몰게 된다.


오래 전 대만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타던 일이 생각난다. 한 택시운전사가 런닝만 입은 차림으로 택시를 몰고 왔다. 그의 차림새도 범상치 않았지만 술냄새까지 풍기며 연신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를 보며 비장한 각오를 해야 했다. 차가 출발했을 때 그는 닭다리를 뜯으며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카레이서라도 되는 양 소리를 질러가며 차를 몰 때 우리는 가슴을 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기행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도로를 역주행 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얼이 빠져 버렸다.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우리를 지배했다. 그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재빨리 택시에서 튀어 나오기에 급급했다.


그 택시 운전사처럼 자신의 원하는 대로 남을 배려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사실 나도 과거에는 그랬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무실에서 나 혼자 편하자고 구두를 벗은 채로 발 냄새를 풍겼던 적이 있었다. 물론 다른 이들이 얼굴을 찡그리고 싫어했었다. 남을 배려하지 못 했던 내 처사는 어쩜 지금도 날 기억하는 다른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므로 다른 이들과 상생해야 한다. 그래서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는 모두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구조를 허무는 행위는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한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