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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화재배 본선 32강 이세돌(오른쪽) vs 천야오예 |
이제 올해 남은 대회는 하나.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뿐이다. 삼성화재배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대회이다. 그동안 총 우승 횟수를 보면 한국은 무려 11회나 우승을 기록했고, 중국이 4회, 일본이 2회 우승했다. 또한 현재 대회 2연패를 기록 중이다.
16기 대회에서는 원성진이 구리에게 2-1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했고, 전기대회에서도 이세돌이 구리에게 2-1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된 32강에서 5명이 16강에 진출했다. 나머지 열 한자리는 중국이 차지했다.
한국은 전기대회 우승자인 이세돌(랭킹 3위)을 비롯해서 랭킹 1위 박정환, 2위 김지석, 6위 박영훈, 17위 안성준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반면 중국은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문 구리를 비롯해 천야오예, 저우루이양, 스웨 등 올해 세계대회 패권을 거머쥔 멤버와 추쥔, 우광야, 구링이, 커제, 판윈뤄, 탕웨이싱, 리쉬안하오까지 11명이 16강에 올랐다.
16강 대결에서 가장 빅 매치로 꼽히는 대국은 이세돌과 천야오예의 승부다. 이세돌은 이번 대회 32강에서 이미 천야오예를 만나 패점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더블일리미네이션은 1패를 당해도 부활이 가능하다.
이세돌은 2연승을 거두며 부활했고, 바로 16강에서 천야오예와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이세돌과 천야오예는 5승 5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세돌이 3연패를 당하고 있다.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하는 박정환은 상대전적 3승 1패로 앞서고 있는 저우루이양과 만났고, 김지석 vs 판윈뤄, 박영훈 vs 탕웨이싱, 안성준 vs 구리는 첫 대결이다. 다섯명의 용장들이 한국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선 16강전과 8강전은 10월 8, 10일 삼성화재 대전 유성연수원에서 진행된다. 중앙일보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후원하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며, 총상금 규모는 8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랭킹 1위 박정환 VS 영재 입단 1호 신진서
두 천재 기사가 만났다.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본선 8강에서 현재 한국 랭킹 1위 박정환(20)과 영재입단대회 1호이자 한국 바둑의 미래인 신진서(13)의 대결이다.
바둑은 비교적 긴 수순으로 진행됐고, 275수만에 박정환이 흑 8집반승을 거두었다. 전통적으로 박카스배에서는 신예 기사의 강세가 이어졌기에 신진서가 일을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박정환은 강했다.
신진서는 초반에 시간을 많이 사용하며 자신의 특기인 전투 바둑으로 국면을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박정환은 철저한 실리 작전으로 맞대응하며 초반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그 과정 가운데 신진서의 무리수가 등장했고, 박정환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응징하며 우세를 점했다.
형세의 균형이 깨지자 신진서는 연이어서 승부수를 던졌고, 그때마다 박정환은 정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대처하며 신진서의 공격을 막아냈다. 신진서는 바둑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인지 대국하는 내내 표정이 어두웠고, 가끔 한숨을 쉬는가 하면 머리카락을 꼬기도 했다.
박정환은 대국 내내 전혀 방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어린 신예 기사이며 대국 내내 유리한 형세가 이어졌지만 마지막 초읽기까지 몰리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박정환의 대국에 임하는 자세를 보며 그가 왜 랭킹 1위인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신진서는 박정환과의 첫 대국에서 완패를 당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이다. 신진서의 나이는 불과 13살이다. 현재 프로기사들 중에서 가장 어리다. 신진서의 실력은 그동안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박정환은 이날 승리로 4강에 진출하며 랭킹 2위 김지석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반대편 조에서는 최철한(랭킹 4위)과 박영훈(랭킹 5위)이 4강에 진출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막강한 4강 진용이다. 이들 중 과연 누가 제18기 천원전을 거머쥐게 될까?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의 우승 상금은 2,500만원, 준우승은 1,2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결승은 3번기로 진행된다. 제한시간은 각 1시간, 초읽기 40초 3회이며 전기우승자는 박영훈 9단이다.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본선 8강전
흑: 박정환 백: 신진서
결과 275수 흑 8집반승
바둑은 초반부터 신진서의 공격적인 운행으로 좌상에서 시작된 전투가 우하로 그리고 하변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1도를 살펴보면 좌하귀에 흑 A로 패를 결행하는 수가 남아 있는 가운데 박정환은 상대의 응수를 묻는 의미에서 흑 1로 움직여 나간다. 백 2의 차단에 흑 3의 날일자가 박정환의 준비된 행마. 그러나 신진서 역시 대비책이 있었다. 2도 백 1로 젖혀간 수가 호수. 흑 2의 차단이 불가피 할 때 백 3, 5로 차단하는 수가 신진서의 대비책이었다.
백 1에 3도 흑 1로 받아주는 것은 백 2로 잇고 백 4를 활용해서 백 6의 행마가 좋다. 백 6이 놓이게 되면 가로 차단하는 수도 성립한다. 그렇다면 먼저 4도 백 1로 차단한다면 어떨까? 비슷할 것 같지만 흑 8까지 하변 백 한 점이 축으로 잡히며 백이 먼저 손해를 본 형태여서 흑 16까지 흑 우세.
다시 실전 진행으로 돌아가 보자. 신진서의 묘수에 박정환은 5도 흑 1로 잡아두며 한 발 물러선다. 하지만 여기서 백 2로 밀어간 수가 과욕. 팻감 관계상 백 a에 곳에 이어 두는 것이 정수였다.
박정환은 바로 흑 3으로 젖혀 패를 결행한다. 그런데 수순 중 흑 1로 반발하는 것은 어떻게 될까? 6도 흑 1로 차단하고 흑 3, 5로 둔다면 하변 흑 한 점을 축으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백 6의 움직임이 강력해서 백 14까지 흑이 곤란한 형태가 된다. 다시 실전 진행을 보면 7도 백 1로 패싸움이 시작됐다. 흑 2는 절대 팻감. 흑 4로 패를 때려내자 백의 팻감이 없다. 이에 신진서는 백 5, 7로 큰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박정환은 당연히 선수라고 생각했던 백 7을 받아주지 않고 흑 8로 하변을 접수한다.
하변에서 신진서의 손실이 크다. 그렇다면 상변 흑 대마의 사활은 어떻게 될까? 단순하게 8도 백 1로 차단하는 것은 흑 2로 막아두고 흑 4, 6으로 모양을 잡아서 살아있는 형태이다. 그 밖에 다른 수로도 그냥 잡히는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이에 신진서는 9도 백 1, 3으로 하변을 두텁게 해두고 백 5에 늘어두어 패를 결행한다. 백 5가 부분적으로 최선의 진행. 하지만 좌하귀 패와 마찬가지로 백에게 팻감이 없다.
10도 흑 1은 여전히 절대 팻감이다. 상변 흑을 잡아도 하변이 무너지면 바둑은 끝이다. 백 2로 받아줄 때 흑 3으로 때려내니 다음 팻감이 보이지 않는다.
백 4에 곳에 두는 신진서의 손길에 힘이 없다. 박정환은 흑 5로 흑 두점을 선수로 살린 후 흑 9에 두어 패를 해소한다. 흑 우세의 국면. 바둑이 확연하게 불리해진 신진서는 11도 백 1로 응수타진하며 박정환은 압박한다.
하지만 이 역시 무리였다. 흑 2의 붙임이 좋아서 흑 8까지 백 한 점을 보태준 꼴이 됐다. 형세가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작은 욕심에서 비롯됐다. 하변을 12도 백 1로 지켜두었다면 어려운 바둑이었다. 박정환은 이후 기회를 주지 않고 바둑을 완승으로 이끌었다. 7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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