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환 대표 “한국의 실리콘밸리형 에너지 벤처 기업 꿈꾼다”

김슬기 / 기사승인 : 2016-02-26 19:3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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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터뷰 그리드위즈 김구환 대표이사

[일요주간= 김슬기 기자] 사장실 소파 대신 사내 카페테리아에 앉아 직접 커피를 타는 CEO가 있다. 직원들에게 사무실에서 협조를 요구하기보다 휴게실 파라솔 아래서 협의를 요청하는 기업 오너, 한국의 실리콘밸리형 에너지 벤처를 표방하고 있는 그리드위즈 김구환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드위즈는 스마트그리드 통신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2013년 초 단 3명의 직원, 자본금 5억 원으로 시작해 불과 3년도 안 돼 연매출 100억 원 이상을 달성하며 수요관리 서비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술, 스마트 가전 전력 제어기술 등 스마트 그리드 핵심 기술 분야에서 상위 업체로 떠올랐다. 그리드위즈는 길지 않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이력을 선보이고 있다. 오픈ADR2.0(전력거래소 감축지시 통신 표준) 인증 국내 최초 획득, 포스코·한전 KDN 등 250여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업계 최대 규모다.

회사의 이런 눈부신 성장의 비결은 오너의 혁신적인 경영 마인드에 있다. 운영자의 권위보다 구성원들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고 호통보다는 소통을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수직적인 상하 관계를 과감히 벗어 던진 오너의 기업 철학이 오늘날의 그리드위즈가 있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일요주간>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중인 전도유망한 IT업체 그리드위즈의 오너 김구환 대표를 만나 그리드위즈 특유의 기업 문화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


- 회사에 대한 전반적 소개 부탁한다.
▲ 애초 그리드위즈는 처음부터 스마트그리드를 사업 영역으로 표방한 회사다. 지난 1998년 발족한 위즈넷에서 산업제어통신 사업을 진행하다가 2013년 3월 에너지제어 전문기업으로써 그리드위즈를 창업하게 됐다. 현재 그리드위즈는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서 국제표준 기반 최고의 에너지 관리 기술을 연구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해 에너지관리 서비스로 제공 중에 있다. 직원 3명과 5억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해 현재는 25명(연구소 13명) 임·직원에 연 100억 원대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는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수요자원 거래시스템 및 수요관리 서비스 사업과 분산자원 및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관리 시스템 사업, 스마트공장 에너지관리 시스템 사업,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 인프라 서비스 사업이 그것이다.


- 수요관리사업에 뛰어든 게 불과 재작년의 일이다.
▲ 다른 기업들이 스마트그리드를 일개 사업 영역으로 구분하며 제조 등을 겸하는 것에 반해 그리드위즈는 처음부터 스마트그리드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시작해 수요관리사업에 쉽게 뛰어든 부분이 있다. 그동안 스마트그리드 관련 통신 표준 대부분을 취급해 온 전문 업체인 만큼 ICT와 융합된 수요관리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여타 기업의 시작과 비교해서는 한 단계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채 사업 진행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 수요관리사업을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 먼저 수요관리사업은 지난 2011년 9·15 정전사태를 겪으며 태동했다. 기존 정부의 전력수급정책은 발전소 건설이 중심이었고 공장의 생산설비 가동 중단을 유상으로 요청했었다. 하지만 전력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설비 가동 중단 예산 역시 최대 수천억 원대로 늘면서 전력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결국 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사업이 구상됐고 그게 바로 지금 수요관리사업이 된 거다.
수요관리는 먼저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공장이나 건물의 계절별?시간별 전기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각자 역량과 시설 상황에 따라 감당이 가능한 양의 전기를 산정해 목표를 보고 한다. 그 후 전기 수급계획이 짜이게 되면 수요 자원 거래시장 참여자들에게 목표치가 내려지는데 그리드위즈는 총 감축시간(감축지시 발령 총 시간)과 감축구간 (1시간 단위의 감축량 평가구간), 감축 기준 값 (감축량 평가의 기준인 시간대별 고객기준 부하 값), 고객의 약정용량과 함께 목표 전력 사용량을 문자메시지 형태로 기업들에 감축지시 발령을 내리고 있다.


- 전체 1,300여 기업·공장이 1년 간 감축했던 전기 절반을 그리드위즈 고객들이 줄인 바 있어 에너지 관리 기술력을 주목받고 있다. 회사의 수요 자원 거래시장 현황 및 비결을 설명해 달라.
▲ (2015년 11월 25일 개시 시장 기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해 집합을 구성하는데 수도권은 51개사 (30MW), 비수도권은 181개사 (340MW)로 총 370MW를 운영 중에 있다. 전년도 급전지시 감축 이행률은 102.9%에 달했으며 계획 감축 36,988,457kWh를 수행했다. 수익률은 등록용량 kW당 51,127 원을 발생시켰다. 주요 고객사로는 한전 KDN, 포스코, 삼성전자, 현대, SK에너지, LG이노텍, 한화종합화학 등이 있다.
현재 그리드위즈는 관리 고객사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있다. 이것은 5분~15분 간격으로 업데이트 된다. 앞서도 설명했듯 미션이 떨어지면 각 기업에 메시지가 전달되고 또 어느 정도 대응했는지 그래프로 정리해 보여준다. 현재 이 정도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드물다.


- 이익 창출을 넘어 환경을 살리는 데도 일조하려 한다고 들었다.
▲ 수요자원거래시장과 에너지효율화사업을 연계하여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수요자원거래시장이 확대가 되면 그만큼의 발전설비를 대체하는 효과가 발생해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거다. (정부는 지난해 6월 2030년 온실가스를 약 15~30% 감축한다는 목표를 내놓으며 4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결국 그리드위즈는 수요관리사업을 통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일조하게 되는 셈이 된다)


- 국내 최초로 OpenADR2.0(전력거래소 감축지시 통신 표준) 인증을 획득했다. 그간 이룬 성과 좀 들려 달라.
▲ 그리드위즈를 창업하기 이전부터 산업제어 전문기업 위즈네트를 운영하면서 산업제어용 통신 반도체 및 통신모듈 원천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 50여 개국 300여 주요 고객사에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누적 1,000만 개 이상의 판매를 기록 중에 있다. 그 후 에너지제어 전문기업으로써 그리드위즈를 창업하게 되면서 시작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삼고 움직였다. 창업 당시 그 주에 전 직원이 미국, 유럽 출장부터 나갔다. 그래서 시작부터 가장 먼저 한 일은 미국 Gris2Home, Quality Logic, Autogrid과 독일 Auronik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일이다. 그리고 창업 해 OpenADR2.0, SEP2.0ISO를 개발했으며 그 다음해 국내 최초로 OpenADR2.0 인증을 얻었다. 작년에는 친환경자립섬 에너지 공급을 위한 ‘한국엘엔지솔루션’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수요관리시스템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 창업 3년 만에 업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는데, 그 성공 비결은.
▲ 98년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 당시 학내 벤처(위즈네트)를 공동 창업하게 됐다. 위즈네트는 산업제어용 통신 반도체 회사로 창립 당시에 랩장으로 있었다. 이 곳에서 반도체에 대한 특허 등록을 하고 반도체를 제작하고 판매를 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도 도맡아 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팔 상황이 못 됐다. 당시 삼성전자와 같은 큰 회사들은 한국 벤처 제품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해외부터 나가 제품을 판매 하게 됐다. 그렇게 해 전 세계 50개국의 대리점 망을 구축하고 1,000개사 이상의 고객들을 확보했다. 한때는 해외 판매가 90%를 이뤘던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그렇게 해외 판매가 주를 이루다 보니 홈페이지도 영어로 제작이 됐다. 근데 그것을 본 삼성반도체 측이 제품 문의 메일을 영어로 보냈더라. 미국 기업인 줄 오인했던 것이다. (웃음)
결국 17년간의 회사(위즈네트) 생활이 내겐 많은 경험이 됐다. 이 과정을 통해 에너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이밖에도 중간엔 잠시 일신전기라는 에너지 전력 기업에서 4년 정도 기획팀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이곳에선 기존에 있는 전력 산업에 첨단 ICT를 융합해서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한 경험이 있다. 그 후엔 다시 (위즈네트로) 돌아와 미주법인장을 맡았다. 이 과정 속에서 에너지제어 쪽 성장가능성을 내다보게 됐고 결국 그렇게 해 그리드위즈가 창업이 된 거다.
(위즈네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2000년도에 장영실상을 수상했으며 2001·2002년 도엔 전자산업 정보 제공 매체로 전 세계적으로 높은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Electronic Design News의 Innovator of the year로 선정 된 바 있다)


- 그리드위즈의 사내 분위기가 여타 회사와는 다르다. 3년 만에 업계 상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직원들에게 부여되는 회사의 자율적인 환경이 한 몫 했을 같은데.
▲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 입사를 하면 오히려 당혹스러워 한다. 왜냐면 환영회도 없을뿐더러 그 흔한 회식조차 하나 없기 때문이다. 또 KPI (핵심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icator)도 없다. 애초 직원을 채용할 때부터 제대로 뽑는다고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회사는 직원 하나를 뽑는데도 모든 전 직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만장일치제가 적용된다. 여러 사람들의 눈을 통해 이 사람이 일을 잘 할 것인지, 또 무엇보다 다른 구성원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을 것인지 등 여러 각도에서 평가해 채용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따로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인사고과를 통한 내부 경쟁이 없으니 인센티브 역시 n분의 1로 똑같이 나눠 가진다. 작은 회사에서 누가 잘하고 못하고 따지기 보다는 다 같이 협력하자는 마인드인 거다. 나는 한 사람이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 가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여타 회사와 다른 부분은 보고라는 형식 절차가 없다 라는 거다. 주간·월간 회의도 없다. 대신 개인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스스로 정하고 그것을 주변 직원들과 공유한다. 웹이나 또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통해 혹은 그냥 자기 책상에 걸터앉아서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이런 시스템이 업무적인 면에서 더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물론 문제가 있을 시엔 회의 소집을 한다. 이건 상사 뿐 아니라 신입 직원이라도 본인이 필요하다 싶을 때 언제든 자유롭게 회의를 소집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막 들어온 신입이 나와 논의할 게 있다면 얼마든지 면담이 가능하다.
우리 회사는 또 결제라는 개념이 없다. 알릴 게 있다면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직보(직접 통보)를 할 수 있으며 사장실 역시 오픈이 돼 있다. 무엇보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이런 시스템에 대해 모든 직원들이 만족해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말을 사장이 직접 하면 안 되긴 하지만 말이다.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으니. (웃음) 이런 환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소기업이고 첨단 IT 분야 쪽이 아님에도 채용 공고를 한 번 내면 우수한 인재들이 회사에 많이 지원해주고 있다. (그리드위즈의 채용 경쟁률은 보통 100:1 이상의 수치를 보여 왔다)


- 이런 회사 문화를 형성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당시 그곳 회사들의 환경, 업무 방식들을 지켜봤었다. 그 중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 중 이건 한국에서도 적용하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꼽아 새로 창업을 하게 되며 벤치마킹해야겠다 싶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기업 문화가 실현 가능하구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기업은 상하 위계질서가 너무 엄격하지 않은가. 조직과 절차를 강조하다보니 창의성을 끌어내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어왔다. 결국 스마트한 환경이 업무 분위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선에서 담당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바를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하고, 보고가 필요하다면 사후에 하는, 그런 시스템이 좀 더 많은 것을 도출할 수 있다 여겼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 우선 미래 에너지 기업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마이크로그리드 EMS 개발 및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매출도 올리고 상장도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더 나아가 한국 시장에서의 활약을 교두보 삼아 세계 시장 진출의 선도자 역할을 하는 게 그리드위즈의 향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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