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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광저우 국제바이오아일랜드에 대학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기술사업화 후보 프로젝트 851개가 집결한 가운데, 광저우와 선전·홍콩을 잇는 연구물품·자금·데이터 이동체계 구축이 바이오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챗GPT) |
중국 광저우 국제바이오아일랜드에 851개의 기술사업화 후보 프로젝트가 모였다. 세포·유전자치료와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등 대학에서 나온 연구성과들이다. 전국 대학 지역 기술이전·사업화센터 바이오의약 분센터가 확보한 프로젝트 가운데 33개는 입주 후보군에 포함됐고, 이 중 12개는 최대 500만 위안의 지원 대상이 됐다.
851개가 모두 사업화 단계에 들어갔다는 뜻은 아니다. 바이오 기술은 연구실을 나온 뒤 개념검증과 중간시험, 품질검사와 생산공정을 거쳐야 한다. 임상 단계에서는 윤리심사와 인허가도 필요하다. 광저우에서 선전과 홍콩으로 내려가면 기술이 넘어야 할 경계는 더 늘어난다. 연구자와 연구장비, 데이터와 자금이 함께 움직여야 하지만 중국 본토와 홍콩의 법률과 통관, 금융·데이터 규칙은 같지 않다. 최근 GBA에서는 이 차이를 그대로 둔 채 기술의 이동시간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 광저우 바이오아일랜드에 모인 851개 기술
광저우 국제바이오아일랜드에는 700개가 넘는 바이오의약 기업이 모여 있다. 이곳에 구축 중인 바이오의약 분센터의 1단계 공간은 4만3635㎡다. 22개 공공 기술전환 플랫폼 가운데 11개를 우선 구축하고 있다. 개념검증과 품질검사, 세포생산 GMP 중간시험 등 대학 연구성과를 실제 제품개발 단계로 넘기는 데 필요한 기능들이다. 광저우시는 임상시험에 걸리는 시간도 줄이고 있다.
지난 7월 발표한 바이오의약산업 지원대책에는 다기관 임상시험의 윤리심사 상호인정률을 90% 이상으로 높이고, 주관기관은 접수 후 15영업일, 참여기관은 3영업일 안에 심사의견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상시험 프로젝트의 전체 개시기간은 18주 이내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851개의 기술을 모았다면 그다음은 이 가운데 몇 개를 실제 임상과 제품화 단계까지 넘길 수 있느냐의 문제다. 광둥과 홍콩 사이에서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이동을 위한 별도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홍콩·마카오 의약품·의료기기 통로(港澳药械通)’다. 홍콩과 마카오에서 사용하는 혁신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일정한 요건 아래 광둥성 지정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의 의약품 허가제도를 하나로 합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규제를 유지하면서 일정한 조건을 갖춘 제품에 별도의 이동경로를 열어놓은 방식이다.
◇ 홍콩에서 선전 연구실까지 35분
지난 3월 26일 허타오(河套) 선전–홍콩 과학기술혁신협력구에서 연구용 부품 하나가 경계를 넘었다. 허타오 홍콩단지에서 출발한 연구개발 엔지니어가 시제품 조정에 필요한 반도체 연구용 부품을 직접 들고 선전단지 연구실로 이동했다. 올해 도입된 연구용 물품 면세·신속통관 절차가 적용된 첫 사례였다. 홍콩단지 출발부터 선전 연구실 도착까지 35분이 걸렸다.
앞서 중국 재정부와 해관총서, 세무총국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허타오 선전단지의 연구용 물품에 대해 수입관세와 수입단계 부가가치세·소비세를 면제하는 정책을 내놨다. 연구자가 필요한 연구용 샘플과 시약 등을 직접 휴대할 수 있는 통관방식도 마련됐다. 3월에는 「선전경제특구 허타오 선전–홍콩 과학기술혁신협력구 선전단지 조례」가 시행됐다.
허타오가 다루는 것은 사람의 이동만이 아니다. 연구물품과 자금, 데이터까지 선전과 홍콩 사이에서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지가 정책 대상에 포함돼 있다. 해외 연구비가 선전단지 내 외자 비기업 연구기관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커후이퉁(科汇通)’ 시범사업도 이 가운데 하나다. 연구물품 다음에는 데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 연구물품 다음은 데이터·바이오샘플
광둥성은 지난 5월 자유무역시험구의 데이터 국외이전 네거티브리스트를 발표했다. 한 달 뒤 허타오 선전단지는 이를 적용하기 위한 별도 시행지침을 내놨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어떤 데이터를 어떤 조건에서 국경 밖으로 보낼 수 있는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데이터와 함께 연구용 시료의 이동도 필요하다. 혈액과 인체조직 등에는 검역과 생명윤리 문제가 뒤따른다. 임상·의료데이터에는 개인정보와 데이터보안 규정이 적용된다. 반도체 연구용 부품을 이동시키는 것보다 절차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홍콩도 관련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허타오 홍콩단지에 37억 홍콩달러의 추가 재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약 15억 홍콩달러를 생명샘플 저장시설과 고성능컴퓨팅 등 공공시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9월 말 기준 허타오 홍콩단지에 임대계약을 체결한 기술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은 약 120곳이다. 절반 이상이 중국 본토 기관이며, 약 절반은 홍콩에 처음 거점을 마련하는 기관이다. 기업과 연구기관의 이동이 늘면서 데이터와 연구시료를 어떤 절차로 주고받을 것인지도 실제 운영의 문제로 넘어오고 있다.
◇ GBA에서 다시 보는 ‘디지털 실크로드’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은 중국이 추진해 온 ‘디지털 실크로드’와도 맞닿아 있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통신망과 디지털 기술, 데이터 등을 통해 중국과 해외의 연결을 확대해 온 구상이다. GBA의 바이오·기술협력 전체를 디지털 실크로드로 볼 수는 없다. 다만 홍콩무역발전국(HKTDC)이 의뢰한 관련 연구는 GBA에 주목했다. 선전과 광저우에는 중국의 기술기업과 연구인력이 집중돼 있고, 홍콩은 국제금융과 해외시장으로 연결된다. 반면 GBA 안에는 서로 다른 법률과 조세, 통화·통관제도가 있어 자본과 인재, 기술과 정보가 이동할 때 마찰도 발생한다. 해당 연구는 GBA를 이런 제도 차이를 조정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샌드박스’로 분석했다.
최근 허타오에서는 이 문제가 연구현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구자는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연구물품에는 어떤 통관방식을 적용할 것인지, 연구비는 어떻게 보내고 데이터는 어떤 조건에서 주고받을 것인지가 각각 정책의 대상이 됐다. 디지털 연결이 통신망 구축을 넘어 실제 연구와 기술사업화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세계 1위 혁신클러스터, 남아 있는 경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2026년 글로벌 혁신클러스터 순위에서 선전–홍콩–광저우를 세계 1위로 평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하지만 세계 1위로 묶인 세 도시는 하나의 법률이나 금융·통화체계로 움직이지 않는다. 광저우에서는 대학 연구성과를 중간시험과 임상으로 넘기는 절차를 손보고 있다. 선전과 홍콩 사이에서는 연구물품에 면세·신속통관을 적용하고 연구비와 데이터가 경계를 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임상시험과 윤리심사, 의약품 허가와 데이터 이동에서는 여전히 지역별 규정과 절차가 남아 있다. GBA가 하나의 혁신경제권으로 얼마나 작동하는지는 결국 기술이 만들어진 뒤 확인된다.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다음 기업과 시장으로 넘길 수 있느냐다.
※ 주요 확인자료
· 광저우 황푸구·광저우개발구: 국제바이오아일랜드 및 전국 대학 지역 기술이전·사업화센터 바이오의약 분센터 관련 자료
· 광저우시 공업정보화국: 2026년 바이오의약산업 지원대책 및 임상시험 관련 자료
· 선전시·허타오 선전단지: 연구용 물품 면세·신속통관, 데이터 국외이전, 선전단지 조례 관련 자료
·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허타오 홍콩단지 입주기관 및 공공시설 투자 관련 자료
· 홍콩무역발전국(HKTDC): Digital Silk Road와 GBA 관련 연구
·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Global Innovation Index 2026 혁신클러스터 자료
일요주간 / 서영현 국제경제부 기자 93oliv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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