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人] 홍콩이 잃어버린 자유,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이진영 / 기사승인 : 2026-11-03 15: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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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펴낸 투나미스 류지훈 대표
▲ 책 『홍콩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졌는가』를 펴낸 투나미스 류지훈 대표. (사진=이진영 기자)

 

“자신이 지지하는 권력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의 자유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홍콩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졌는가』를 펴낸 투나미스 류지훈 대표는 홍콩의 경험을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법이 시민을 보호하는지, 언론이 불편한 사실을 보도할 수 있는지,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이 안전한지를 우리 사회에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목회자이자 시민운동 참여자인 필립 우가 2019년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 운동을 기록한 증언록이다. 법안 철회 요구가 자유와 법치, 보통선거를 향한 요구로 확대되는 과정을 담았다. 류 대표는 서면 인터뷰에서 출간 배경과 현장의 증언을 책으로 펴내는 책임에 관해 이야기했다.


◇ 기록은 독자의 판단 근거를 넓힌다

출간의 연결고리는 김혜연 옮긴이였다. 류 대표에 따르면 김 옮긴이는 2024년 영국에서 거리 찬양 사역을 하던 중 망명 중인 필립 우 목사를 만나 책을 받았다. 한국 교회가 홍콩의 현실을 알고 기억해 주기를 바랐던 저자의 뜻을 접한 류 대표는 일반 독자에게도 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시민들의 불안이었다. 송환법 문제는 정치적 이유로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자신을 보호할 사법제도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자유와 법치의 문제가 시민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이 맞닿아 있는지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번역가이기도 한 류 대표는 출판을 통해 독자가 판단할 근거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 사람들이 남긴 기록으로 그들의 처지와 선택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출판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책 이름에 담긴 ‘민주주의 붕괴’의 의미도 분명히 했다. 홍콩은 행정장관과 입법회 전체를 보통선거로 뽑는 제도를 완성한 사회가 아니었다. 그가 설명하는 ‘붕괴’는 시민들이 누리던 자유와 법치의 기반이 흔들리고, 민주적 제도로 나아갈 길마저 좁아졌다는 뜻이다.

 

▲ 책 『홍콩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표지. (사진=제공)


◇ 함께 떠나기 위해 다시 들어간 사람들
류 대표는 책이 다룬 2019년 7월 21일 위안랑역 사건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시민들이 폭행당하고 경찰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시민을 보호해야 할 공권력을 신뢰할 수 있는지가 핵심 문제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그의 기억에 더 오래 남은 것은 입법회에서 철수하던 사람들의 행동이었다. 밖으로 나온 이들은 동료 네 명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들어가 그들을 데리고 나왔다.


“자신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사람을 돌아보는 행동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책 속 저항은 행진과 충돌에만 머물지 않는다. 물품을 나르고 응급 처치를 하는 사람, 벽에 메시지를 붙이고 투표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도 등장한다. 시민들이 메모를 붙여 뜻을 나누던 ‘레넌 벽’이 훼손되자 이웃 청년들이 다시 세우는 장면에서, 류 대표는 서로를 지탱하는 연대의 힘을 읽었다.


교회의 역할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봤다. 시민에게 물과 음식, 화장실과 쉼터를 내준 행동은 종교가 없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는 돌봄이다. 반면 비난과 불이익을 걱정해 문을 열기 주저한 교회의 모습은 자신의 공동체를 지키면서 위험에 처한 이웃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과제를 남긴다.


◇ 증언의 무게, 출판의 책임
류 대표는 이 책에 저자의 직접 경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증언, 언론 보도와 정치적 판단이 함께 담겼다는 점도 짚었다. 현장의 절박함을 이해하면서 개별 주장의 근거와 맥락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자료 목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개별 주장이 독립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증언을 존중하되 이를 곧바로 검증된 사실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편집 과정에서는 낯선 구호와 시간 표현도 풀어 설명했다. ‘Be Water’는 ‘물처럼 유연하게’로 옮겨 시위대의 행동 방식을 이해하도록 했다. ‘내년’이라는 표현에는 ‘2019년 말 당시 기준’이라는 설명을 붙여 어느 해를 가리키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본문은 2019년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연대와 변화에 대한 기대를 담았다. 부록은 그 뒤 시민들의 활동 공간이 줄어들고, 일부가 이주와 망명을 선택한 상황을 전한다. 류 대표가 전하려는 것은 그 변화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품었던 기대와 두려움이다. 자유를 지키려 했던 이들의 선택을 이해하려면 당시의 상황부터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과 한국의 제도적 차이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부당한 행사를 견제하고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준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유와 법치를 지키려 했던 홍콩 시민들의 증언은 한국 독자에게도 질문을 남긴다. 내가 누리는 자유를 지키는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는가. 나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자유도 존중하고 있는가.

 

 

일요주간 / 이진영 kor67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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