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인터뷰] 정세균 이사장 “일본·중국과 협력,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매듭지어야”

노금종 / 기사승인 : 2026-11-03 10: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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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전 이사장 간곡한 요청 ‘안중근의사숭모회’ 수락
독립운동가이자 ‘동양평화론’ 주창한 큰 위인 모셔 영광
유해 행방 핵심 단서는 일본과 중국에 있을 가능성 높아
‘팬덤 정치’지양… 정치인이 팬텀에 빠지면 국민의 뜻 놓쳐
▲ 정세균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이 지난 2일 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와 인터뷰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과 국내 봉환을 위한 일본·중국 정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


지난 10월 26일 남산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하얼빈 의거 117주년 기념식’이 성대히 열렸다. 정세균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은 안 의사의 유해 발굴과 국내 봉환문제에 대해 ”국내 조사에 머물러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일본의 관련 자료 공개와 중국의 현장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민관 협력단이 활동하는 향후 2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직 국무총리나 국회의장에 익숙한 그에게 ‘안중근 이사장’ 직함은 왠지 낯설다. 정 이사장이 9월 2일 숭모회를 맡게 된 것은 올해 초 걸려 온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오랫동안 숭모회를 이끌어 온 김황식 전 이사장이 만남을 청했고, 임기를 마치는 자신의 뒤를 이어 달라는 이사회의 뜻을 전했다. 정 이사장은 “뜻 밖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애국 독립운동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깊이 알지는 못했어요.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자기 목숨을 바쳐 조국에 헌신했다는 것만으로도 존경할 만한데, 단순히 이토를 저격한 애국자가 아니라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분이더군요.

동양평화론을 보니 너무나 훌륭했고, 저 같은 사람과도 생각이 많이 통했습니다. 지금은 존경할 뿐만 아니라 아주 좋아하게 됐어요.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집니다.” 정 이사장은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을 맡게 된 것은 저로서는 참 행운”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1950년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출신으로 전주 신흥고와 고려대, 페퍼다인대학교 대학원(석사), 경희대대학원(박사)을 나왔다.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현실 정치에 입문해 6선을 기록했다. 온화함과 미소가 매력 포인트다.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기업에서 18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까지 주요 공직을 두루 거쳤다. ‘대통령만 빼고 다 해 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11월 2일 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와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을 맡게 된 계기는.
“올해 초 김황식 전 이사장에게 연락이 왔다. 만나보니 오랫동안 이사장을 맡아왔는데 임기가 끝나게 됐고, 이사회에서 나를 후임 이사장으로 추천하는 데 의견이 모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뜻밖의 제안이었다. 사실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애국 독립운동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깊이 공부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사장을 맡기로 하고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하다 보니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숨을 바쳐 조국을 위해 헌신했다는 점도 존경스럽지만, 무엇보다 동양평화론을 주창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알면 알수록 안중근 의사를 더 존경하고 좋아하게 됐다. 지금은 이사장직을 맡게 된 것을 나에게 주어진 행운이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100년이 넘도록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마지막 유언으로 두 가지를 남겼다. 하나는 자신이 죽으면 하얼빈 공원 인근에 묻었다가 조국이 국권을 회복하면 고국으로 데려가 달라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동지들에게 고국으로 돌아가 교육과 실력을 키워 나라의 국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였다.

우리는 실제로 독립을 이뤘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경제와 민주주의 측면에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 그런데 정작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숭모회와 관련 단체, 학계, 정부, 국회에서 여러 노력을 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가능성은 낮아진다.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후손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난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행히 민관 협력단이 만들어졌다. 앞으로 2년 정도는 정말 최선을 다해 유해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정세균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이 지난 2일 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와 인터뷰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과 국내 봉환을 위한 일본·중국 정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한국미디어신문기자협회)


-유해 발굴을 위한 핵심 단서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일본과 중국 정부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국내에서 노력하는 학자들도 많고 발굴 역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결국 일본과 중국의 협력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중국보다는 일본에 관련 자료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이 당시 안중근 의사를 어디에 안장했는지 관련 기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학자들이 일본 정부의 관보를 조사한 결과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시점의 사형 집행 관련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 측이 관련 기록을 공개하면 유해의 위치를 확인할 중요한 단서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과거 현장 발굴 조사도 진행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일본 신문 기사 등이 새롭게 발굴되면서 기존 조사 장소와 다른 지역이 관련됐을 가능성도 파악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유해의 행방을 알려 줄 단서가 일본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일본 사람들이 어디에 모셨는지, 그 자료가 없을 리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도 자료가 있을 수 있지만 일본 쪽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관보(官報)에 주목했다. 사형 집행 같은 기록이 관보에 실려야 하는데, 국내 학자들이 확인한 결과 안 의사가 순국한 무렵의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일본 정부가 관보를 내놓으면 단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당시 안장지를 숨긴 배경도 짚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의 초대 총리이자 한국 식민지화의 선봉에 섰던 인물로, 그의 피격은 일본에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안 의사의 묘가 알려지면 독립운동의 성지가 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이제 100년이 지난 역사”라며 “안 의사가 무장 투쟁만이 아니라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분이라는 점까지 생각한다면 일본이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유해 발굴을 위한 역할 분담도 제시했다. 숭모회는 지금까지처럼 민간 차원에서 일본·중국과 협력하고, 정부는 양국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는 정부가 이런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힘을 실어 달라고 했다. 그는 “국내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은 외교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유해 발굴에 협조하도록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민간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일본과 중국의 관련 기관, 연구자들과 협력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외교력을 발휘해 일본과 중국 정부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치권도 정부가 이런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필요하다면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입장에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한국에 알려지면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 기록을 숨겼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100년이 넘게 지난 역사다. 안중근 의사가 무장투쟁뿐 아니라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인물이라는 점까지 생각한다면 일본이 유해 발굴에 협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18년간 기업인으로 활동한 경험이 정치와 행정에 어떤 도움이 됐나.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민주당 내에서 경제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에서 활동한 경험이 국회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무총리로 일하는 동안 상당히 큰 도움이 됐다. 경제를 알고 기업 현장을 이해하는 것이 행정을 하는 데도 유리했다.

기업에 근무할 당시 미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했다. 뉴욕에서 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5년 근무했고, 뉴욕대학교 행정대학원과 페퍼다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도 가졌다. 국회와 행정부에서도 경제 분야 경험을 갖춘 인재들을 잘 기용한다면 국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마일맨’이라는 별명이 정치 활동에 도움이 됐나.
“원래 타고난 성격이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할 때까지는 웃는 이미지가 유리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보다는 강한 리더십, 이른바 스트롱맨의 모습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일맨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와는 잘 맞지 않았다. 대통령이라는 뜻을 이루지 못한 데에도 그런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 원로로서 여야 간 막말과 극한 대립을 어떻게 보나.
“그런 상황을 보면 참 부끄럽다. 원래 정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 협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정치는 전쟁터 같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의 본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국정감사도 정책을 제대로 따지고 국민의 입장에서 예산을 잘 썼는지 살피는 자리여야 한다.

그런데 상대를 공격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숏폼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정치도 많아졌다. 정책보다는 보여주기식 경쟁과 싸움에 치중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서로 존중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팬덤 정치’가 정치가 정치 퇴행의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팬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팬덤은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후원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후의 팬덤은 정치인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공격한다. 정치인을 자신들의 뜻대로 부리려고 하는 것이다. 팬덤의 긍정적인 측면은 약해지고 부정적인 측면만 커졌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이 팬덤에 휘둘리면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정치를 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치인 스스로 각성해야 한다. 국민도 좋은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선거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대한민국은 6·25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경제와 산업, 기술, 문화, 민주주의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위대한 국민이 있었다. 4·19혁명을 비롯해 1987년 민주화운동까지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왔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과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다.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더 부유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저출생과 양극화, 지방소멸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런 문제를 먼 훗날의 일이나 내일의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좋은 정치인은 국민이 키워주고 잘못된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는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국민들께서 항상 깨어 있으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대로 이끌어갈 정치를 만들어주셨으면 한다.”

후배 정치인들에게는 인기영합주의에서 벗어나 공부와 실력, 진정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이사장은 “국회의원이든 지방의원이든 단체장이든 공부를 많이 해서 자신이 맡은 분야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다른 정치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소리가 크고 싸움을 잘하는 정치인만 시원하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정치에 회초리를 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내 경선과 선거에서 표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정치가 대세가 되려면 정치인들의 각성과 함께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이 중요하다”며 “좋은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요주간 / 노금종 nkj1966@ilyoweek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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