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 이후 다층 질서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기술 통상 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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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선 칼럼니스트 |
[일요주간 = 서정선 칼럼니스트] 중동에서의 군사적 충돌, 특히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 가능성은 단순한 지정학적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국제 산업의 할인율을 바꾸는 사건이다. 전쟁 리스크가 확대되는 순간 원유 가격은 상승하고, 글로벌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달러는 구조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문제는 환율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결정되는 자본의 시간표다. 달러 강세는 신흥국 통화 약세로 끝나지 않는다. 글로벌 투자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장기 프로젝트의 현재가치는 낮아지며, R&D와 인프라 투자처럼 회수 기간이 긴 산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기술 표준 경쟁은 속도의 싸움이 아니라 자본이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는가의 싸움이다. 할인율이 올라가는 순간 후발국의 기술 투자는 구조적으로 위축된다. 한국 경제는 이 충격에 가장 민감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이 크며, 기술 산업이 장기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동 리스크 → 유가 상승 → 무역수지 악화 → 원화 약세 → 자본비용 상승 → 기술 투자 할인율 상승이 거시 경로는 곧 산업의 시간표를 흔든다. 즉 전쟁은 뉴스가 아니라 한국 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바꾸는 변수인 것이다.
지금 세계는 ‘동맹 질서(alliance order)’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스스로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자국 이익 중심의 언어로 국제 규범과 가치의 우선순위를 흔들었고, 유럽은 에너지와 산업을 ‘주권(sovereignty)’의 프레임으로 재정의하고 있으며, 남미와 중견국들은 양자택일이 아닌 ‘거래 가능한 다중 연결(multi-alignment)’을 선택하고 있다.
이 변화는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통상의 구조, 산업의 투자, 기술 표준의 주도권이 재배열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 이다. 본 필자는 이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다. 국제경제의 근간은 기축통화이지만, 국제산업의 근간은 기술가치(기술패권)다. 그리고 두 축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통화는 가격을 정하고 기술은 규칙을 정한다. 가격과 규칙이 결합될 때 국가의 힘은 완성된다.
기축통화의 등장은 언제나 산업 질서의 전환과 함께 이루어졌다. 19세기 파운드는 런던 금융시장의 신뢰만으로 유지된 통화가 아니었다. 영국은 증기기관으로 세계 제조업의 시간표를 장악했고, 해군력으로 해상 교역로를 보호했으며, 해상 보험과 선박 금융으로 물류의 위험을 가격화했다. 세계의 상품이 영국 선박으로 운송되고 그 결제가 런던에서 이루어지면서 파운드는 금 보유량이 아니라 산업·해운·금융이 결합된 시스템의 통화가 되었다.
달러 역시 같은 구조에서 등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달러를 금과 연결하는 동시에 마셜플랜으로 유럽 산업 재건 자금을 공급했다. 전후 세계의 공장 설비, 원자재 거래, 국제 무역 결제가 달러로 이루어졌고, 1970년대 이후 석유 거래가 달러로 고정된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형성되면서 에너지·금융·군사 동맹이 하나의 질서로 묶였다. 달러의 힘은 환율이 아니라 세계 산업의 결제 구조를 설계한 데서 나왔다.
이 역사적 흐름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기축통화는 금융의 결과가 아니라 산업의 시간표를 설계한 국가의 통화라는 점이다. 이제 산업의 시간표를 설계하는 힘은 기술 표준과 데이터 네트통화가 기준이 되었다.
국제 경제에서 기술은 언제나 ‘질서’였다. 기계화는 노동·자본·물류의 시간표를 바꾸었고 그 시간표를 지배하는 국가가 무역과 금융의 규칙을 만들었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국제질서는 재정렬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기술=발명’이 아니라 ‘기술=표준’인것이다. 표준을 가진 국가는 물건을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남이 따라야 하는 규칙을 만든다.
기술은 산업의 언어이고 통화는 금융의 언어다. 언어를 가진 쪽이 협상에서 이긴다. 많은 분석이 달러와 기술패권을 분리해서 보지만 현실의 기업은 둘을 동시에 계산한다. 달러 강세는 자본비용을 바꾸고 기술 표준은 공급망의 위치를 바꾼다. 결국 기업의 전략은 환율·금리 위에 기술·데이터·규제가 겹쳐진 복합 함수다.
그래서 한국의 통상 전략은 환율 안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한국이 지켜야 할 것은 수출 숫자가 아니라 ‘기술가치의 가격화’다. 기술이 표준이 되면 단가가 아니라 구조로 이익이 남는다. 반대로 기술이 표준 밖으로 밀려나면 환율이 좋아도 장기 계약의 주도권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기술은 이미 통화처럼 작동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통제는 현대판 해상로 통제이며, 플랫폼 결제 시스템은 현대판 기축통화 인프라다. 조선과 방산의 장기 유지보수 계약은 산업의 현금흐름을 고정하고 배터리 산업은 정책을 통해 시장 자체를 블록화하고 있다. 기술은 제품이 아니라 계약의 구조가 되는 순간 산업 질서의 통화가 된다.
기축통화의 이동은 단순한 금융 패권의 교체가 아니라 산업 구조의 교체였다. 즉 기축통화는 외환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산업의 현금흐름을 설계한 국제 사회의 통화로 등장 했던 것이다.
기축통화와 기술가치는 ‘분리’가 아니라 ‘연동’이다. 많은 분석이 달러(기축통화)와 기술패권을 따로 본다. 그러나 현실의 기업과 시장은 둘을 동시에 계산한다. 달러 강세는 자본의 이동을 바꾸고(금융 비용), 기술 표준은 공급망의 위치를 바꾼다(산업 비용). 결국 기업의 전략은 ‘환율·금리·자본비용’ 위에 ‘기술·표준·규제·데이터’가 겹쳐진 복합 함수다.
그래서 한국의 통상 전략은 “환율 안정”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한국이 진짜로 지켜야 하는 것은 수출 숫자가 아니라 ‘기술가치의 가격화(pricing of technology)’다. 기술이 표준이 되면 단가가 아니라 구조로 이익이 남는다. 반대로 기술이 표준 밖으로 밀려나면 환율이 좋아도 장기 계약의 주도권은 돌아오지 않는다.
MAGA 이후의 미국 정치가 만드는 국제산업의 충격파를 살펴보자.
첫째, 동맹의 정의가 바뀌었다. 동맹은 가치의 연합이 아니라 비용과 이익의 거래로 재해석되고 있다. 둘째, 제재·관세·수출통제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의 비용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셋째, 미국의 대외정치는 원자재·에너지·방산·기술 공급망을 동시에 흔들면서, 각국의 산업정책을 강제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 이 충격파는 한국에 직접적으로 들어온다. 에너지(유가) → 물가(인플레이션 기대) → 금리(자본비용) → 환율(수익의 변동성)로 연결되는 ‘거시 경로’가 있고, 기술(표준/수출통제) → 공급망(부품/장비) → 투자(공장/데이터센터) → 고용(산업생태계)로 연결되는 ‘산업 경로’가 있다.
두 경로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 달러가 강해지고, 달러가 강해지면 기술 투자(특히 장기 R&D)의 할인율이 올라가며, 그 순간 기술 표준 경쟁에서 뒤처진 국가는 더 빠르게 주변부로 밀려나는 경제 침체로 장기화 될것이다.
유럽은, ‘에너지 주권’으로 산업의 시간을 고정 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변동성이 산업 투자 계획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그래서 유럽의 핵심 대응은 ‘가격을 맞추는 정책’이 아니라 ‘시간을 고정하는 정책’이다. 장기 조달, 장기 전력 계약, 탄소·산업 규제의 일정표를 앞당기거나 재설계하면서 기업의 투자 기간 전체를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유럽투자은행(EIB)을 중심으로 한 장기 금융 역시 같은 철학을 가진다. 프로젝트의 생애주기 전체를 설계하는 금융은 ‘금리’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을 공급한다.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면 자본은 떠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유럽의 경쟁력은 제조 단가가 아니라 제도의 시간표에 있다.
헝가리·이탈리아, ‘한 몸의 유럽’이 아니라 ‘각자의 산업’으로 재편 되고 있다. 유럽은 단일한 목소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층 구조다. 에너지 조달과 규제, 산업 경쟁력의 우선순위가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의 현실을 강하게 안고 있고, 이탈리아는 산업 비용(특히 에너지·탄소 비용)의 급등이 제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운다.
즉 유럽 내부에서도 ‘가치의 동맹’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산업의 생존 논리가 전면에 나오면, 동맹과 규범은 재해석된다. 한국은 이 장면을 단순히 ‘유럽의 분열’로 보면 안 된다. 이것은 다층 질서 시대에 국가들이 산업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선택지를 늘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중견국의 통상은 ‘정렬’이 아니라 ‘활용’을 선택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중 사이에서 단순히 한쪽 편에 서는 방식이 아니라, 자국 산업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통상 카드를 활용하는 중견국 모델을 보여준다. 산업정책과 관세정책은 국내 정치·재정과 결합되어 움직이고, 외부 압박이 오히려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흐름은 ‘진영’이 아니라 ‘조건’이 국제관계를 결정한다는 점을 강화한다.
캐나다 잠수함, 동맹 안에서 산업 파트너를 다시 고른다. 캐나다는 북미 방위 체계 안에 있는 국가다. 그럼에도 차세대 잠수함 같은 전략 사업에서 ‘산업 파트너’를 새로 선택하려 한다. 이것은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의 설계권과 산업 기반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관한 결정이다. 동맹에 속해 있으면서도 산업 기반은 자국에 남겨야 한다는 판단이 작동하는 장면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위치가 드러난다. 한국은 ‘동맹의 시장’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동맹 안의 산업 설계 파트너’로 이동할 것인가. 전자는 매출을 주지만, 후자는 산업의 시간을 준다. 기술 표준과 생산 생태계를 함께 가져오는 계약은 국가의 통상 포지션을 바꾼다.
중국과의 관계, ‘정서’가 아니라 ‘표준과 체류’로 재설계해야 한다. 한국에게 중국은 위험이면서 동시에 시장이고,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공급망의 일부다. 이중성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나 선언이 아니라, 표준과 계약의 구조로 관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어떤 영역에서 기술 표준을 공유하고, 어떤 영역에서 공급망을 분리하며, 어떤 영역에서 공동 시장을 만들 것인지 ‘세 줄의 경계선’을 그려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반도체·배터리·소재처럼 기술 표준이 충돌하는 영역은 공급망을 분리하고, 소비재·플랫폼·서비스처럼 시장이 필요한 영역은 공동 시장으로 남겨 두는 이중 구조의 통상 설계가 필요하다. 속도로 대응하는 국가는 위기를 넘길 수 있지만 구조를 설계하는 국가만이 질서를 만든다.
이 작업이 없으면 한국은 매번 외부 충격이 올 때마다 ‘속도’로 버티다가 ‘방향’을 잃는다. 방향이 없는 속도는 비용만 키운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기술을 기축통화로 만드는 통상 전략에 있다. 한국이 구축해야 할 새 통상 전략은 단순하다. 기술을 기축통화처럼 다루어라. 이는 기술을 자랑하라는 말이 아니다. 기술이 ‘국가의 신용’처럼 작동하도록 제도를 설계하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네 가지 축이 필요하다. 첫째, 표준(standard)이다. 한국 기술이 국제 규칙이 되는 분야를 선별하고, 그 분야는 정부-기업-연구가 ‘한 프로젝트’처럼 움직여야 한다. 둘째, 계약(contract)이다. 기술을 단발 수출이 아니라 장기 계약 구조(서비스·유지·데이터·업그레이드)로 묶어야 한다. 셋째, 금융(finance)이다. 기술 투자는 길고 느리다. 장기 자본을 붙잡는 제도(세제·보증·프로젝트 금융)가 기술 표준 경쟁의 뒷받침이 된다. 넷째, 통상 설계(trade architecture)다. 관세·규제·원산지·수출통제의 변화가 ‘리스크’가 아니라 ‘설계 변수’로 모델링되어야 한다. 통상은 협상이 아니라 구조 설계다.
세계는 ‘동맹 중심 체제’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동맹과 시장이 겹친 다층 질서에서 국가는 자기 산업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계속 선택지를 늘린다. 그 선택지의 중심에 기술이 있다. 그래서 기술은 기축통화보다 강하다. 기술은 단지 돈을 벌게 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제관계의 규칙을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환율을 방어하는 국가에서 멈추면 안 된다. 기술가치를 표준으로 만들고, 표준을 계약으로 묶고, 계약을 금융으로 고정해, 산업의 시간을 길게 가져오는 국가로 이동해야 한다. 그 길이 한국 중심의 국제통상 방향성이다.
한국의 통상 전략은 선언이 아니라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로 나타나야 한다.
1. 표준 프로젝트
– 반도체 공정
– 차세대 배터리
– 조선·해양 탈탄소 기술
– 방산 시스템 통합
2. 계약 구조 전환
– 단품 수출 → 30년 유지·데이터·업그레이드 포함 패키지
3. 금융 구조
– 국가 보증 기반 장기 프로젝트 펀드
– 수출금융의 투자금융화
4. 통상 모델링
– 관세·원산지·수출통제를 비용이 아니라
산업 설계 변수로 반영
통상은 협상이 아니라 현금흐름 설계인 것이다. 기술가치를 기축가치로 만드는 전략이어야 한다. (통상 현금흐름 설계 → 수출금융 구조 개편 / 기술 = 기축가치 → 국가 신용과 연동)
달러가 국제경제의 언어라면 기술은 국제산업의 언어다. 기축통화가 자본을 이동시키는 질서라면 기술패권은 자본을 정착시키는 질서다. 이 역설을 이해하는 국가만이 시장 참여 국가에서 질서 설계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술가치를 축으로 한 통상 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면 한국은 연결 국가를 넘어 국제 질서를 설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그 전환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미래를 책임질수 있는 외교 경제 정책이 프로페셔널 하게 미래 지향적인 비젼 제시가 되길 바란다.
정보 코너
기축통화(국제금융의 가격 기준)
기술가치(국제산업의 규칙 기준)
기술표준(국제 규칙을 만드는 기술의 형태)
다층 질서(동맹과 시장이 겹친 구조)
기술 기축통화(기술이 산업 질서에서 통화처럼 작동하는 개념)
프로젝트 금융(장기 계약의 현금흐름을 고정하는 금융 구조)
[필자 주요약력]
現 INTERPRO H.K PEF 대표
現 일요주간 부회장
前 Proton International LLC (H.K) 법인장
前 Proton Asia PEF GP
前 Proton Asia PEF
아시아 국제 금융 법률,회계 전문위원
前 화중 테크 대표이사
前 화중아이앤씨 대표이사
前 중국 대련보세구 정부 위촉 외자유치 및 투자 구조 자문 대표
前 중국 천진 한화종합유한공사법인장
前 중국 주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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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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