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광장] 일본 신임총리 ‘기시다의 등장’

소정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1 09: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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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정현 편집인

[일요주간 = 소정현 편집인] 지난 달 29일 일본 집권 자민당은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27대 총재로 선출했다. 기시다는 이날 총재선거 1차 투표에서 1위가 예상됐던 고노를 1표 차이로 앞섰다. 다만 과반 표에는 미치지 못해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보수·우파’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는 결선 투표에서 257표를 얻으면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170표)을 87표 차이로 눌렀다. 국민적 인기몰이로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은 170표로 2위에 그쳤다.


이번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는 고노 다로(河野太郞·58) 행정개혁상(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0)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野田聖子·61) 당 간사장 대행 등 4명의 후보가 등록하여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기시다는 오는 10월 4일 소집 예정인 임시 국회에서 ‘제100대 일본 내각총리대신’(内閣総理大臣)로 정식 선출된다. 2020년 9월 14일 집권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3) 총리는 지지율 하락으로 재집권이 어려워지자 지난 9월 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퇴임 후 신임 총리로 임명된 지 겨우 1년 만이다.


기시다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자민당 주요 파벌의 지지를 확보한 것이 당선으로 이어졌다. 고노에 대한 당내 견제 심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노는 당내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으나 탈원전을 주장한 이력이나 이번에 아베의 앙숙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 공조한 것 때문에 고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는 2012년 12월 26일 아베 신조 제2차 내각에서 외무대신으로 임명되어 2017년까지 연임했다. 그러나 아베총리와 연루된 의학대학스캔들과 관련하여 국민적인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개각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당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아베에게 밝혀 자유민주당에서 한국의 국회 교섭단체 정책위의장 격인 정무조사회장을 맡게 되었다.


기시다는 1957년생으로 히로시마(広島)에서 태어나 이곳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중의원 9선 의원이다. 1988년 결혼한 부인 기시다 유코(裕子) 역시 히로시마 출신이다.


기시다의 부친은 중의원 의원으로 일본 중소기업청 장관을 맡은 ‘기시다 후미타케’이며, 조부 역시 중의원 출신 ‘기시다 마사키’, 사촌은 참의원 의원 ‘미야자와 요이치’이다. 1982년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기시다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통산성 관료였던 아버지가 뉴욕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관계로 뉴욕에서 생활한바 있다.


기시다는 유코와 결혼 전 히로시마에 기반을 둔 자동차회사 ‘마쓰다’에서 임원 비서로 재직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해진다.


현 중의원 임기는 10월 21일 끝난다. 그 전후로 선거를 실시해 새 중의원을 뽑는다. 자민당의 전체 중의원 의원은 275명. 이 중 2012년 아베 재집권 후 뽑힌 3선(選) 이하 의원이 126명(46%)이다. 최근 30∼50세의 3선 의원 20명은 “파벌 수장이 좌우하는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없애야 한다.”며 대대적 개혁을 외쳤다.


스가 총리의 출마 포기는 젊은 의원들이 “스가 체제로 선거를 이길 수 없다”고 반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스가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며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자 “스가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다”며 거듭 총리 교체를 요구했다.


기시다는 역사 문제에서 강경론으로 내달린 아베 정권 시절 약 4년 8개월 동안 외무상으로 재직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다. 기시다 신임 총리 역시 양국 간 빠른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일 모두 자신보다 상대가 먼저 바뀌길 바라고, 관계 개선으로 얻는 인센티브 또한 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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