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림 칼럼] 家庭, 부부가 함께 가꾸는 정원

한상림 칼럼니스트 / 기사승인 : 2020-05-25 09: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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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림 칼럼니스트

● 외도가 가장 파탄의 핵폭탄
요즘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막을 내렸다. 매주 금 토 밤 10시 50분 늦은 시각 16회에 걸쳐 방영된 드라마를 보면서 ‘부부(夫婦)’란 과연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하였다. ‘이태오’라는 남자와 ‘지선우’라는 여자가 서로 뜨겁게 사랑하여 결혼하고 ‘준영’이라는 아들을 낳고 단란한 가족으로 시작된 첫 회를 보면서 로맨틱한 중년 부부의 애정표현이 예사롭지 않아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로 인하여 부부의 신뢰가 깨지고 가정이 파탄 나면서 일어나는 주변 사람들과 갈등으로 다양한 사건이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상상을 초월한 반전과 반전의 긴장감으로 시청자를 점점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게 한 것은 무엇일까?


5월은 계절의 여왕이면서 가정의 달이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청소년의 날, 성인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로 가득 차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부부의 날인 5월 21일은 둘이 하나 되는 날이라는 의미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부부 모습을 반추해 보게 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가정이 화목하면 만사형통하게 된다는 말은 한때 가훈으로도 많이 썼던 말이다. 모든 행복과 평화의 근원은 가정에서부터 발원되어 화목한 가정 안에서 자녀가 태어나 자라게 되고, 그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을 훌륭하게 해내고, 다시 또 그 자녀들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가정(家庭)’이라는 뜰은 사랑과 정(情)의 울타리로 만들어진 정원으로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안식처이다. 그 울타리 안에 씨를 뿌리고 가꿔서 꽃을 피우는 사람이 바로 부부다. 그러나 현대의 부부 모습은 어떠한가? 처음 시작은 누구나 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결실을 얻으려는 희망으로 시작하지만, 어떻게 최선을 다하여 가꿨는가에 따라 정원에 피는 꽃도 열매도 제각각 다르다.

● 무너진 불신감…가족까지 해체
부부란 전생에 원수였다가 이승에서 만나 서로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용서하면서 맺어진 인연이라고도 한다. 죽을 때까지 아끼고 사랑하면서 서로 기대고 보듬어가면서 가정이라는 정원을 가꿔야 하는 남자와 여자로 만난 사람이 부부다. 


흔히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도 한다. 그것은 심하게 다투고 나서도 하룻밤 잠을 자고 나면 싹 녹아버리는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행위에서 비롯된 화해의 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사소한 일로도 잦은 다툼을 하지만 가족이기에 서로 용서하고 사랑으로 만들어가는 가정의 주역이라는 것으로 더 깊은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외도로 인하여 무너진 불신감으로 가정이 깨지고 가족이 해체돼 버리면 다시 회복하는 시간까지는 그동안 함께 가꿔온 시간보다 더 많은 노력하여도 결코 회복하기 힘든 사이가 부부인 것이다. 


‘부부의 세계’ 엔딩 장면은 여주인공 지선우의 독백으로 끝난다. “내 순정을 난도질했던, 한때 적이자 동지였고, 동지이자 원수였던 내 남자, 남편…, 아무리 애를 써도 용서란 말은 절대로 입에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매달린 것들은 모두 하찮은 것들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모두가 늦은 뒤였다.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다.


반면에 두 번이나 가정을 이뤘다가 모두 이혼당하고 빈털터리가 된 남자 이태오가 아들에게 남긴 말은. “넌 아빠처럼 살지 마.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이다. 바람을 품고 사는 끼가 많은 사람은 습관적으로 외도를 하곤 한다. 외도로 들통난 뒤에도 다시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부부의 세계’ 드라마에서도 조연으로 나왔던 한 부부가 그랬다. 


남편의 잦은 외도로 이혼을 선택한 후 부부로 살아온 정으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용서해달라고 비는 남편을 받아들여 재결합하였으나 트라우마로 인해 의심을 떨구지 못한 채 또다시 믿음이 가지 않는 행동을 보이면서 영영 헤어지게 된 것이다. 


그나마 자녀가 없으면 이혼 후에도 후유증이 덜하겠지만, 부부관계가 끝난 뒤 남남으로 살면서도 남겨진 자녀로 인하여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이 바로 자녀일 것이다. 


부모의 이혼 과정을 지켜보는 자녀들의 불안함은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이혼한 자녀들에겐 그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조부모 아래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면 다행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혼으로 인해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해외입양으로 보내지거나 시설로 보내지는 아이들이 많다.

 

▲ ‘가정(家庭)’이라는 뜰은 사랑과 정(情)의 울타리로 만들어진 정원으로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안식처이다.


● 상대방에 대한 든든한 믿음
어쩌면 서로에게 가장 편안하고 너그러울 거 같으면서도 가장 까다로운 관계가 부부다. 한때 사랑에 빠졌을 때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하늘의 별도 달도 다 따다 줄 것처럼, 혹은 물 한 방울 손에 대지 않도록 아껴 줄 것처럼 감정 표현을 잘하던 남편, 하늘처럼 받들며 존중하고 믿었던 남편이었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서로 대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든든한 믿음 같은 것에서 비롯된 행동이 아닐까?


가끔 회혼식(回婚式, 해로한 부부의 혼인한 지 예순돌을 축하하는 기념의례)을 하는 노부부를 보면 참으로 자랑스러워 보인다. 어떻게 부부의 연을 맺고 60년이란 시간을 무탈하게 잘 살아왔을까? 우여곡절 많은 삶의 여정에서 서로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 생각한다. 


이미 백세시대에 들어서 있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130살까지 살 수 있다는데, 부부가 함께 긴 시간을 살아가려면 지금부터라도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하지 않을까? 


인생은 정말로 빠르게 흘러가는 물살처럼 거슬러 되돌아갈 수 없는 강물이다. 엊그제 결혼식을 하고 아이를 낳고 바쁘게만 살아온 거 같은데, 어느새 우리 아이들이 결혼하여 우리처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김종환의 ‘백 년의 약속’이라는 노랫말처럼 우린 백 년도 함께 살지 못하고 언젠가 헤어지게 되는 것을 잘 알면서 아웅다웅 다투며 산다. 서로 사랑하고 아껴가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부질없는 갈등과 다툼으로 놓치게 된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여 배려하고 용서하고 아끼면서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 것이다. 


서로의 단점에 대해 불평하기보다 장점을 칭찬해 주고 감사하는 태도로 일상생활 중에 규칙적으로 같은 취미생활이 하면 좋다. 어떤 일에 대해 너무 심각하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 유머 있게 대처하면서 건강한 관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행여 상대방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역지사지로 공감하고 처지 바꿔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혹 싸움을 하더라도 욕하거나 헐뜯는 등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 스스로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먼저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도 필요하다. 


퇴근 후 언제 집에 들어가는지 상대에게 알리는 행동도 좋은 습관으로 부부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늘 서로를 유혹하는 태도를 보이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 프로필
한국예총 전문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강동구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강동구 새마을부녀회장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칼럼집 섬으로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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