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역겨운 코미디, 그만 좀 하면 안 되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10-26 09: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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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지금 우리 사회에선 코미디보다 더 우스운 일이 벌어져 국민에게 웃음꺼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한 주 내 언론에 톱기사를 장식한 펀드 사기사건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적반하장의 코미디로 막장 리얼리티 쇼의 진수를 보여줬다. 희대 사기꾼들과 힘센 자들의 합작 코미디도 웃겼지만 작품의 백미(白眉)는 라임 펀드 전 대표 김봉현 각본의 '말 바꾸기'와 '옥중서신'이 꼽힌다. 거론된 인사들은 어떻게든 내게 오는 잔은 피하고 보자며 하는 짓이 지나가는 소도 웃는 코미디극을 연기(演技)했다. 아, 힘센 자들이 어쩌다 사기꾼의 혓바닥과 종잇조각에 휘둘리는 블랙 코미디 주인공이 됐는지 궁금하다.

건국 이래 최고 사기사건이라는 라임ㆍ옵티머스 펀드 파장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기꾼들은 고금리가 노후를 지켜준다는 달콤한 언설로 곤고한 시대를 사는 노년들의 귀를 쫑긋하게 해 퇴직금,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공공자금, 서민들의 코 묻은 돈까지 싹 쓸어갔다. 그들은 부실한 운용으로 거액의 환매 중단이 발생되면서 사기행각이 들통 났다. 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난린데, 사기꾼과 정치권이 결탁된 부조리는 파면 팔수록 번져나가서 끝 간 데를 알 수 없다.

이 사건의 본질은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권력과 사기꾼의 적나라하고 파렴치한 합작품이다. 돈은 음습한 곳에 고여 힘 센 자와 결탁되면 부패해지기 마련이고 썩으면 악취가 나게 되어 있다. 펀드 환매 중단으로 2조 원이 넘는 투자자 피해를 입힌 사건을 보며 이 시대는 브로커, 사기꾼들이 힘센 자들을 배경 삼는 비리, 범법 행각은 이젠 제도화되어 있고, 생활정서로 굳어졌고, 심지어 그들의 상호관계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부상조의 미풍양식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권력형 비리든 기득권층 범죄든 모든 잘못과 비리의 진실은 언젠가는 실체가 드러난다. 가린다고 숨겨지지 않는다. 그 진실을 드러내거나 또는 감추는데, 그 감추려는 욕망까지도 결국은 드러내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력이건 기득권층 결탁이든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 권력과 관련돼 저지르는 죄상은 그 잘못을 밝히기가 어려울 때가 많고, 설사 밝혀진다 해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봉현의 말 바꾸기와 옥중서신이 청와대 고위층과 야당은 물론이고 심지어 검찰까지도 진흙 뻘 속에서 휩쓸려 서로 물고 물리며 정쟁으로 무장한 정치언어들이 백병전을 치루고 있다. 이 사태에 이름이 거명되는 인사들, 그 누구도 사건 연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하나마나한 소리로 들리고 들으나마나한 소리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소리는 전적으로 무의미하고 무 내용한 코미디다.

검찰은 잘못 꿴 첫 단추로 피해를 키웠다. 검찰 수사는 당초부터 축소 수사로 사실의 먼 변방만을 확인했을 뿐 그 책임 소재를 규명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국가의 검찰이라면 당연한 책무인 진실 규명이 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가 진실규명은커녕 사건 축소, 진실 은폐에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상처를 키웠다. 상처는 때 맞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곪고 썩어 수술이 필요하다.

여권 정치인 연루설을 주장하는 언설이 야당이며, 야당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비난하는 언설이 여당의 깃발로 나부끼는 이 혼돈의 사건에서 국민은 바보가 되고 있다. 고통 받는 국민들을 향해 더 이상 기만적 언어로 말하지 말라. 틀에 박혀 추상화된 정치 언어가 역겹다. 권력형 비리 사건이든 기업형 사기사건이든 여당의 당당하지 못함과 연일 뜬구름만 잡고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는 야당의 한심한 작태에 실망스럽다. 여ㆍ야당은 더 이상의 소모적 논란은 중지하고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헤치려면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수사를 위해, 꼭 필요한 특검 논의를 해야 한다.

금융 감독 당국은 감독 불충분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피 같은 돈을 거덜 내 서민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이 사건을 일으킨 사기꾼들이 교도소만 가면 책임이 다하는 것인가. 국민을 향해 고금리를 미끼로 국민의 돈을 사기 친 사기꾼들은 마땅히 교도소에 가야 하겠지만, 그들을 교도소에 처넣은들 목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들이 그 많은 돈을 어디로 빼 돌렸는지. 그 돈은 누구에게 갔는지, 돈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쓴 돈에 대한 징벌적 책임을 물어 수 배 금액을 마땅히 환수하라.

이 엄청난 사태 앞에서는 어떤 말조차 무의미하다. 한 푼 두 푼 알뜰히 모은 피 같은 노후자금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힘센 것들이 많은 힘없는 국민들을 이처럼 능멸하고 조롱해도 되는 것인지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린다. 집권 여당은 정권의 눈치나 보며 수사하는 척 시늉만 내는 검찰 수사에 맡길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특별수사팀을 꾸려 잘못과 부조리에는 성역이 없음을 보여야 한다.

희대 사기꾼 혓바닥과 옥중서신에 따라 사건이 휘둘리는 현 세태를 보며, 저들 모두가 어떻게, 무슨 짓을 했기에 이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 검찰이 국민의 웃음거리가 되었는가. 코미디계의 전설인 故이주일씨는 1996년 정치판을 떠나면서 "코미디 많이 배우고 갑니다"고 했다. 만일 그가 하늘에서 요즘 정치판을 보면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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