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국민들 눈에 어린 걱정은 누가 거둬주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9-30 1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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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90년대 대한민국 남자의 행동을 통일시킨 것은 '고스톱'이고 현시대 우리 사회 남자의 행동을 통일시킨 것은 '정치 평론'이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로만 들어 넘길 수 없는 것이, 사실 요즈음 주위를 둘러보면 직업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세상이 온통 정치 평론가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 웬만한 식자층이면 정치학 교수나 고참 정치부 기자 찜 쪄 먹을 정치 해설을 줄줄 내리쏟고, 때로는 그럴듯한 예측에 '똑' 소리가 날 듯한 처방까지 내린다. 택시 기사도 정치라면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식이다. 그만큼 지금 시대는 먹고 사는 문제보다 정치적인 이슈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더 많이 쏠려 있다는 걸 반증한다.

8월 9일,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청문회를 거치며 장관으로 임명된 지 두 달째가 됐다. 그도, 세상도 혼란스러웠다. 연일 터지는 의혹의 연속, 오늘은 무슨 의혹이 나올까? 그는 또 어떤 논리로 비켜나갈까. 또 어떤 새로운 내용으로 정치권에서 공방을 펼칠까. 종편의 패널들은 어떤 말로 국민들 귀를 모을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세상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의혹에 더 궁금해하며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야당의 파상적인 공세에 그는 언제까지 버틸까. 대통령은 언제까지 침묵하고 있을까, 검찰까지 끼어든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누가 어떻게 풀어갈까. 한 편의 조국 드라마를 지켜보는 국민은 매회 새로운 소재로 방송되는 조국 미스터리의 끝이 안 보이는 궁금증에 눈을 떼지 못하며 연출되는 명장면을 그동안 관람하고 있다.

많은 주변 사람들이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전체가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시끄러워서야"라며 조국 노이로제를 호소한다. 정말 이제는 그만 듣고 싶은데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조국 장관에 관한 의견을 피력한다. 공론을 이끌어야 할 언론도 신이 났다. 끝없이 일면 톱기사로 불필요한 여론을 확대 재생산한다. 이처럼 조국 블랙홀은 정치는 물론 경제, 산업,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것을 모조리 빨아드리며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사태가 '일인 대 만인'에 대한 투쟁식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면서 국가 공동체가 사실상 아노미 상태로 빠져있다.

이렇듯 조국 사태에 대한 관심으로 여론은 들끓고, 언론은 논설과 사설을 쏟아내고, 정치인들도 연일 융단폭격을 하듯이 언설(言說)을 퍼붓는데, 문제는 국민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경제 살리자는 목소리는 없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경제 주체들은 잇달아 위기론을 내놓고 있다. 최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작심하고 전국 상의 회장단 회의에서 요즈음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 기업은 어떻게 살아가며, 국민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하면 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발언을 했다.

성장, 투자, 수출, 고용 어느 것을 막론하고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난이라며 기업들이 아무리 도와달라고 외쳐도 소용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오직 차기 총선에만 관심이 있어 나 몰라라 이고 눈앞에 닥친 경제 문제를 공론으로 여론을 이끌어야 할 언론에서도 주요 기사로 취급하지도 않는다. 경제가 무너지면 정치 논리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국민 눈에 비친 현 상황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대통령의 대미 외교, 유엔 연설, 아프리카 돼지 열병 등 모든 국가적 문제를 삼킨 블랙홀. 진보·보수 간 조국 찬반으로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 청와대는 이런 사태를 눈이 있어도 못 본 채 보려 하지 않고 귀가 있어도 못 듣는 채 들으려 하지 않으니 이것보다 더 심한 직무유기가 어디 있는가. 진영논리나 정치적인 이유로 국민들의 여론을 받들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있어야 하고 정치는 왜 필요한가. 국회의원은 어디에 있는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역사는 유효한 나침판이 될 수 있다. 역사의 나침판은 방향만을 대략 보여준다. N극과 S극 사이에서 정확한 방향을 잡는 것은 길을 찾는 사람들의 몫이다. 촛불의 시대정신이 정권의 쟁취로 이어진 집권당은 지금 우리 사회가 '한 가지 사안'과 '한 사람'으로 인해 갈등과 반목으로 혼란스러운 것이 과연 옳은가 되짚어 봐야 한다. 국민은 대다수가 개혁을 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이 바라는 개혁은 특정 세력을 적으로 돌려 공격하는 파괴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편 가름으로 나누어가며 시끌벅적하게 여론전을 펼쳐며 전쟁하듯 해야만 개혁을 하는 것인가. 개혁은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와 의식을 합리적인 것으로 바꾸는 창조적인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식상해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아집으로만 정치를 이끌어 갈 때, 훗날 역사의 페이지는 기록할 것이다. 아집의 정치가 이 사회를 편 가름하여 경제가 파탄되고 민생이 실종된 사회였고, 우리 모두에게 가치관의 혼란과 고통만을 안겨 준 시대였다는 것을. 결자해지(結者解之)는 이럴 때 꼭 맞는 말이다. 더 늦기 전에 국민의 눈에 어린 걱정을 대통령은 거두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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