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정선모, ‘훈민정음과 민족문화’

정선모 작가 / 기사승인 : 2019-11-20 10: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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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2019 한강문학’ 추계 세미나’ 개최
훈민정음 중심으로 ‘상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모든 분야를 의제로 삼은 세미나 ‘뜨거운 열기’
▲ 정선모 작가

● 한글! 세계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지난 11월 11일(금) 세종대왕대황기념사업회 회관에서 ‘한국인의 말과 글-훈민정음과 민족문화’라는 주제로 한강문학회와 한국문학진흥재단이 주관하는 ‘2019 한강문학’ 추계 세미나를 열었다.

훈민정음을 중심으로 상고시대로부터 근·현대까지 대한민국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고고학’ 등 모든 분야를 의제로 삼은 세미나였던 만큼 그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기조강연을 맡은 성기조(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 시인을 비롯하여 성낙수(외솔회 회장), 이상우(언론인, 한국추리소설가협회 회장), 김귀희(시인, 문학박사), 이기운(시조시인, 서강대 겸임교수) 등 네 분이 발제자로 나섰다.

먼저, 성기조 시인은 “말은 소통하는 그 자체로서 이미 문화적 행위이며 역사적 기록이다. 건국신화 설화 등 구비문학은 역사 그 자체다. 따라서 말의 전승은 그 시대의 정제된 공통분모, 공감대 즉 문화가 전통으로 정착되고 역사로 전달되는 것이다. 말은 씨앗이며 문자는 꽃이다.”라며,

“기록의 도구, 기호로 발전, 정착된 문자는 ‘약속’이다. 한글이 세계사를 기록하는 세계적 언어 즉 세계공용언어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사회에서 우리말 즉 ‘한글’이 세계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 확장성을 갖춘 문자인지를 문학인의 입장에서 천착하게 될 것이며, 문화예술은 여가선용이 아닌 역사적 기록물로 재해석되어야 마땅하다.”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의의를 피력했다.


 

● 우리말의 창의적 ‘독특한 특성들’

성낙수 회장은 우리말의 여섯 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첫째, 음운록적으로 19개의 자음과 10개의 단모음과 세 개의 반모음을 가지고 있다.

둘째, 형태‧통사론적으로는 교착어로서 명사류에는 조사가 붙고, 동사류에는 어근에 접사가 붙어 수많은 통사적 관계를 나타낸다.

셋째, 한국어는 몇 개의 다른 언어에도 있기는 하지만, 그들과도 다른 ‘높임법’이 있다.

넷째, 시간 표현이 복잡하다. 소위 12시제로 나타나는 인구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이른바 시제(tence)와 시상(aspect)이 서술어에 나타나는데, 그들이 다른 접미사들과 배합되는 양상은 수십 가지이며, 그 하나하나에 대한 화자의 심상은 모두 다르다.

다섯째, 지칭어와 호칭어가 복잡하다. 이는 높임법과도 관련이 있고, 고유어와 한자어, 복잡한 가족 관계, 사회구조 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의성‧의태어가 발달되어 있다. 이는 한국인들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정서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다른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훈민정음〉 창제 동기로 ‘자주독립사상’ ‘민본주의(民本主義)’ ‘사법공평주의’ ‘문화촉진주의’ ‘중국어의 올바른 표기와 발음을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 한글이 세계사를 기록하는 세계적 언어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하며

● 한글에 담은 ‘중요한 사상’ 세 가지

이상우 회장은 세종대왕이 한글에 담은 중요한 사상을 세 가지로 파악했다.

첫째, 마이너 위치에 있는 백성들의 고통을 먼저 생각한다.

둘째, 만물의 이치는 천지인(天地人)을 핵으로 이루어졌다.(민본주의의 표현인 삼재(三才) 태극문양은 세종대왕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셋째, 세상의 모든 일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세종대왕의 민본사상은 여러 행적에 잘 나타나 있다. 한글의 기본 사상이 천지인(天地人)에서 비롯된다. 하늘과 땅 사람 이 삼재(三才)는 ‘백성이 하늘’이라는 의미를 잘 나타낸다.

세종대왕은 사람이 모든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에서 출발해 양반보다는 신백정, 백정, 재인, 노비에 눈길을 더 주었다. 제퍼슨의 ‘천부적 인권’을 연상하게 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관비(官婢)가 출산했을 때 1백일의 산후 휴가를 주라는 세종대왕의 명령에서 그 정신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귀희 시인은 ‘소월과 지용 詩의 원본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 요즘처럼 인터넷과 SNS 가 발달하고 근원을 알 수 없는 축약어가 난무하는 오늘날! 우리 국어의 미래가 염려되면서 원서 즉 원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우리 현대문학의 출발점이던 1920년대의 김소월의 시와 1930년대 정지용의 시의 원본을 제시하여 옛글 표기법과 현대시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자들에 의하여 시에 있는 방언이나 고어, 혹은 신조어를 시에 활용하는 경우 인용자의 자의에 의한 원작 훼손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우려하며, 깔끔하게 타이핑된 원고도 꼭 있어야 하지만 시인이 직접 쓴 육필 원고를 영인본으로 보관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향가의 재해석 및 현대화’의 필요성

이기운 시인은 ‘향가의 재해석 및 현대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우리글로 기록하지 못했을 때에는 삼국 모두 고유의 향가(향찰)식 방식으로 기록했을 것이며, 향가에는 우리말을 ‘뜻을 표현하는 한자와 조사, 또는 어간 등을 음으로 표현하기 위한 한자들이 적당히 섞여서 문장을 이루는 방식’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조선시대에 ‘훈민정음’이 창제되고 난 이후에는 향찰 방식은 아전들 그리고 절 등에서 소수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일부만이 사용하던 글이 되고 말았다며, 향찰식으로 사용해서 기록했더라면 좀 더 우리 시를 정확히 전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인들은 한시를 들여와서 자기들 고유의 방식으로 짓고 읽는 식으로 발전시켜 자기들만의 시(詩)인 단가라는 분야를 만들었다.

이어서 단가의 일부를 떼어내서 ‘하이쿠’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발해냈다. 하이쿠는 15음절의 세계에서 제일 짧은 정형시로, 미국에서도 하이쿠 작법을 교육하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있음을 볼 때, 우리의 전통 향가의 재해석 및 현대화를 하는 방식과 함께 그 시를 생활화 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세미나를 주최한 ‘한강문학’(발행인 권녕하)은 계간으로 현재 통권 18호까지 발행되고 있다. ‘자유로운 정신’을 기치로 내세우며 한국문단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겠다는 창간 취지에 맞게 한민족의 문화 원형질 찾기 위한 다양한 특집으로 매호 읽을거리가 풍부한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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