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경자년에 되돌아보는 역사의 매듭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1-08 10: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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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새해(庚子)가 밝았다. 2020년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기이하고 복잡한 새 선거법으로 치러야 하는 총선과 끝자리 숫자 0자, 10주기가 맞물린 역사적으로 기념비적인 날들이 중첩되어 있다.

역사상 최초의 외국 식민통치였던 일제 강점 110돌, 냉전 초기 세계 최대의 국제전쟁인 한국전쟁 70돌, 냉전시대 아시아 최초의 민주혁명인 4월 혁명 60돌, 노동문제와 노동운동의 분수령인 전태일 분신 50돌, 그리고 민주화 이행을 정초한 광주항쟁 40돌, 남북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 20돌 등과 시대적 전환기의 변곡점인 4월 총선. 2020년은 이 역사적 매듭들의 무게와 현 시국의 난제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는 한국민들이 최초로 가공할 전체주의와 대면한 시련의 시기이자, 인구의 10분의 1이 조국 땅을 떠나 타국으로 유랑생활을 겪은 반인간적 지배의 결정이었다. 또한 그것은 '근대'와 '민족'의 극적인 충돌 계기였다. 청나라의 절대적 영향권에서의 반중화, 일본연대를 통해 근대를 지향하던 초기 근대화 논리가 일제 식민화에 의해 흡수·억압·좌절되면서 한국에서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는 정면대립 하였다. 그 결과 전체 사회·민족발전 논리와 근대성 실현, 경제발전이 만나는 것은 미국 신탁통치 토지개혁·원조경제·경제개발 5개년계획·세계시장 대면화를 통해 점차 식민유산을 극복해 가면서부터였다. 식민지 근대화론과 반대로 한국의 발전은 식민지 유산의 제거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1950년 6월, 한국전쟁은 세계 최초 미·소 직접 대결과 위성 세력을 앞세운 대리전인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얄타체계·냉전체제를 정초한 분수령이었다. 분단고착, 한-미 동맹, 북한-중국 연대라는 현재 한국 문제인 남북분단 고착의 기축을 틀 지은 계기도 이 전쟁이었다. 동시에 민족 내의 전쟁이 민족 간의 대립 못지않게 인간성 파괴와 학살의 극점을 보여주며 큰 상흔을 남긴 뼈아픈 체험이었다.

냉전, 전쟁, 남북대치하의 4월 혁명은 3·1 운동이 동아시아 근대민족주의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견된다. 국내적으로도 이는 이후 민주화운동의 고갈하지 않은 승리의 기억자원이었다. 성공적 산업화가 낳은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효과가 충돌하는 상징인 전태일 사건은 한편으로는 노동 계층 성장과 의식형성의,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 억압과 빈곤의 산물이었다. 그것은 노동 문제는 곧 인간 문제라는 절규였다.

군사정권 부활 시도에 대한 피 흘려 저항한 광주항쟁은 민주화운동의 연장이자, 훗날 세 번째 군부 세력 등장을 저지하여 6월 항쟁의 평화적 성공을 안내한 자양분이었다. 국민들의 피를 흘리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보였기에 세 번째 군사 쿠데타는 불가능하였던 것이다.

역사의 이 전체 고비들을 통과하며 '개별' 한국민은 죽음·다침·이산·징집·억압·가난·슬픔·설움 등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국민들의 개별 삶은 이 전체 사태들과 분리되지 않았다. 이러함에도 우리는 우리 삶을 좌우할 큰 사태들을 나와는 상관없는 전체 문제로 여기고 방관할 것인가? 또는 불가피한 운명이나 우연으로 여겨야 할 것인가? 역사는, 진실은 그 반대라고 깨우쳐준다. 우연은 없으며, 개인들을 떠난 전체가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한 시대에 대면했던 역사 속의 모든 국면은, 식민지·전쟁·산업화·민주화 등 어떤 경우에도 내 삶을 위한 나의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선택 없는 삶은 없다. 선택의 누적, 그것이 삶은 본질이며, 그 누적들이 모여 자기와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한다. 역사는 개인적 결단들의 전체 집합을 넘어 비약하지 않는다. 독립·자유·평등·권리·복지·민주주의 같은 기본가치들은 더욱더 그러하다.

역사는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역사를 만든다. 전체는 개인을 만들고 개인은 전체를 만든다. 먼 후일 후 나는, 내 자녀는, 내 자녀의 자녀는, 또 다른 삶은, 우리 사회는, 세계는, 나의 결단과 선택으로 얼마나 달라져 있을 것인가? 이 중차대 한때 그동안 누리고 잘 먹고 잘 살은 사람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국민팔이를 하며 너도, 나도 선거판에 뛰어들고 있다.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영달을 위하는지, 그렇게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데 왜 나라가 두 동강으로 나뉘었는지, 국민이 잘 선택해야 2020으로 시작되는 20년 주기가 잘 풀린다.

2020년 4월 15일. 새로운 선거법으로 실시하는 총선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적 의미로 우리에게 새삼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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