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예전에는 맞지만 지금은 맞지않다는 이기심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11-09 10: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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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최근 세상에 화두로 떠오른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정치적 언어가 들을수록 기만적이기에 살펴보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 말은 예전 행위를 뒤엎는 단체나 개인을 비판할 때 자주 소환해 쓰이는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맞지 않다'라며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하는 언어 유체이탈의 이기적 사고(思考)가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는 말의 뜻은 분명 진화며 발전이다. 그런데 주변 환경변화 없이 단지 정략적 사고나 당리당략으로 말을 뒤집는다는 것은 이기심을 가장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는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라. 구시대적 사고가 지금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서인가. 내 입맛에 맞으면 맞고 내 입맛에 안 맞으면 틀린 것인가. 이 말로 자신의 불합리성을 합리화하는 것은 매우 비논리적이다. 그리고 비논리적이기 때문에 이 한심한 정치 형태를 바라보는 국민은 어처구니가 없다.

윤석렬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발언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임명 당시 여권과 진보진영에서는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지금 여권에서 윤 총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 쏟아지던 찬사가 "검찰개혁 방해 정치검사"라는 비난으로 바뀌었다. 검사 윤석렬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그는 비리와 부조리가 있는 곳은 어디든 가리지 않고 수사했다. 박근혜 정권 때나, 지금이나 권력에 굴하지 않고 검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하고 있다. 여권은 검찰의 칼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적폐청산에 쾌도난마 하는 것엔 환호했지만 우군(友群)들에게 칼을 대는 것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이 전 정권에 칼을 댈 그때는 맞고, 조국사건에 칼을 댈 때는 틀린다는 모습이 추하고 남세스럽다.

다가올 보궐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형태도 마찬가지다. 이낙연 대표는 소속 선출직 공직자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ㆍ보궐 선거에 후보 추천을 않기로 한 당헌의 개정 여부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묻겠다고 했다. 당원에게 찬반을 묻겠다는 것은 당원의 정서 속에 지도부의 의중을 은폐시킴으로써, 당헌개정의 여론을 당원들에게 돌리는 기만술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기만술은 국민을 끝없이 무지몽매 속에 처박아놓음으로써만 가능하다.

야당은"그때는 맞고 지금은 왜 틀리느냐"며 당헌개정을 비양심적이라며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당원투표는 물으나 마나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며, 책임 전가로 행위다." "정치가 아무리 권모술수라고 하지만 이렇게 염치없고 후안무치해도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제발 민주당은 "윤리 정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선 정치, 야바위 정치만은 그만두기 바란다" 했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들어 줄 상대에게 말을 해야 씨가 먹히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나 홀로 정치가 횡행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연합 대표시절 제정한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ㆍ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 해 놓았다. 이 조항은 당을 혁신한다면서 제정해 스스로 국민 앞에 약속한 조항이다. 민주당이 후보공천을 위한 당리당략으로 그 조항을 당원 찬ㆍ반투표로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이런 억지가 다 있는가. 바라보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아니고는 이럴 수가 없다.

민주당이 당헌개정을 통해 보궐선거의 무공천을 번복했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 심판을 묻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라 했다. 후보를 내는 것이 공당의 책임이라면 애당초 책임 못질 당헌은 왜 만들어 국민을 기만했나. 죄송하다며 시민에게 심판을 묻는다 했지만 시민에게 묻기 전에 자신에게 물어보라. 원칙을 저 버리고 대국민 약속도 뒤 짚어도 괜찮은가를. 당헌은 정당의 헌법이다. 그런 당헌이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려서 고치는가. 치졸하다. 자신들의 입장 따라 당헌도 바꾸는 여당은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이낙연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후보를 공천하는 것을 거듭 사죄한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사죄할 마음이 있다면 후보 공천을 않으면 되지 굳이 후보 공천을 해 시민에게 심판을 받겠다는 그 말은 아무리 떠들어도 우리 편이 더 많다는 전략적 선전이다. 이때 국민은 허수아비와 똑같다. 당원들의 마음이 얼마나 황당했으면 투표 참여가 26%였을까, 견딜 수 없게 낯 뜨겁고 민망하다. 이 부끄러운 사태를 어떤 변명으로 서울, 부산시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겠는가. 참으로 비루하다. 정당은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게 존립의 이유라 말하겠지만 이미 스스로 공약을 허물어뜨린 마당에 그 말이 무슨 씨알이 먹힐 것인가. 이 대표는 궤변이자 정치 격을 떨어트리는 말을 일언이폐지해서 올바른 정치를 하라.

국정 전반에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은 위기일수록 대도를 걷는 게 바른 정치다. 유ㆍ불리 계산으로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 후보 공천을 강행해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면 질 낮은 장사치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궁색하지만 어쩔 수 없는지라 하는 수 없다는 행동이 다만 연민스럽다. 여당이 '우리는 아무리 잘못해도 국민들이 표를 줄 것'이라는 자가당착과 '다 내 뜻대로의 오만'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예전에는 맞았는데 지금은 왜 안 맞는가. 사람의 마음이 이기심으로 그때그때 변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헌 개정에 대한 비판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리는 기회주의적 비겁함보다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당당함을 보여라. 정치가, 정치는 없는 권력만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것, 남이야 뭐라든지 내 갈 길만 가면 된다는 나 홀로 정치, 그것이 민주주의 탈을 쓴 파시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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