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온라인 배송노동자, 노예계약에 고용불안...표준계약서 제정 촉구

김성환 기자 / 기사승인 : 2022-04-15 08: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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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서 온라인 배송노동자 결의대회
▲(사진=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일요주간 = 김성환 기자]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바로 이 계약서를 바로잡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정부에 표준계약서를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도 표준계약서를 만들어봅시다. 우리도 고용불안 없이 권리를 요구하며 일해봅시다. 그리고 이 잘못된 구조도 바꿔봅시다. 우리는 반드시 만들어낼 것입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가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온라인배송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표준계약서 제정을 촉구했다.

온라인배송지회는 ▲노동기본권 보장 ▲표준계약서 제정 ▲생활 물류 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을 주요 요구로 내세웠다.

온라인배송지회는 “대형마트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는 2020년 설립 이후 마트 배송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며 “그 성과로 온라인배송기사도 7월 1일부터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을 적용받게 됐고 현장에서는 운송료 인상과 백신휴가, 생수 수량 제한 등 노동환경에서 많은 변화를 이루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마트 배송노동자들의 처지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바로 부당하고 불공정한 위수탁계약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배송지회는 “위수탁계약서로 인해 온라인배송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이 떠넘겨지고 있으며 자신의 권리조차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용차비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1주일에 6일 일하는 배송노동자들은 쉬는 날이 부족해 아파도 치료받을 시간이 없다”며 “정해진 하루의 휴일 외에 더 쉬려면 대체용차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일당의 2~3배에 이르기도 한다”고 알렸다.

온라인배송지회는 “마트 배송 현장에는 많은 운송사가 있는데 그 수만큼의 계약서가 있다”며 “운송사의 능력에 따라 같은 곳에서 일함에도 다른 처우를 받기도 한다. 노동조합은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표준계약서가 제정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또 “택배 노동자들은 표준계약서가 있으며 생물법에 이에 대해 규정돼 있다”면서 “고용구조나 업무 형태가 매우 유사한 마트 배송노동자들도 표준계약서가 당연히 제정돼야 하고, 생물법에 포함해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날 온라인배송지회 이수암 지회장은 “오늘 우리가 왜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표준계약서를 제정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라며 “우리는 대형마트의 지휘감독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이지만,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그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참으며 일하느냐 손해를 보며 그만두느냐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와 운송사는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를 희생시켜 왔다”며 “코로나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세워주지 않았고, 중량물이 넘쳐나는데도 그대로 배송을 떠밀었다”고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그러나 이제 곧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이 적용된다”며 “남들은 수년간 투쟁해도 얻기 어려웠던 성과를, 우리는 2년도 되지 않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또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며 “바로 노예계약서다. 억울해도 신세한탄하며 참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했던 원인은 바로 계약서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표준계약서를 만들어보자”며 “고용불안 없이 권리를 요구하며 일해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노조 정민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유통산업의 영업시간 규제를 유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라며 이는 폐기돼야 한다는 망언을 했다”며 “조합원들이 앞장서서 노동자들도 좀 쉬자고 밤에는 잠 좀 자자고 몇 년을 투쟁해서 만든법이 유통산업발전법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우리가 만든 것”이라며 “경조사조차도 용차비 걱정하며 다녀와야 하는 우리에게 의무휴업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숨구멍 같은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우리의 현장을 변화시킬 것이며 윤석열 정부가 우리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말자”며 “표준계약서를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생활물류서비스법에 우리 배송노동자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온라인배송지회 참가자들은 국토교통부까지 행진해 생물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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