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오상아(吾喪我) 정신과 국민의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8-26 10: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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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스스로가 시대를 아파하는 사람이라 자부하며 국민의힘을 열렬히 응원하던 지인은 더 이상 국민의힘 응원하기를 포기했다. 평소 과하다 싶을 만큼 야당에 관심과 애정을 보였던 그가 최근 모임 자리에서 제1야당이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두고 집안싸움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며, 이러다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정권연장의 멍석을 깔아 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잘못 가고 있다는 증표가 여럿 있지만, 대권 주자와 당대표와 갈등만큼이나 뚜렷하게 국민의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많은 국민의 기대를 모으며 젊은 리더를 뽑았으나 리더쉽은 혼란을 드러며 되는 것이 별로 없어 정권교체 기대에 지친 국민들 앞에 거치적거리고 있다. 그들은 내부의 의견을 집약한 힘으로 외부 적을 향해 써야 함에도 그 힘을 내부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와 힘겨루기에 사용하고 있다. 거듭돼 퇴행과 파탄의 연속을 지켜보며 국민의힘은 아직도 수권 정당으로 능력과 자기 쇄신에는 거리가 먼 위치에 있다.

요즘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정치 초년생보다 못한 작금의 정치를 보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지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지가 헛갈린다.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모아야 할 지도부와 대선 후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상호 비방을 일삼고 있다. 대선 후보 선출 토론회 개최 여부를 놓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신경전을 벌이더니, 이젠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통화한 내용을 놓고 양측이 졸렬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집안싸움으로, 제1야당을 지지하는 다수 국민에게 실망스러움만 안겨 줄 뿐이다.

썩고 낡은 집을 새집으로 보수(補修)하기 위해 뽑은 이준석 대목수의 보수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그에게 맡겨진 건물 보수는커녕 어디서부터 손을 써 고쳐야 할지를 두고 우왕좌왕이다. 대표 취임 후 대여(對與)투쟁보다 당내 인사들을 겨냥한 내부 투쟁에 몰두하고 있는 듯 비치며, 막후에서 갈등을 조율하기보다 본인이 트러블메이커로 맹활약 중이다. 가벼운 언행으로 잦은 논란을 일으키다 보니 당권 장악력과 지도력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사사건건 말싸움을 벌여 상대를 이기겠다는 태도로는 제1야당 대표의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공적 영역에선 균형감과 절제가 필요하다. 거듭된 실수 때문에 결국 지지층에게도 신뢰를 잃고 말았다면 지도자의 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적으로 가리킨다.

대권후보들의 밥그릇을 놓고 싸우는 모습도 다시 열거할 필요는 없을 만큼 구태의 연속이다. 지금 대권후보에 선출되기 위해 후보가 서로 다투는 모습은 그 과정이 그 이후를 책임질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책임과 무책임을 따져 물을 수도 없을 만큼 그들은 이미 망가져 가고 있다. 국민은, 소룡(小龍)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권을 되찾아오는 답안지를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정답을 공론으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경륜과 지혜가 강물처럼 흐르고 우의와 신뢰가 들꽃처럼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주시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투쟁 과정이 아무리 피치 못할 사안이라 할지라도 그 치졸한 과정에 깊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4.7 재보궐선거와 당 대표 경선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선 정권교체에 낙관론이 있었지만 지금 낙관론은 비관론으로 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직면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고, 현 집행부는 이를 어떻게 넘어야 할까? 당면한 현실에 대한 정파적 유불리와 지도부의 개입을 넘어 한발 물러서서 현 위기의 거시변동에 대한 통찰과 국민의힘의 현재 모습을 연결하여 차분하게 분석해 보라. 당 대표는 대표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후보 선출 경선에서 대표는 관리인이지 대리인이 아니며 조연이지 주연이 아니지 않느냐. 정권교체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그 기회를 내부 분열로 헛되이 보내 정권교체 실패하면 역사에 죄가 될 것이란 것 왜 모르는가.

국민은 원한다. 국민의힘이 토론회를 하든지 정견 발표회를 하든지 아니면 않든지, 어느 방향으로 정하든 간에 제발 좀 똑바로 해야지. 토론회를 하려거든 똑바로 하고, 그만두려거든 참여자와 국민이 납득이 가도록 해 그만두어야 하는 거 아니냐. 어느 쪽을 택하든지 제발 좀 바르게, 제발 뒤죽박죽 엉망진창 만들지 말라. 스스로 시대의 아픔을 않고 살며 믿음과 신뢰로 지지한 정당의 정치 모습이 실망스럽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다수 국민의 열망에 제발 찬물을 끼얹지는 말라고.

망가지고 허물어져 가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수습할 미래 비전은 보여주지 못하며 내부 갈등으로 우왕좌왕하는 제1야당과 지도부, 경선주자들 모습이 실망스럽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오상아(吾喪我)라는 대목이 있다. 이 말은 '나는 나를 장례 지낸다'라는 뜻으로, 갈등의 골에서 생각의 틀을 깨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즉 고정관념 속에 나를 버리고 세상사를 바라보며 자신의 아집을 과감히 해체시킨 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 지도부와 경선 후보들은 꼭 이 대목을 새겨들어 봄 직하다.

눈 밖에 세상은 감은 채 내 눈 안에 세상에서 아귀다툼으로 서로를 물어뜯는 제1야당 경선 후보들에게 사족 같지만, 꼭 들려주고픈 단어가 있다. 오상아, 대의를 위해 '나는 나를' 죽이는 결단과 용기의 오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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