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저질의 막장 드라마 언제까지 봐야하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2-07 10: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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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막장'이란 용어는 광부가 석탄을 캐며 지하 수백 미터, 갈 데까지 간 막다른 갱도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억지스럽거나, 부도덕하거나, 거칠거나, 몰상식한 짓을 할 때 이 용어를 쓴다. 이 표현은 정직하게 땀을 흘리며 억센 현실과 마주 서는 이들을 모욕하는 것이며 자칫 삶의 터전을 더럽히는 말이다. 갱도의 끝을 가리켜 김훈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가장 깊이 들어간 광부의 처소가 막장이다. 막장은 낮지 않고 순결하며 거룩한 자리다." 이런 곳을 우리는 막장이란 단어로 저질스럽게 부른다.

요즘 유행하는 방송극 소재가 막장 드라마다. 담당PD는 이 소재가 아니면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가 없다고 한다. 이처럼 시대의 트렌드가 막장인지, 정치권과 검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뛰어난 연출자의 지휘 감독 아래 막장 연기로 TV 드라마 못지않게 관심 몰이를 하는 배우들이 너무 많다. 대통령, 국회의원, 법조인, 시민단체, 귀족노조 등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마치 각본에 따라 연기하듯 행동한다. 이들은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으면서도 막장 드라마 보다 더 많은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국민의 시선에 비친 고위 공직자들의 행동이 너무 지나치며 삼류 막장 드라마도 이렇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그들은 관객을 모아놓고 드라마에서 연기하듯 집값이 하늘로 치솟아도 집값을 잡았다고 말하고 세금으로 만든 가짜 일자리를 진짜로 포장해 일자리가 늘었다 한다. 더 웃기는 장면은 청와대 공직 비서관이 검찰에게 노골적으로 협박하며 검찰의 법 집행을 "검찰권 남용 쿠데타"라는 억지 논란을 했다. 한마디로 범죄혐의자가 공수처를 들먹이며 적반하장 식으로 검찰을 협박한 것이다. 웃지 못할 법치 파괴의 막장 드라마로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란 말이 무색하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사람이 바로 그 중앙지검의 수사 대상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조국 장관 취임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조국 수사팀을 꾸리자 고 제안한 의혹이 드러나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기 때문이다. 수사대상이 수사 주체를 인사하고, 수사 대상이 해당 수사기관의 장(長)이 되는 이 막장 드라마를 보는 국민들이 허수아비가 되는 세상이다.

더더욱 막장 스러운 것은 직속상관인 총장의 결재 지시를 3차례나 무시하여 기소 위법이란 논란을 불러왔다. 최강욱 기소 과정을 법무부에 보고하면서 직속상관인 검찰 총장을 건너뛴 사실이 알려져 윤석열 패싱 논란도 불러왔다. 조국 정국 이후 검찰과 청와대 법무부가 사사건건 충돌하더니 이제 검찰 내 집안싸움까지 겹친 검찰발 막장 드라마를 국민들이 흥미롭게 보고 있다.

화려한 이력의 주인공들이 왕이라도 된 듯, 법 위에 군림하는 행위, 저잣거리의 막말, 싸웠다 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싸움, 상대방 흠집 내기와 과거 파헤치기로 여론몰이는 기본이고 자신들이 만든 법 위반은 다반사이며 거액의 연봉까지 챙기는 몰상식의 통치와 몰염치의 정치로 한 편의 완벽한 코미디가 된다. 그야말로 한국 정치는 막장 드라마 소재인 막장의 요소를 고루 갖춘 셈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국민은 막장 연속극을 계속 볼 수밖에 없다.

여·야당도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인재를 영입하며 낯뜨거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당의 박찬주(육군 대장) 영입과 민주당의 원종건(20대 남성 대표) 영입 참사가 한 예이다. 선거 때만 되면 되풀이 되는 정치권의 인재 영입 방법을 살펴보면 인품·역량 국정철학 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선 드러난 이미지만을 보고 선발하는 영입 절차는 이미 불쾌한 쓴웃음을 주는 막장이 된지 오래다. 정치라는 공적 영역에서 인재 영입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이미지로 승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 연출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시청자의 행복이다. 시청자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면 연출의 명분이 없다. 탐험가는 발견하고 과학자는 발명을 한다면 연출가는 발탁한다. 누구를 고르느냐, 그게 승부를 좌우한다. 드라마 PD, 기본 조건은 안목이다. 능력 있는 작가와 매력 있는 출연자를 제대로 본 줄 알아야 한다. 시력이 아니라 시각과 관객의 시선이 중요하다. 결국 좋은 드라마란 등장인물들이 각인의 존재론적 고뇌와 피할 수 없는 행동 논리로 통제받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파크도 생기고 드라마도 된다.

정치권이 막장 드라마의 새 주인공을 뽑는다고 난리다. 그러나 새 주인공을 뽑아도 막장 드라마가 변할 거라고 보는 국민은 별로 없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유권자가 27%(갤럽여론조사)나 된다. 차선도 아니고 차악을 선택하는 국민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금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는 연기자들을 보며 백면서생이 국민들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은 지금 드라마보다 더 흥미 있는 막장 드라마를 보시길 원합니까?’ ‘여러분들은 지금 내는 세금이 막장 드라마 제작에 쓰이는 것을 원하십니까?’ 이 질문의 답은 이제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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