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품격 실종시대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6-25 11: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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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지난 1월 SBS가 보도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에 '투기다, 위법이다'를 두고 자신은 목포 구도심권 살리기라며 자신의 사익 충족을 공익이라는 '논리'로 여론과 맞섰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한 내 인생과 전 재산, 의원직을 걸겠다, 목숨도 내놓겠다." 했다.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자신이 목포 발전을 위해 한 일에 "너희는 무엇을 걸겠냐" 물으며 오히려 받아쳤다. 당시 사익을 공익으로 변신시킨 억지를 두둔한 민주당과 몰염치한 국회의원의 품격은 실종된 상황이었다. 정작 언론이 말하고자 하는 문제의 핵심은 공직자의 처신과 윤리 문제였다.

그때 톱뉴스로 정치 사회면을 장식했던 문제가 결국 검찰의 기소로 여론 도마 위에 올라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녀는 검찰의 기소가 '억지스러운 수사 결과' '검찰이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며 자신 문제 제기의 대처 방식은 항상 '몰리면 치받는 대응'으로 대처했다. 이것을 야당과 언론은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어야지 최소한의 ‘인간적 품격도 져버렸다.’ 성토했다.

최근 대통령의 언사와 행동에도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바른미래당은 현충일 기념사에서 꺼낸 김원봉 광복군 뿌리 발언과 천안함·제1연평해전 유족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서 유족들에게 김정은 위원장 내외의 손을 치켜들고 활짝 웃는 사진 책자를 사려 없이 나눠준 것부터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라고 논평했다. 이 행위를 자유한국당은 "5.18 유족들을 불러놓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을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말한 기본과 상식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대통령은 국민의 뜻과 거리가 멀어지는 '언사와 행동'으로 국가원수가 지켜야 할 품격을 내쳤다."고 논평했다.

국가에도 개인에게도 품격이라는 게 있다. 품격이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바탕이다.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진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서민은 가난하니까 부자에게 빼앗아도 된다? 노동자 권익을 위해 투쟁하니까 폭력ㆍ불법 저질러도 된다? 권력을 잡아야 하니까 대립과 혐오를 부추겨도 괜찮다? 명백한 잘못을 해놓고도 인정하지 않고 자꾸 꾸며서 우기며 내게 상황이 불리하면 상대를 압박하는 도박판 심리를 벌이는 작태. 작금의 우리 사회는 예의 없고 품격 없는 행위로 공동체가 지켜야 할 사회규범에 금이 가고 온통 이기심의 목소리뿐이다.

2018년 세계 테니스 랭킹 1위 '노바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 테니스 16강전에서 무명선수 '정현'에게 패했다. 그를 응원하는 많은 팬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날. 취재진은 조코비치에게 경기에 진 요인이 팔꿈치 통증에 관한 것이냐 질문을 쏟아냈다. 조코비치는 단호히 "내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해달라 그건 정현의 승리를 깎아내리는 행위" 라 답변했다. 순간 인터뷰장의 기자들은 숙연히 '아! 그래 바로 이거지' 패배를 인정한 동시에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은 그 말은 아름다운 언어가 되어 세계 일류 스포츠 신문에 일면을 장식했다. 그는 패배 앞에서 부상을 핑계 대지 않았으며 정현의 승리를 축하하는 데 말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에서 승리는 자신의 실력과 행동으로 쟁취하는 것이지만 존경과 품격은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합'으로 결정된다. 그래서 승리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사람들의 눈빛을 얻는 일이다. 스스로 상대를 존중하는 관점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모습은 누구라도 존경할 수밖에 없다. 실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력을 빛나게 하는 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대게는 자신의 잘못으로 누군가에게 밀리거나 경기에 패배했을 때 자주 이런 표현을 쓴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 평소라면 어림도 없지!" 등 변명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인품을 깎아내리고 듣는 상대 기분을 상하게 할 뿐이다. 게다가 패배를 불인정하는 듯한 말투는 듣는 사람의 분노를 사게 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너 실력은 박수 받을 만큼 완벽해.' '오늘 너 정말 멋졌어.'라며 같은 사항을 다르게 표현하면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어떤 변명을 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 결과 상황을 아름답게 만들어나가는 것은 끝난 이후의 짧은 언어로 결정된다. 경기는 길지만, 마무리 순간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언어는 짧다. 그 짧은 언어가 경기 자체와 선수를 더 빛나게 한다. 조코비치는 비록 경기는 패배했지만, 인격은 품격 있는 챔피언이라는 명성을 받았다.

국회의원이 부동산 투기 행위를 목포 살리기라는 궤변으로 세상과 치고받는 행위를 바라보며 자라나는 세대가 배울까 걱정스럽다. 신분이 높고 고매한 지도자들의 정치도 막말과 '저 잘났다'로 품위를 잃고 있다. 사회학자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최근 낸 책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에서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민주화를 이룬 지 30년 넘었고 촛불혁명까지 했다는데 정치 수준은 바닥이다. 이를 '풍요의 역설' '민주화의 역설'로 지적하면서 해결책을 '품격'에서 찾았다.

정치인들의 품격 없는 행위가 1월이 다 가도록 사회를 들쑤셔 놓았으면, 또 그 문제가 검찰의 기소로 도마 위에 올랐으면, 스스로 성찰도 해봐야 한다. 왜? 우리 정치에 페어플레이가 없고 정치인은 품위가 없는가. 품격은 내던지고 민낯을 보이는 몰염치를 싫증을 내는 국민의 소리가 당신들 귀에는 들리지 않는가?

제발 싸워도 인간의 예의는 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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