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인권에 관한 법률이 장식품에 불과해서야 !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11-22 11: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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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우리 몸의 중심은 어딘가. 배꼽도 머리도 심장도 아니다. ‘가장 아픈 곳이다.’ 손가락을 조금만 다쳐도 온 신경이 그리 쏠린다. 이는 뇌가 아픈 곳을 중심으로 신경이 작동함을 의미한다. 뇌는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범위에서 우선 아픈 곳을 집중한다. 그러면 우리 삶에서 ‘가장 부끄러운 것’은 무엇인가. 아마 겉치장은 요란해도 막상 속이 텅 빈 것을 남에게 들켰을 때일 것이다. 지금 가장 아픈 사람은 추방당한 탈북민일 것이고,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부끄러운 곳이 인권이다. 우리나라의 인권에 관한 법률과 제도는 세계 어느 곳에 내어놓아도 좋으리만큼 잘 제정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법과 제도가 훌륭해도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적용 방법이 다르기에 아픔과 남사스러운 부끄러움이 생긴다.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로 정의되는 것이 인권이다. 헌법 2장의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 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의 1조에서도 “이 법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하게 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처럼 ‘인간의 존엄’이라는 키워드가 ‘인권의 핵심’이다.

개개인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권이 현실에서 드러나는 방식은 그렇지만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법을 지켜야 할 정부가 필요에 따라 법을 지키지 않고 위법을 정당화하려 궤변만을 둘러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주민 2명을 추방하였다. 추방 이유로 살인 등 중대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닌 점을 들었다. 미국 국제법·인권 전문가인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탈북민 추방이 이뤄진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 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 도서를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다."라며 "국적법 2조에 따라 모든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자로 간주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추방 조치는 한국 정부가 헌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훼손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이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경찰을 계속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도 경찰의 과거 수사 행태에 보면 그 위험이 실재한다는 점은 안다. 하지만 현대사에서 권력에 의한 인권 말살의 현장에 항상 검찰도 함께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밝혀진 화성 여중생 살해범 경우처럼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표적 수사를 한 건 경찰이지만 수사를 지휘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기소를 해 범죄자로 만든 건 검찰이다.

인권은 다만 형법과 형사소송법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환경 사이, 개인과 통치 권력 사이, 개인과 조직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고 권리 하는 모든 법제 속에 인권의 개념은 스며들어 있다. 문제는 이 법들이 법의 정신에 따라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드러난 화성 여중생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로 둔갑, 옥살이를 한 윤 모 씨의 경우를 보면 국가 권력에 의해 한 사람의 일생이 살해된 것이다. 헌법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묵비권 조항(289조)만이라도 제대로 존중됐더라면, 그는 잃어버린 20여 년을 교도소에서 억울하게 형살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현재 한국 사회의 인권 상황이 인권을 존중한다고 믿는 국민은 셋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인권침해 비율 중 노동권 침해 비율(비정규직)이 제일 높다는 응답이 나왔다. 한국 노동자(비정규직)들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대표적인 차별로는 성차별, 연령차별, 학력·학벌 차별이 꼽혔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침해되고 차별이 자행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대해 1위가 경제적 지위, 2위가 학력·학벌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경제 자본과 문화 자본, 이 두 자본의 불평등이 한국에서 인권침해의 심층구조를 이룬다고 국민들이 믿고 있는 것이다. 인권침해와 차별을 저지르는 주체에 대해서는 정치인, 검찰, 군대 상급자, 경찰, 직장 상사를 열거했다.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도 가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인권에 관련해 애매한 사안에 자주 직면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주된 기능은 사법적인 기능보다 ‘권고적’인 것이다. 권고, 이 말은 공허하고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헌법도 때로는 행정편의 주의로 무력화되기가 다반사인데 권고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권고를 못 해서 또 모자라서 한국의 인권 현실이 이 지경인가. 인권은 더는 상징이 아니고 장식적 규범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적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돼야 할 가치다. 그러므로 인권법과 국가인권기구의 사명은 감시와 고발을 통한 예방과 구제 기능이라야 옳을 것이고, 그 가장 주된 대상은 수사기간, 정보기간, 사법기관 등 국가기관이라야 마땅할 터이다.

인권에 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은 현행 법제의 정당한 운영을 통해서는 인권 현실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무심하며, 공격해도 될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인권 경시의 당사자 또는 피해자가 된다. 공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한 개인의 소중한 삶의 궤적을 왜곡하고 평생을 낙인 속에 살게 할 수도 있는 일들을 반복하며 타인 권리를 너무 쉽게 간과하기 때문이다.

무신경한 침묵의 관성이 깊어지면 우리의 인권도 그만큼 부식될 것이다. 이번에는 북한 주민이었지만 다음에는 바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표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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