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말을 참아야 하느니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3-26 11: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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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SNS 시대가 도래하면서 유튜브 일인 방송이 대중화 시대가 된 요즘. 말의 홍수, 언어의 낭비가 지금처럼 사방에 지천일 때도 없는 것 같다. 툭 하면 죽기 살기로 독기 서린 말들이 가짜 뉴스라는 옷을 입고 우리 주변에 넘쳐나며 설쳐 대기를 일삼는다. 그러한 말의 발설에는 대게 목적이 있고 그것은 대중조작을 겨냥하고 있다. 발설자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에 일체 구애되지 않는다. 즉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 극치 시대다.

정치인의 말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 때가 허다하다. 말은 오직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수단에 대중은 현혹되는 말은 발설자의 목적을 위해 쉽게 대중이 놀아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어란 본래 불완전하고 시공의 제한을 받는 것이어서 실효를 보지 못하면 생명을 잃는데 그치지 않고 역효과를 나타낸다. 곧 언어(발설자)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대두하는 것이다. 불신은 불신에 머무르지 않고 염증을 낳고 혐오로 발전하고 드디어는 대중의 발언(말)이라는 거부 반응으로 이어진다.

혀는 보통 길이 10센치, 무게 57그람 남짓하다. 그러나 혀가 지닌 힘은 길이나 무게와 무관할 만큼 엄청나다. 오죽하면 입속에 도끼를 물고 있다 하겠는가.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의 혀 놀림은 주위에 많은 파장을 일으킨다. 특히 정치인들의 혀는 더욱더 그렇다. 좋은 말은 대중의 많은 관심과 표를 모으기도 하지만 혀를 잘못 놀렸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소속 당에 큰 우환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다.

하늘을 찌를 듯 기세등등하던 여권의 지지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 상황 악화와 실업자 증가 이에 따른 서민 생활에 삶의 질 하락, 김태우 검찰수사관과 신재민 사무관의 폭로 등으로 여권 지지세가 눈에 띄게 빠졌다. 여기에 청와대 참모들의 뜬금없는 발언에 버럭 이미지가 강한 이해찬 대표의 베트남 여성비하 발언 논란, 장애인 비하 논란, 말발이 센 손혜원 의원의 신재민 전 사무관의 인격 모독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말실수까지 겹치며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에 하락세에 일조한 셈이다.

반면 여권의 실책에 반사이익을 누려 지지율이 오르고 20%를 넘기며 순항하던 한국 당호도 생각지도 못한 암초를 만나 출렁거리는 상황이다. 언제나 예외 없이 5.18민주화운동은 항상 건드리면 터지는 뇌관이며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지난 2월 8일 김진태 의원이 극우 인사 지만원 씨를 초청해 주최한 5.18 공청회에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이 각각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 "종북 좌파들이 판을 쳐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었다"는 망언을 퍼부었다. 그리고 지난 2월 27일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권 주자로 나선 김진태 의원도 5.18 문제에서 우파가 물러서면 안 된다고 거들며 선을 넘는 말로 한국당을 그야말로 폭삭 망한 지경으로 몰고 갔다. 추락하는 지지율을 보며 한국당 내부에서 장탄식이 나왔던 이유다.

정당은 리스크의 관리가 사활의 핵심이며 조직 개개인의 입 관리를 잘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혀를 잘못 놀려 생기는 망언, 막말, 실언 파문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소속당과 지지층에 끼치는 충격 파문이 엄청나다. 자기 당 지지율 하락과 상대 당 반사 이익을 속절없이 지켜보며 가슴을 쳐야 하기 때문이다. 말은 혀에서 발설되지만 실은 두뇌에서 생성된다. 생각이 없고 지각이 모자라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떠벌리는 경향은 일종의 열등 보상 심리의 작용일지는 모르겠으나, 한번 잘못 쏟아 놓은 말은 다시 담지 못하기 부메랑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와 큰 화근이 된다.

당나라 시인 풍도는 인생살이 입이 화근임을 깨닫고 쓴 설시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 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썼다.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이 난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 사랑을 심었으면 사랑으로, 원한을 심었다면 원한으로 되돌아오는 법이다. 좋은 말은 주변과 사회를 정화하지만 나쁜 말은 이전투구 다툼의 사회로 만든다.

누구나가 다 느끼고 있는 것처럼 요즘은 말이 많은 시기요,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대적 어려운 상황이다. 북핵 문제, 어려운 경제 문제, 등 매사에 중지를 모아야 하는 때다. 제갈량은 적벽대전을 앞두고 오나라 장수 주유와 필승 전략을 논의할 때 서로 글(風)로 표현하였다. 또 예수도 간음한 여인을 정죄할 때 땅바닥에 글로 써 표현하였다. 말이 난무하는 시대 이처럼 지혜가 어느 때 보다 요구된다. 말이 많으면 실언도 많게 마련인 것처럼 필요한 말도 참아야 하는 것도 삶의 지혜다.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은 모두 이성적 논리보다 감정을 앞세운 불필요한 열기를 뿜어내는 것만은 피차 삼갔으면 하는 것이 지켜보는 우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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