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이은화 작가 시 읽기㊱] 두 번은 없다

이은화 작가 / 기사승인 : 2025-06-09 11:47:33
  • -
  • +
  • 인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 (최성은 옮김)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중략)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중략)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ㅡ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ㅡ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 이은화 작가
[일요주간 = 이은화 작가] ( 시 평론 ) 맞습니다. 어제와 같은 풍경을 보며 시작한 하루, 하지만 새 울음과 바람결 그리고 허브 향이 같은 날은 없지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타인 그리고 사물의 시간은 다르기에 「두 번은 없다」라는 말 몸에 전율이 입니다. 곧 매 순간의 삶이란 다시가 아니라 지금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시. 그 때문에 오직 한 번뿐인 ‘지금’만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유일한 증거가 아닐까요.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름을 부르는데 장미꽃이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묘한 쓸쓸함을 줍니다. 사람은 처음과 끝, 삶과 죽음 앞에서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지요. 그러나 내일을 약속받은 것처럼 이 순간의 절실함을 유예하곤 합니다. 모든 시작은 곧 끝을 포함하고 이 끝은 기억의 서문이 되는 것을 잊곤 하지요. 혹여 이처럼 흘려보낸 시간 속에 자신이 놓친 절실함과 입술에 머무는 이름들이 있었을까요.

만약 현재의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나만의 고유한 시간’임을 자각한다면 이 깨달음은 삶의 감사로 이어질 거예요. 가장 뜨겁게, 가장 조용히 그리고 가장 깊은 떨림으로 말이에요. 이 깨어있는 떨림은 자신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 당신과 내게 지금은 매 순간이 처음이지요. 첫 떨림, 첫 연인, 첫 실수 혹은 첫 용기의 서툰 민낯들은 두 번은 만날 수 없는 찰나일 테니까요. 이와 같이 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똑같은 순간은 반복되지 않는다는 화자의 말, 맞습니다.

 

※ 이은화 서울예술대학 졸업. 시집 『타인과 마리오네트 사이』가 있음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