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부동산 정책의 실패, 어디서부터인가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7-18 11: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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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요즘 우리 사회의 쏠림 현상으로 돈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어딘가. 초저금리 시대, 코로나 지원금으로 시중에 풀린 돈과 경기 불황으로 마땅한 수요처를 잃은 돈이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고령사회로 장기 주택 수요가 하락할 것이라는 펀더멘탈을 비웃듯 서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이제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 때문에 사고 보자는 심리와 지금 팔면 손해라는 막연한 심보가 뒤엉킨 이상 과열 현상에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리며 연일 휘발유를 뿌리고 있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돈을 끌어모아, 돈이 없는 사람은 영혼을 끌어모아 똘똘한 집 한 채를 사려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부동산 사랑은 유별나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통계는 예측이 빗나가기 일쑤며 언제나 독보적이다. 그동안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우리가 아는 경제 원칙들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사용 연한이 있는 다른 재화들은 모두 감가상각이 적용되지만, 서울 아파트는 오히려 오래된 집이 더 비싸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이 수십 년 계속되고, 한번 오른 부동산 가격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된 나라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5%나 된다. 이에 비해 미국 가게 자산 중에서 부동산 비중은 32%에 불과하고, 일본도 41% 정도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1989년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 일본의 70%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천정부지의 부동산 문제는 현 정부의 가장 큰 꼬인 매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문제만큼은 국민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딴판이다. 문 대통령 취임 당시 6억 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지금 시세가 9억 5,000만 원으로 올랐다. 중위 아파트 전셋값도 4억 6,000만 원으로 덩달아 날개를 달았다. 규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돈은 이리 몰리고 저리 쏠리며 규제지역을 피해 풍선효과를 나타내며 나라를 부동산 광풍 시대로 만들고 있다.

지난 3여 년 동안 오로지 규제만 한 결과 역대 정권 최고의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 모든 시장의 원리는 공급과 수요의 예측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발표되는 대책에는 공급에 관한 대책보다 수요억제 정책만으로 일관했다. 통화완화 금융정책으로 시중에 넘친 돈이 부동산으로 쏠림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커질 때마다 융단폭격처럼 온갖 정책을 퍼부으며 당장 눈앞에 불은 끄고 보자는 생각에 집착해 더 큰 규제로 시장과 맞서겠다는 것이 집값 쏠림 현상을 가속화 시켰다.

정부 여당은 난국 돌파를 위해 금융정책과 조세정책 모두를 동원했다. '대출과 세금 규제'를 양손에 잡고 핀셋 규제로 대책을 퍼부었으나 공급대책이 없이는 결과가 불 보듯 뻔했다. 거래 허가제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털어 담은 22째 대책마저 허망하게 무너지며 정부 부동산 정책에 파산 선고가 내려졌다.

정부가 밀어붙인 부동산 정책은 애당초 실패가 예정된 코스였다. 시장원리를 배제하고 주택 자산가를 때려잡겠다는 계급적 프레임으로 정책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집 가진 부자들이 '이익을 얻게 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라는 전제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재개발, 재건축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규제 중심의 대책을 시행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정치 과잉이 정책과 시장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은 정부가 실패하고 그 부담은 주택보유자에게 세금으로 떠넘기겠다는 발상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을 지배하는 감정은 불신과 분노다.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부동산 투기로는 더는 돈을 벌 수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 정부의 대책을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부동산 시장의 불을 꺼야 하는 정부 고위관료가 되레 부동산 불패 신화를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라고 했던 이들은 모두가 강남에 살고 있다. 지역에서 정치적 기반을 닦은 정치인은 정치적 입지를 버리고 부동산 입지를 택하는 기만에 국민은 분노한다. 더 더욱 주택 수요자가 느낀 분노는 집값은 못 잡고 내 집 마련 기회를 차단한 정부와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자라는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그들이 경제활동에 비교해 훨씬 더 부자가 된 것은 사업으로서의 성공이나 땀 흘린 노력이 아닌 부동산 투자로(달인?) 불로소득 재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국민이 신봉하는 부동산 불패라는 위험한 믿음을 솔선수범으로 보여줬다. 더 불신한 것은 온갖 편법과 꼼수로 부동산을 처분하는 쇼까지 연출했다. 국민에게 비친 그들의 속마음은 '부동산 불패' '강남 불패'였기에 국민을 들끓게 한다.

많은 국민들의 지나친 부동산에 대한 짝사랑과 정치인들의 잘못된 욕심이 모럴 해저드인가. 어쨌든 여기에서 나는 정부의 정책을 평가하고 그 잘못을 일일이 따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 환경 변화의 파고를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보다는 규제라는 무기로 틀어막으려는 무모한 접근방식을 지적해두고자 하는 것이다.

시장원리와는 동떨어진 핀셋 대책 방식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길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제 선진국조차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말미암아 경제 위기와 장기 불황을 겪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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