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정치가 바뀌어야 세상도 바뀐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11-26 12: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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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2021년 한국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현 정권 집권 4년 6개월 동안 나라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믿고 따른 것이 결국 힘없는 서민들만 고통스럽게 하였다. 정부의 무능과 정치권의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은 변화를 원했고 민심은 정치권의 과감한 개혁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뜻을 보궐선거에서 보여줬다. 과거 여당의 절대 지지세력이었던 20·30세대도 희망이 사라진 현실 대안으로 좌절이 아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위해 야당인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며, 국민도 쪽박만 깨는 정치를 바로 잡고자 변화를 선택했다.

바야흐로 대선정국에 민의가 변화하고 있다는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다수 국민의 절대 지지로 여당에게 일방적으로 우세했던 분위기가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20·30세대가 선거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성공적인 삶을 살며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던 40·50세대가 집권 여당의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정치인의 페레디물이 생겨나고 각종 소셜네트워크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조롱과 풍자로 가득 찼다. 보수 정치를 혐오했던 세력이 하루아침에 보수 정치에 관심을 보이며 변화의 중심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곳곳에서 새로운 정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정치인들의 구태는 여전하다. 국민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정치인들의 형태를 지켜보며 기존 정치인에게 정치를 맡겨서는 아무런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며 사뭇 불편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위 MZ세대가 돌아왔다는 정치가 낯설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어느 날부터 우리 앞에 서 있기에 여ㆍ야당 정치 상황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그동안 정치에 무관했던 이들이 정치 주역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는 사유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평생 벌어도 서울에서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이에 따른 계층 간 갈등의 심각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화근만 더 키운 정책과 관념적이며 비현실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워온 정치인들의 몰상식 행위도 정치 불신의 한 원인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보궐선거는 분명 정권심판이었으며 역사적 사건이었다. 지나친 내로남불과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정부여당에 대한 투표로 이루어졌지만, 이런 표심에도 정치인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은 왜일까? 지금까지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했던 과거와는 다른 결과에 대한 이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모든 것이 바로 문재인 정권 이후 더욱 심화된 불공정과 불평등의 논리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없으며 이 현상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의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권력 제일의 패권주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으로 체제 자체의 모순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모순 타파를 정치에서 답을 찾아야 마땅하나 정치는 오히려 비난의 대상 희생양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정치가 공동체에 대한 엘리트들의 책임의식은 실종됐고, 정치인들은 지나친 권력투쟁으로 권력을 자기 몫을 늘리려는 데 더 큰 목표를 두는 이기주의 정치를 하고 있다.

나는 한 시대의 정치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혐오 정치로 치닫는 광경을 보며 여당이 되었건 야당이 되었건 또는 정권 주위에서 것불이나 쪼이면서 추위를 면하고 있는 사람이 되었건 그들의 정치적 위선은 이 시대를 다스리는 정치인들이 근본적으로 고쳐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정치 사회는 한마디로 신뢰로 성립하고 유지되며 약속으로 관리되는 신용의 체계인데, 그 체계의 근본인 신뢰의 믿음성을 허물면 그때는 그야말로 깊은 불신의 늪이 찾아드는 것이다.

어느 정치인 어느 정부인들 정책을 잘못 펴 서민들을 더 궁핍하게 하고 정치를 잘못해 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싶겠나 마는 역대 정치인, 보수ㆍ진보 정부의 어떤 정책과 목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국민을 설득했다. 그런데도 왜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갈까. 그것은 애초 그림을 잘못 그린 데다, 잘못 그린 그림 위에 자꾸 덧칠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잘못 그리면 찢고 다시 그리는 게 옳고 쉬운 방법이다. 주먹구구식 덧칠로는 잘못을 가리기는커녕 더 키우기 십상이다.

결국 정치를 바꿔야 한다. 표만 되면 국가 정책이 돌변하고 세금 정치로 퍼주기를 하며, 매표를 위한 온갖 술수의 사탕발림으로 민생문제를 해결하러 든다면 누가 정치를 하든 근본적으로 정치가 바뀌지 않으며 세상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일 것이다. 현재와 같이 진보정권이라 자칭하며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정당이나, 보수를 대변하는 정당이나 겉보기에는 사생결단으로 대립하지만, 자신들의 이익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는 철저히 한마음 한뜻으로 대처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여ㆍ야가 적대적이지만 사실은 공생하는 정치 환경에서는 정권교체가 일어난들 민생문제의 근본을 관통하는 해결책을 찾는 것은 요원하다.

개혁과 혁신으로 해야 할 것이 많은 이 시대.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도전과 갈등의 산은 우리 스스로가 극복해야 하지만 문제는 지금 당면한 도전과 갈등 해소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여유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가 해결할 수 없는 갈등과 변화는 개혁의 적극적 수용으로 극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의 본류가 다름 아닌 구조적 결함인 내 편 정치와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에서 정치적 과오와 그에 대한 환골탈태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시대적 난제로 생존경쟁 아닌 시대가 없었지만 지난 몇 년간 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지독했다. 밖으로 역병이 국민 생명을 위협했고 안으로 정부의 정책은 우리 재산을 위협했다. 특히 힘들게 일군 민주주의도 지나친 내 편 정치로 거의 빈사지경이고 동방예의 국가라며 칭송을 들었던 도덕과 예의, 염치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위드 코로나, 대북문제, 부동산 문제, 불공정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청년들의 내 집 마련 정책 등, 시대를 억누르는 많은 문제점이 산재해 있지만, 정치권은 그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여ㆍ야를 떠나 현 정치가 얼마나 무능하고 잘못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다른 정치'라는 새로운 정치 어젠다 만들어내야 하기에 정치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 됐다.

대선이 내년 3월까지 5개월이나 남았다. 밑바닥부터 우리 사회의 정치혁명을 준비하는 데는 길지 않은, 그렇다고 짧지만은 않는 시간이다.


이번 대선은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기보다 나라의 분위기 쇄신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 정치는 사람이 바꿔서 되는 게 아니라 정치 자체가 문제이고 고통스럽다. 정치를 바꿔야 비로소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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