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보기는 하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4-03 13: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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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 네가 나라면 그럴 수 있겠니. 예전에 김건모가 불러 익숙한 핑계는 참으로 경쾌한 리듬이지만 가사는 애절해 슬픈 얘기를 농친다. 남·여 애정 관계에서 서로의 입장 때문일 것이리라. 삶에 입장 바꿔 생각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에서 여당과 야당에 관계가 그러하다. 특히 첨예하게 대치되는 정국에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외통수 정치를 고집할 때, 정치인이 국민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라면 더욱더 그렇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고 상정하더라도, 인간 본성에는 분명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 원리들이 존재한다. 타인의 비참함을 목격하거나 또는 그것을 아주 생생하게 느끼게 될 때 우리는 이러한 감정을 느낀다."로 시작한다. 스미스는 이 문장을 놓고 그 감정이 동정이냐, 공감이냐, 그도 아니면 동료애냐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강·약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경우든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가 그 밑에 깔려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감정을 전제하지 않은 채 집권 여당이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일방적 정치행위로 밀어가는 것은 정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기 일쑤다.

"저런 한심한 자(者)들이 있나. 사방에 지천으로 널린 흠집과 의혹들을 주워서 담기만 해도 되는걸. 담을 광주리도 캐낼 호미 곡괭이 한 자루 준비하지 않고 노다지를 캐러 갔으니 빈손일 수밖에. 쯧쯧~ 한국당은 아직 멀었어..." 청문회 TV 중계를 지켜보는 지인이 혀를 차며 장탄식하는 소리다. "질문하는 인간이나 대답하는 인간이나 어찌 저렇게 국민의 입장은 전혀 생각 안 하는 꼬락서니하고는. 그(者)이나 그(者)이나..."

고관들을 뽑는 통과 의례가 그 어느 때보다 유독 심한 적반하장, 내로남불 청문회가 된 것을 보며 이 상황에 관한 글을 쓸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입장 바꿔 생각을 해보기는 하나"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은 작금 벌어지는 인사 검증 과정 청문회가 국민의 눈을 돌리고 귀를 닫게 하는데, 왜? 무엇 때문에, 개그에 가까운 '청문회를 해야 하는지'가 내게 던진 질문 때문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에는 전혀 안중에 없이 "내야 뭐라 해도 나는 간다."라는, 국민을 위한 일꾼을 뽑는 게 아닌 자기 식구 챙기기 태도 때문이다. 이즈음 여ᆞ야 모두는 입장 바꿔 국민 입장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지난 사흘 동안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단어 중 제일 많은 말은 '죄송' '송구' '반성'의 말이다. 흠결이 많은 사람을 세운 청문회는 본연의 자질 능력 검증보다 '사과' 청문회가 되었다. 여ᆞ야, 지도층 가릴 것 없이 그들의 세상사는 삶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며 느낀 것은, 하나 같이 서민 정서와 상관없이 못하는 게 잘못된 것처럼 반칙과 변칙에 달인들이라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장관을 하겠다. 나선 사람은 한 번쯤 '국민 입장이라면 어떨까?' 국민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5년 전,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구성 때 두 명의 총리 후보와 두 명의 장관 후보를 낙마시켰던 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 인사청문회 때는 후보자의 자질과 업무수행 능력 검증보다 약점을 찔러 '서민정서'와 '사회정서'를 들먹이며 본인은 물론 가족 배우자 자녀들까지 신상을 털어 영혼이 탈탈 털린 산송장 상태로 만드는 일을 비일비재하게 했다. 특히 지난 청문회 저격수에서 이번 청문회 수비수로 신상이 바뀐 박영선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자료를 제출에 불성실했다. 오히려 개인 신상정보라는 방어벽으로 야당 의원에게 훈계형 답변을 했다. 유방암 수술 특혜 의혹을 말했다가 전립선암 수술로 되치며 여성 모독 질타를 받고 동물로 격하되는, 그야말로 누가 청문회 대상인지를 헛갈리게 했다.

야당은 박영선 후보가 과거 야당 시절 40차례나 청문회 참석해 철저한 자료 제출을 요구로 '저승사자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닐 정도로 후보자와 가족들의 신상을 탈탈 털었으나 정작 자신의 청문회는 배 째라 식의 버티기로 일관한다.' 말했다. 이에 여당도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인지 망신 주기를 위해 자료 요청하는 것인지" "어떤 불순한 상상을 하길래 후보자 결혼 증명서를 내라 하느냐" 등으로 후보자 엄호했다. 이 상황에 애덤 스미스 이론을 빌려 말하지 않더라도 청문회에 임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국민은 도덕적으로 판단해 공분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런 분노의 느낌은 언론 조장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창·칼과 방패로 무장해 전운이 감도는 전선에는 고성이 오가며 포성과 연기는 자욱했지만 공허하기만 하다. 여당은 야당 시절 인사청문회 때 사전에 철저히 준비 조사해 송곳으로 찌르듯 면도날로 베듯 하였다. 그 솜씨로 방어벽을 치고 철갑옷으로 무장, 야당의 청문회를 무력화시켰다. 야당은 아직도 과거 여당 시절 미몽에서 아직 깨지 못한 듯 실력도 치밀함도 없이 목청만 앞세운 호통 청문회로 일관, 이렇다할 전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본질에 벗어난 황교안 대표의 의혹을 이슈화하는 여당의 고단수 전술에 끌려가는 청문회로 급기야 보이콧의 장이 되었다.

인사청문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후보자는 잘 알 것이다. 자신들의 신상 답변과 자질을 시험하는 곳에서 정치적 민감한 사안을 정치 쟁점화의 불을 댕겨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며 정작 자신의 답변은 피해 가는 것이 과연 올바른 청문회 태도인가. 여당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드러난 후보자들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세상살이 방식에 따른 따가운 여론의 뜻을 잘 받들어 국민 상식에 맞는 장관을 앉혀야 한다. 국민 정서와 감정은 외면한 채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와 과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로 몸통에 꼬리 자르기식 미봉책은 납득하지 못한다.

국민들은 알고 싶다. 왜? 무엇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며 상식에 반하는 도덕 불감증 자들을 장관으로 임명해야 하는가를. 청와대는 국민을 위해 입장 바꿔 생각을 해보기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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