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충신들만 가득한 정권의 앞날이 우려스럽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11-14 13: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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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아니 되옵니다가 없는 정부·여당
▲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문재인 정권 5년 중 반환점에서 지난 2년 반을 돌아보면 정부·여당에는 '전하, 아니 되옵니다.'라는 간(諫)하는 양신(良臣)은 보이지 않고 온통 '지당한 말씀이옵니다.' (唯有諾諾)의 충신들만 가득하다. 드러난 이 정권의 여러 실책 중 가장 뼈아픈 실책인 조국 장관 임명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문제점을 감지하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에는 대통령 주변에 양신(良臣)은 없고 충신?만 가득해 민심을 올바르게 전하는 목소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관정요(貞觀政要)는 당 태종의 정치적 언행 중에서 후세의 귀감이 될 만한 것들을 따로 묶어 편찬해 묶은 책이다. 자칫 낡은 제왕학을 떠올리기 쉽지만, 지도자의 자질을 가늠하는 기준으로는 1천 년이 지난 지금도 조직의 지도자나 기업 경영자가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다. 그 책에 따르면 정관 초년 당 태종은 "군주가 자신이 성군 또는 현군이라는 착각에 빠져 자기 생각에만 의지하게 된다면 신하들은 군주의 과실을 바로잡아 주려고 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나라가 위태롭지 않기를 바란다 해도 그대로 되지 않아, 군주는 그 나라를 멸망시키고 망국의 신하 또한 자기 집안을 보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지도자는 꼭 그런 착각에 빠지기 좋게 되어 있다. 문재인 정권이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며 청와대 3실장들의 자평은 대전환, 도약, 성장이라 자화자찬했다. 국민들의 생각을 묻는 여론조사도 지지 세력이 주축이 되었기에 항상 찬성이 반대보다 앞섰다. 매스컴, 특히 대중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공영방송은 정권 홍보를 자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 정부 정책을 홍보하며 구가(謳歌)하는 데 힘써 왔다.

정관 3년에 당 태종은 신료들의 간언이 없는 것을 이렇게 나무랐다. "만약 내 결정(詔勅)에 옳지 못한 점이 있으면 누구든지 강력하게 자기의 견해를 주장해 철저하게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근자에는 무엇이든 내 명을 따라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해할 뿐이다... 내 말에 동의한다는 서명이나 하고 그 문서를 공포하는 정도의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 정도의 일을 위해서라면 무엇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발탁해 정부를 위임하는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겠는가."

이에 대한 조리 있는 답은 정관 15년의 같은 힐문에 위징(魏微 정치 고문)이 한 말일 것이다. "아직 충분히 신임을 받지 못하면서 간諫하면 듣는 쪽에서는 자신을 헐뜯는 것이라고 오해합니다. 또 신임을 받으면서 간하지 않는 것은 국록을 도둑질하는 놈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어느 경우에나 윗사람과 동료를 거스르지 않고 동조함으로써 그날그날 무사히 넘기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세상은 옛말에서의 헐뜯는 자와 국록을 훔치는 자만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고위 공직자는 공정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하면서도 공정 개혁을 촉발한 조국 사태의 원인을 제도 탓 야당 탓으로 남 탓으로 돌렸다. 여당과 교육부에서 대학 입시 관련 정시 확대를 절대 불가 한목소리로 외쳤으며,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 국제적 압력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수정할 뜻을 시사했던 관계 부처 장관들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언제 그랬냐는 듯 '지당하신 말이 옵니다.'라고 있다.

바른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그 말을 할 자리에 있지 않고, 코드인사로 내 편만으로 채워진 자리에는 윗사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정작 말해야 할 말보다 지당 하옵니다(唯有諾諾)만 되풀이하고 있기에 그들이 받는 국록, 국민의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글로서 견해만 밝히는 처지에서 이 또한 헐뜯는 글에 지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요즘은 총체적 위기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세상이 뒤숭숭하다. 싸움 잘 날 없는 정치, 서민들이 더 고통스러운 경제, 주요 우방들과 갈등을 유발하는 한심한 외교, 연일 발사하는 북한의 미사일 대처와 우리 영공을 멋대로 드나드는 국민 안보에 구멍이 뚫린 국방뿐만 아니라 민심의 동요 등 어디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국가적 난맥상이나 심상찮은 민심의 동향을 보며 제대로 보고되고 있는지 실로 의심스럽다.

제1야당이 빠진 채 군소 야당과 야합으로 밀어붙인 패스트랙의 선거법 개정안과 야당의 항의로 이어진 국회법 위반은 그 일의 실질적 의미가 지도자에게 제대로 파악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국민과 야당 시각에 비친 민주당에서 장기집권 시나리오로 선거법을 개정한다는 오해와 의심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서 야당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하며, 그에 따른 실정법 위반 문제도 함께 풀어줘 해결해야 할 일이지, 검찰에서 의원들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일은 아니다.

어느 날 위징이 당 태종에게 "신을 양신으로 만들고 충신이 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당 태종이 양신과 충신의 차이점을 묻자, 위징은 "양신(良臣)은 스스로 아름다운 명성을 얻고, 군왕도 숭고한 칭호를 얻도록 직언으로 잘 보좌하면 군왕도 자신도 자손만대 부귀영화가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충신은 자기는 죽고 군왕은 악명을 뒤집어씁니다. 집안과 나라가 모두 큰 상처를 받지만, 오직 혼자만이 충신의 명예를 누립니다."라 답했다. 위징은 양신의 전형이었다. 직언을 서슴지 않았지만, 이는 주군인 당태종의 위신과 덕망을 널리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집권 후반기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은 정권의 충신이 말하는 '전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보다, 때로는 '전하, 아니 되옵니다.'로 간언(諫言)하는 양신들의 정치를 보고 싶다.

전하, 통촉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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